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20대연구소 김성욱 매니저
Z세대의 하루 24시간은 콘텐츠로 촘촘하게 메워져 있다. 식사할 때나 외출을 준비할 때, 심지어 잠들기 직전까지 콘텐츠는 일상의 모든 틈을 파고든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이처럼 자신의 템포에 맞춰 언제든 몰입하고, 또 언제든 가볍게 이탈할 수 있는 유동적인 콘텐츠 소비 행태를 ‘리퀴드 콘텐츠(Liquid Content)’라고 정의하며, Z세대 일상에 파고든 리퀴드 콘텐츠의 특징과 이들의 달라진 시간 감각을 데이터를 통해 살펴봤다.
집중하지 않아도 돼서 좋은 유튜브 콘텐츠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즐겨 소비하는 수도권·광역시 거주 19~49세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최근 1년 내 더 즐기게 된 콘텐츠 유형을 조사한 결과(복수 응답), 20대에서 1위는 유튜브(60.0%)가 차지했다. 유튜브를 즐기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따로 시간 내지 않고 틈틈이 즐길 수 있어서(40.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른 여가 활동보다 저렴(33.9%)’하고, ‘계속 집중하거나 챙겨보지 않아도 된다(32.5%)’는 점도 유튜브를 즐기는 이유로 파악됐다. 이런 경향은 드라마와 예능, 웹툰·웹소설 등 다른 콘텐츠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Z세대의 이목을 끌거나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라, 일상에서 속도와 시간, 몰입 시점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 되고 있다.
다만 영화(영화관 제외)의 경우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시간이 늘어서(31.0%)’ 즐기게 됐다는 응답이 ‘가족·친구·연인과 함께 볼 수 있어서’라는 응답과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어 3위는 ‘감정 이입이나 몰입감이 좋아서(29.3%)’로 나타났다. 즉 유튜브·예능·드라마 등과 달리 영화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집중하거나 몰입해야 하는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다.
‘킬링타임’ 대신 ‘밥친구’ 콘텐츠가 뜬다

소셜 빅데이터가 보여주는 요즘 대세 콘텐츠는 일상 속에서 가볍게 틀어놓는 ‘밥친구’ 콘텐츠다. 밥친구란 식사 시간에 외로움을 달래거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곁에 두는 동반자적 콘텐츠를 의미한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 2024년 3월을 기점으로 ‘밥친구’의 소셜 미디어 언급량은 ‘킬링타임’ 언급량을 상회했다. 특히 ‘밥친구’ 콘텐츠의 연관어로 ‘넷플릭스(▲52.8%)’, ‘방송(▲40.0%)’, ‘유튜브(▲16.2%)’, ‘드라마(▲12.5%)’ 등 대부분 키워드의 언급량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반면 ‘킬링타임’은 대부분 연관어가 전년 대비 감소했으며, 특히 ‘영화(▼13.1%)’의 감소율이 두드러졌다.

식사할 때마다 틀어 놓는다는 의미의 ‘밥친구’ 콘텐츠에 대한 선호는 다른 데이터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최근 한 달 내 유튜브 시청 상황을 알아본 결과, 20대는 식사(53.0%), 외출 준비(30.5%), 공부·과제·업무·독서(29.0%), 요리(20.0%)할 때와 같은 일상 생활 중에 상시적으로 유튜브를 시청하는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즉 비어 있는 시간을 채우기 위한 목적의 콘텐츠 소비 흐름은 약해지고 있는 반면, 다른 활동을 하면서도 틈틈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사랑받고 있다.

한편 Z세대는 시간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20대는 유튜브에서 구간 점프(49.0%), 재생 속도 조절(36.0%), 챕터·타임스탬프(각 20.5%) 등을 이용하는 비율이 30~40대 비해 높았다.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틈을 설계하다
이런 경향은 단순히 유튜브라는 특정 플랫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독서법인 ‘병렬 독서’에서도 비슷한 속성이 발견된다.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는 완독에 얽매이기 보다는, 여러 권의 책을 자유롭게 오가며 읽는 이 방식은 종이책과 전자책, 웹소설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Z세대는 독서 앱이나 위젯으로 여러 책의 독서율을 각각 기록하고, 병렬 독서 중인 책들만 모아둔 전용 폴더를 꾸미며 자신만의 독서 템포를 즐긴다.
핵심은 시간을 대하는 유동적인 태도다. 제 템포에 맞춰 몰입하고 언제든 가볍게 이탈하는 ‘리퀴드 콘텐츠’는 이미 Z세대의 표준이 됐다. 이들의 일상에 깊숙이 틈입하고 싶다면 이제 전략을 바꿔야 한다. 완벽한 몰입을 요구하는 대신, 그들이 자유롭게 머물다 떠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영리한 ‘틈’을 설계해야 한다.
김성욱 대학내일20대연구소 매니저
국내 최초, 유일의 20대 전문 연구 기관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Z세대의 특성을 담은 콘텐츠를 기획·발행하고 있다. 세대별 데이터와 트렌드 사례를 중심으로 아티클을 작성하며 캐릿, 대홍기획 매거진, 퍼블리 등에 연재했다. 가치관·소비·라이프스타일 전반의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다. 트렌드 도서 《Z세대 트렌드 2025》, 《Z세대 트렌드 2026》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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