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마케팅 전공 부교수

생성형 AI의 부상, 물류 영역에서의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등, 리테일테크(retailtech)는 변화를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월마트는 2024년 CES에서 리테일 기업으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키노트 스피커로 등장해 ‘어댑티브 리테일(Adaptive Retail)’이라는 개념을 선보이며, 리테일과 테크놀로지의 불가분한 관계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알아 두어야 할 점은 첨단 리테일테크라고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018년 리테일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마존고(Amazon Go)는 2024년 결국 철수 절차를 밟았고, 메타버스 붐을 일으켰던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경험도 2022년 이후 관심에서 크게 쇠퇴했다. 이러한 실패 사례들의 공통점은, 최첨단 기술이라도 소비자들에게 재방문의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면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마케터들이 주목해야 할 리테일테크 트렌드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함께 살펴보자.

2024년부터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점차 많은 소매업체가 실험 단계를 넘어 비용 절감과 고객 경험 향상 등의 이점을 가져다주는 사용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생성형 AI가 리테일에서 이용되는 영역은 크게 검색과 생산이다.

첫째, 검색의 혁신이 이루어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은 단어로 상품을 검색해 왔지만, 생성형 AI이후로는 소비의 ‘맥락’이 반영된 검색이 가능해졌다. 2024년 9월부터 상용화된 아마존의 ‘루퍼스(Rufus)’는 이러한 생성형 AI기반 쇼핑 어시스턴트의 대표적 사례다. 재미있게도 루퍼스라는 이름은 아마존 초기 직원의 반려견 이름을 땄다고 알려져 있다. 루퍼스는 보이스 기반의 알렉사(Alexa)와 달리, 아마존 웹사이트 또는 앱에서 텍스트 기반으로 쇼핑을 도와줄 수 있게 특화된 생성형 AI서비스다.

상품에 대한 검색, 특성, 비교는 물론, 가능한 옵션들을 설명해 주는 한편, 상품 추천과 비교를 제안하기도 하며 소비자가 자신의 상황과 소비 맥락을 반영한 쇼핑을 경험하도록 도와준다. 인스타카트(Instacart)와 월마트(Walmart) 등도 유사한 생성형 AI기반 검색 서비스를 도입했다. 

둘째, 생산 측면에서도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대형 리테일러들도 울트라퀵커머스로 분류되는 ‘쉬인(Shein)’처럼, 트렌드를 상품으로 신속하게 전환시키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월마트의 경우, ‘트렌드-투-프로덕트(Trend-to-Product)’ 모델을 활용해, 의류 제품을 기획해 매장에 진열되는 시점까지 드는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이 기술은 연구 및 디자인 단계를 몇 주에서 몇 분으로 단축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색상, 질감 및 아이디어가 포함된 무드 보드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월마트도 쉬인 같은 생산 방식을 적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월마트는 트렌드-투-프로덕트를 패션 외 다른 카테고리에서도 활용할 가능성을 모색하는 동시에 그 속도를 계속 높이고 있다.

AI로 텍스트나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을 넘어, 특정 업무를 자율적으로 실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는 리테일 분야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영역이다. 에이전틱 AI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율적이고 지능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에이전틱 AI는 고객의 요구를 예측하고 개인화된 추천을 제공하며 문제를 사전에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었다. 특히, 자연어 이해를 통해 고객과 인간 상담원처럼 소통할 수 있는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는 2028년까지 에이전틱 AI가 일상 업무 결정의 15%를 자율적으로 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리테일 분야의 에이전트 AI들은 디지털 브랜드 대사 역할을 하며 리테일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구매 보조를 넘어 질문에 답하고, 스타일 제안부터 제품 추천까지 하는 등 종합적인 컨시어지 역할을 수행한다. 소비자의 쇼핑 여정을 자동화하고 개인화된 추천을 제공하며, 재고 관리와 마케팅까지 수행하는 것이다. AI 에이전트는 고객 행동과 선호도를 심층 분석하여 하이퍼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만족도 향상과 함께 추가 판매 기회를 창출한다. 이는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리테일러에게 새로운 수익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5년 3월 아마존이 발표한 ‘알렉사 플러스(Alexa+)’다. 2014년 알렉사란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이후, 11년만에 AI 에이전트로 업그레이드된 알렉사 플러스는 개인의 니즈에 맞는 맞춤형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렉사는 원래 음성 기반 커머스의 시초인데, AI 에이전트로 업그레이드된 알렉사 플러스는 대화형 커머스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사용자들은 더욱 자연스럽게 AI와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발전으로 대화형 커머스가 2025년에 상당한 발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Retail Media Network)는 디지털 광고 플랫폼으로서 리테일러들의 차세대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는 리테일러 웹사이트, 앱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의 디지털 디스플레이에도 광고와 소매를 결합해 디지털 광고와 인스토어 미디어(In-store advertising)를 통해 소비자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커넥티드 TV(Connected TV, 인터넷이 연결된 TV) 광고와 결합해 데이터 애널리틱스와 CRM시스템(고객 관계 관리 시스템)을 통합해 소비자 타겟 측정 기능을 강화하며,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의 경우,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에서 아마존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2024년 리테일 미디어 매출 별 순위는 아마존 419.5억 달러(60.8조 원) , 월마트 37.2억 달러(5.4조 원), 타겟 17.6억 달러(2.5조 원), 인스타카트 10.1억 달러(1.5조 원) 순이다. 하지만 월마트가 리테일 미디어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마케터는 월마트의 광고 부문인 월마트 커넥트의 매출이 2025년 61.8억 달러(8.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2021년 15.9억 달러(2.3조 원)에서 약 4배나 성장한 수치다.

또한 2024년 2월에는 스마트TV 제조사 비지오(Vizio)를 23억 달러(3.3조 원)에 인수했는데, 이는 커넥티드 TV 시장과 스트리밍 TV 광고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었다. 리테일 미디어 커넥티드 TV 광고 시장은 2025년  52.5억 달러(7.6조 원), 2028년까지는 104.4억달러(15.1조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인스타카트 또한 2023년 인스타카트 애드 플랫폼을 론칭했고, 2025년 매출은 14.5억 달러(2.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스마트카트 회사인 케이퍼 AI(Caper AI)를 인수한 인스타카트는 2024년 1월 스마트 카트에 델몬트, 드레이어스 그랜드 아이스크림(Dreyer’s Grand Ice Cream) 등과 함께 브랜드 광고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생성형 AI의 도입과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 등, 첨단 기술에 기반한 리테일 서비스의 성공은 소매업체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고급 분석 및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도구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데이터 플랫폼은 AI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필수적이다.

따라서 데이터 통합과 접근성을 우선시하는 기업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혁신하며, 시장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더 나은 위치에 있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전체 기업에 걸쳐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들이 리테일 업계의 승자가 될 것이다. 확장 가능한 솔루션에 집중하고, 직원들에게 AI 도구를 제공하며, 핵심 비즈니스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소매업체들은 산업을 성장과 혁신의 새로운 시대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마케팅 전공 부교수

기술 혁신이 바꿀 마케팅의 미래와 소비 권력의 세대교체가 기업에 미칠 영향을 트렌드 최전선에서 연구해 온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유통업계에 빠르게 기술이 도입되던 시기, 국내에 ‘리테일’을 가장 먼저 화두로 꺼내 많은 기업에 혁신의 인사이트를 건넨 바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마케팅 전공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플로리다대학교와 핀란드 알토대학교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강의했다. 저서로 <잘파가 온다> <리테일의 미래> <리:스토어> 등이 있다. 2024 & 2025 NRF APAC Retail Big Show 콘텐츠 자문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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