제일기획 편집팀

샌드박스라는 게임 장르를 아시나요? 보통 게임은 정해진 스토리에 따라 주인공이 악당을 무찌르거나 공주를 구하곤 합니다. 하지만 샌드박스 게임에는 정해진 스토리가 없습니다. 여러분 앞에 놓인 건 그저 배경과 NPC(중립 캐릭터)뿐, 그 안에서 무엇을 하든 게이머 자유입니다. 집을 지을 수도 집을 부술 수도, 낚시를 할 수도 낚시를 뺐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샌드박스 게임으로는 심즈, 마인크래프트 등이 있습니다.

오늘은 메타버스 플랫폼 중 전 세계 가장 많은 사용자를 자랑하는 로블록스(Roblox)를 소개해 드리려 하는데요. 로블록스를 이해하기 위한 첫 단추가 바로 샌드박스 게임입니다. ‘게임은 거들 뿐, 즐기는 건 게이머 스스로’라는 샌드박스 게임의 원리를 극대화한 것이 로블록스이기 때문입니다.

게임 속에서 게임을 만드는 메타버스

“그래픽이 왜 이래?” 로블록스에 처음 접속하는 분들은, 화면을 보고는 2022년에 서비스되는 플랫폼이 맞는지 의심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픽 퀄리티는 높지 않습니다. 로블록스는 사실 굉장히 오래된 플랫폼입니다. 2006년 미국 프로그래머 데이비드 바수츠키와 에릭 카셀이 만들어 출시한 일종의 게임이거든요. 레고를 닮은 단순한 캐릭터, 단순한 조작 방법의 이 로블록스는 지난해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억 5,000만 명을 달성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메타버스요? 그게 뭐예요? 로블록스는 알죠.” 메타버스는 몰라도 로블록스는 아는 Z세대가 상당수입니다.

로블록스는 첫 시작부터 사용자가 직접 만들어 남들과 함께 즐기는 게임을 추구했습니다. 쉽게 말해 ‘게임 속에서 게임을 만드는 메타버스’라고 할까요. 간단한 프로그래밍만으로 자기만의 체험(로블록스에선 ‘게임’ 대신 ‘체험’이란 말을 씁니다)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오히려 단순한 그래픽이기에 아마추어가 만들어도 이질감이 적고, 체험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었죠.

메인 화면이 없다? 원하는 게임만 플레이!

로블록스는 메인 화면이랄 것이 없습니다. 처음 앱을 내려받아 가입하면, 아바타 꾸미기, 친구 추가, 체험(=게임) 딱 3가지만 첫 화면에 나타납니다. 아바타 꾸미기는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얼굴, 체형, 옷 등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는데요.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 비교하면 좀 더 투박합니다. 캐릭터는 흔히 말하듯 레고 같죠. 인터페이스도 단순합니다. 제페토와 다른 점은 체험(게임) 만들기 기능을 좀 더 강조한 것과, 스마트폰이 아닌 PC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혹시 로블록스를 직접 해보려는 어른 세대 분들은 PC로 조작하시면 훨씬 편합니다.

런닝맨 같은 게임 예능, 로블록스

로블록스의 체험(게임)들은 어느 메타버스 플랫폼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합니다. 슈팅, 격투, 타이쿤, 서바이벌, 액션까지. 별별 체험이 다 있어서 인기 체험을 하나씩 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조금은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다양하긴 해도 그래픽과 기능이 좋은 유료 게임이 많은데 굳이 왜 로블록스 게임을 할까? 그건 바로 로블록스가 단지 게임이 아닌 일종의 ‘예능’이기 때문입니다. ‘런닝맨’ 같은 예능을 떠올려 보세요. 공포 콘셉트든, 물놀이 콘셉트든 상황은 바뀌지만 핵심은 출연진이 함께 노는 것이었죠. 로블록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에 최고의 그래픽이나 게임성은 필요 없습니다. 놀기 좋은 세트가 꾸며져 있으면 됩니다. 꼭 필요한 건 함께 놀 친구들이죠.

너도나도 떨어지며 깔깔깔, ‘지옥의 탑’

위 이미지는 TOWER Of HELL(지옥의 탑)이라는 인기 체험입니다. 움직이는 계단, 날아오는 광선빔 등을 피해 탑 위로 계속 올라가는 체험인데요. 누적 방문자 수가 무려 187억 명입니다. 사다리를 놓치거나, 빔에 맞으면 온몸이 장난감처럼 분해됩니다. 실제 플레이를 해보면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습니다. 옆 사람이 분해되는 모습을 보고 다른 유저가 깔깔 웃다가 자기도 계단에서 굴러떨어집니다. 그 모습에 또 빵 터집니다. 유튜브에서 ‘로블록스 지옥의 탑’을 검색해 보시면 다양한 플레이 영상이 나오니 한번 구경해 보세요.

어디로 가야되지? 섬 탈출 체험 ‘Isle’

미지의 세상을 친구와 탐험하는 체험도 있습니다. “당신은 의지에 반해 섬으로 끌려왔다. 섬에는 뭔가 있다. 나가는 방법이” 체험 ‘Isle’은 섬 탈출 체험입니다. 섬 곳곳에 놓인 단서를 풀고 섬에서 탈출하는 게 목표죠. 친구와 하면 재밌습니다. “야! 뭐 발견했냐?” “이쪽으로 가는 거 맞아?” “헐, 함정에 걸렸어!” 체험 속 몇몇 상황은 그냥 텍스트로 나오기도 합니다. 예컨대 “곤충이 날아와서 당신을 물었습니다. 체력 -10” 이렇게 말이죠. 그런데 상관이 없습니다. 이미 우리의 뇌는 친구와의 놀이에 푹 몰입해 자잘한 요소 같은 건 보이지도 않으니까요.

메타버스라고 하면 흔히 VR을 통한 화려한 가상 현실을 떠올리곤 하지만, 로블록스는 우리가 메타버스에서 즐기고 싶은 그와 다른 재미를 알려줍니다. “너는 공주님, 나는 왕자님, 저기 괴물이 나타났다!” 우리가 어릴 적 느꼈던 가상 놀이의 재미 말이죠. 어릴 때와 다른 건 메타버스 즉, 가상공간의 힘으로 우리가 더 쉽게 몰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메타버스 마케팅을 꿈꾸는 어른 세대 중 로블록스를 체험해 보려는 분들은 혼자 하지 마시고 누군가와 함께 플레이하길 권합니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해도 재밌습니다. 조금만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더욱 즐겁겠죠. 메타버스를 여행하는 어른들을 위한 안내서, 다음 편에도 여러분과 함께 로블록스 세상을 탐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