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은 생활변화관측소 연구원

합계 출산율 0.75명, 1인 가구 비율 35.5%, 비혼과 비연애 트렌드까지. 수치와 유행어만 보면 2030세대에게 가족은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다. ‘2030세대는 가족을 원하지 않는 걸까?’ ‘더 이상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걸까?’ 여러 의문이 떠오른다. 과연 현재 2030세대의 가족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자.

먼저, 연령대별로 가족을 비교해 보자. 10대에서 타 연령대 대비 높은 순위에 있는 키워드로는 ‘친구가족’, ‘친구네가족’과 같은 키워드가 있다. 연령대 특성상 학교 혹은 학원 등에서 친구네 가족과 비교해서 우리 가족의 모습은 어떠한 지 파악하고 있다.

2030세대에서는 ‘부양가족’, ‘직계가족’, ‘랜선가족’, ‘바오가족’, ‘보통가족’과 같은 키워드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부양가족’과 ‘랜선가족’의 경우 2030세대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적인 키워드다. 40대에서는 ‘동거가족’, ‘시댁가족’, ‘4인가족’ 등 가족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관심이 높았다. 마지막으로 5060세대에서는 ‘친정가족’부터 자식네 가족들까지 보다 넓은 가족의 범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중 2030세대가 가진 가족에 대한 인식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2030세대는 크게 현실적인 가족(#부양가족 #직계가족)과 랜선 속 가족(#랜선가족 #바오가족)을 두 카테고리로 언급하고 있다. 먼저, 현실적 가족의 모습을 살펴보자. ‘직계가족’에서 알 수 있는 것은 2030세대가 타 연령 대비 상대적으로 가족의 범위를 직계 즉, 본인과 부모와의 관계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가족은 앞으로 결혼, 출산을 통해 만들어 나갈 자신의 새로운 가정이 아닌, 지금 당장 계신 ‘부모님과의 관계’로 이해된다. 과거,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부모 곁을 떠나 본인만의 가정을 꾸리는 게 일반적이던 시절 가족의 의미는 직계를 넘어, 앞으로 생길 배우자와 자녀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동일한 맥락으로 ‘부양가족’ 역시 과거에는 앞으로 내가 부양해야 할 자식을 주로 의미했지만, 지금의 ‘부양가족’은 ‘직계가족’인 나의 부모님이다. 2030세대에게 가족은 나의 부모님, 그리고 그들을 앞으로 어떻게 부양할 건 지가 중요한 이슈다.

2030세대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도 관심이 많다. ‘랜선이모’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주로 아이가 나오는 티브이 프로그램 혹은 육아브이로그를 보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표현이다. 재미있는 점은 일면식도 없는 아이를 보면서 ‘랜선이모’, ‘랜선삼촌’을 자칭하는 이들 대부분이 아직 결혼도 안 한 2030세대라는 점이다. 특히, 최근에는 티브이 프로그램보다 유튜브에 나오는 일반인 가족의 육아 브이로그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런 육아 브이로그에서는 마냥 예쁘고 귀여운 모습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랜선으로 이어진 가족에서 2030세대가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혹자는 젊은 2030세대가 연애를 안 하는 이유로 연애프로그램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육아 브이로그에서도 대리만족을 느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일까? 사실 연애프로그램이나 육아 콘텐츠에서 2030세대가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육아와 연애 콘텐츠에서 그들이 ‘학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타인의 연애를 보면서 반면교사하고, 타인의 육아를 보면서 책임감을 배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얼마만큼의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지를. ‘바오가족’도 비슷한 맥락을 보인다. ‘바오가족’은 근 몇 년간 한국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던 판다 ‘푸바오’ 가족을 뜻한다. ‘푸바오’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동생들이 태어나고, 그리고 그들이 잘 성장할 수 있게 한 사육사 ‘강바오’와 함께 사람들은 ‘랜선가족’이 되었다. 생명을 키워낸다는 것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랜선가족으로 배워 나가고 있는 셈이다.

정리하면, 2030세대는 앞으로 만들어 나갈 본인만의 가족보다는 당장 계신 나의 부모님과의 관계를 가족의 범위로서 인식하는 경향으로 보이며, 랜선가족의 형태로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학습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원하는 가족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랜선으로 배운 가족에 대한 책임감, 부모님 부양 이슈 등을 고려했을 때, 이들이 원하는 가족의 형태는 좀 더 환경적, 재정적으로 안정된 가족의 모습을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이보다 더욱 소박한, 데이트하는 ‘보통가족’을 이상적으로 말하고 있다.

2030세대 내에서 ‘가족’과 연관해 ‘데이트’라는 키워드 언급 역시 증가하고 있다. 2030세대 사이에서 가족 데이트 즉, 부모님과의 데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래는 커뮤니티 실제 게시글을 옮긴 것이다.

“부모님이랑 데이트할 것 추천 좀 해 줘! 밥은 먹을 거고 영화는 이번엔 안 끌리신데! 이번에는 좀 색다른 거 경험시켜 드리고 싶은데 어떤 게 좋을까?”

“부모님이랑 데이트 자주 하는 사람 있니? 오늘 하루 엄마랑 데이트했는데 엄마가 넘 좋아해서 나두 너무 좋았어. 담엔 아빠랑도 해야 겠다는 생각도 했구. 부모님이랑 자주 시간 보내는 형들 주로 뭐 하니?

“힙하다는 카페들 데려가서 내 친구들이랑 놀듯이 놀아.”

포인트는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부모님용 데이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애인 혹은 친구와 하는 데이트의 속성을 그대로 가져온다. 매주 색다른 경험을 위해 데이트 코스를 고민하는 여자친구, 남자친구처럼 부모님과의 데이트에서도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자 고민한다. 소박하다고 이루기 쉬운 것은 아니다. 애초에 2030세대가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데이트도 하는)보통 가족이 되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시간적, 마음적, 조금의 재정적 여유. 그리고 근본적으로 부모님과의 친밀도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이것조차 성립하기 힘든 게 현실이기에 이러한 소박한 가족의 형태를 이상적으로 꼽는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2030세대는 가족을 원하지 않는 걸까? 이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no이다. 지금의 2030세대에게 가족은 결혼과 출산으로 새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가족은 이미 계시는 부모님과의 관계를 잘 이어 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 둘이 인과관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부모님과의 관계를 잘 이어 나가고자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 질문, 2030세대는 가족을 더 이상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걸까? 이에 대한 대답도 no이다.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많은 정보를 통해 오히려 더 알게 된 것이다. 한 가정을 ‘보통의 가족’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책임감이 필요한 지를. 그렇기에 이들은 지금의 자신의 가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부모님을 위해 노력해보고자 한다.

대단한 효도가 아니더라도, ‘데이트’라는 소박한 형태로 나의 가족, 나의 부모님과의 관계를 소중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퇴색되어 가는 가족 형성의 가치(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생명을 낳는 것), 동시에 견고해지는 원가족(부모)과의 관계. 그 속에서 지금의 2030세대는 새로운 가족의 가치를 찾아 나가고 있다.


신예은 생활변화관측소 연구원

<트렌드노트2023>, <트렌드노트 2024>의 공저자, <트렌드노트 2025>의 대표저자로 참여했다. 유튜브 생활변화관측소에 출연 및 기획을 맡고 있다.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르게 살고 싶다. 세상의 다양한 가치관과 생각을 알기 위해 소셜 데이터 분석을 업으로 삼았다. 현존하는 가치관들과 앞으로 생겨날 다양한 현상들을 분석해 생각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Cheil Magazine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