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마케팅 전공 부교수

팬데믹 기간 가장 빨리 성장한 서비스 중 하나는 배달서비스다. 한국인들에겐 낯설지만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각 가정에 식료품을 배송하는 서비스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인스타카트(Instacart)’다. 2012년 론칭된 인스타카트는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고른 상품을 퍼스널 쇼퍼가 픽업해 집으로 배달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집까지 배달해 주는 퍼스널 쇼핑 서비스, 인스타카트

인스타카트에 따르면, 북미의 경우 인스타카트 서비스를 도입한 리테일러 수는 1500여개, 1만 4000개 지역의 8만 5000개 매장에서 인스타카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 소비자의 95%를 커버하는 넓은 범위이다. 인스타카트는 특히 팬데믹을 기점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2019년 미국 매출 71억 달러(9.2조 원)에서, 2022년 306억 달러(40조 원)로 3년 만에 4배로 늘었다. 비즈니스 데이터 전문 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4년 2월 기준, 미국에서 월마트, 아마존, 코스트코, 알디(Aldi)에 이어 5번째로 많이 이용되는 배송 서비스이기도 하다.

집 안까지 배달해주는 배송 서비스, 인스타카트 (출처 : 인스타카트 홈페이지)

하지만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며 배달 인건비가 붙는 인스타카트 서비스에 대한 가격 메리트가 애매해졌다. 팬데믹 기간 팁플레이션(tipflation: tip + inflation)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음식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며 인스타카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2025년 전망도 음식 배달 서비스인 도어대시(485억 달러, 63조 원)의 매출 규모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273억 달러(35조 원)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인스타카트가 비즈니스 다변화를 꾀하면서 가장 주력하는 분야가 리테일 미디어다.

식료품 서비스는 거들뿐, 돈 되는 리테일 미디어

리테일 미디어란 리테일러가 제 3자의 광고를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고객 데이터를 이용해 브랜드가 타깃으로 삼은 고객들에게 개인화된 광고를 노출해 브랜드 인지도나 매출 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쉽게 말해 온오프라인 쇼핑몰에서 볼 수 있는 특정 제품(브랜드) 광고를 말한다.

모바일 혹은 PC로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장을 볼 수 있다 (출처 : 인스타카트 유튜브)

그런데 리테일 미디어 비즈니스가 특히 식료품 리테일러에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종이장처럼 얇은 마진(paper-thin margin)’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식료품 리테일의 수익성이 낮다는 점이다. 이는 리테일 비즈니스 특성상 배송과 인건비, 매장 운영비 등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사실 아마존의 경우도 아마존 이커머스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다른 캐시 플로우(아마존의 경우 AWS)가 적자를 메꿔주고 있고, 대부분의 식료품 리테일러 수익 마진은 1~3%대에 불과하다. 즉, 식료품 카테고리의 낮은 수익성 때문에 리테일러들에게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와 리테일 미디어가 중요한 것이다.

인스타카트, 구글과 손잡고 광고를 업그레이드하다

인스타카트는 2019년 광고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2023년 인스타카트 애드 플랫폼(Instacart Ads platform)을 론칭하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인스타카트 광고 매출은 2021년 5억5천만 달러(7500억 원)에서, 2023년 9억 4천만 달러(1.2조 원)로 2년 간 약 2배 정도 성장했다.  2023년 3분기에서만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20% 늘어난 1억 6300만 달러(2100억 원)을 기록한 것도 광고 비즈니스 덕분이다. 2023년 3분기 기준,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수익원이 된 것이다.

데이터를 활용해 적절한 타깃에게 제품을 홍보하는 인스타카트 (출처 : 인스타카트 유튜브)

또한 구글과의 협업을 통해 리테일 미디어 사업을 확장 중인데, CPG 브랜드들이 인스타카트에 축적된 데이터를 이용해 구글 광고 타겟팅 효과(Google Shopping ads powered by Instacart data)를 높이고, 당일 배송 가능 등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메시지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다농의 오이코스(Oikos), 크래프트 헤인즈의 크래프트(Kraft), 오스카 메이어(Mayer), 필라델피아 등 다양한 CPG(Consumer Packaged Goods, 일상 소비재) 브랜드들이 ‘구글 + 인스타카트’의 리테일 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구글에게는 이 협업을 통해 식료품 쇼핑 카테고리의 거래량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윈-윈인 파트너십이다.

지금 식료품 쇼핑 중이라는 카피와 함께 네일 아트를 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스타카트 광고 (출처 : 인스타카트 유튜브)

아마존, 월마트와 겨루는 인스타카트만의 무기는?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과제로, 인스타카트는 아마존과 월마트와의 경쟁에서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아마존이 리테일 미디어에서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아마존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소비자 데이터를 이용해 개인화된 타겟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적용되는 광고 비즈니스가 쏠쏠한 역할을 한다. 사실 중국의 티무와 쉐인 등 이커머스 경쟁자들에게 마켓 쉐어를 뺏기는 상황에서 아마존에게도 리테일 미디어가 더 중요한 수익원으로 될 것으로 보인다. 월마트도 월마트 커넥트(Walmart Connect)라는 리테일 미디어 서비스로 CPG 브랜들에게 광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게다가 2024년 2월 TV 브랜드인 비지오(Vizio)를 인수하면서 광고 사업을 더욱더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Vizio의 TV 세트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다양한 디지털 커넥티드 광고가 가능한데, 월마트가 비지오를 인수하면서 이러한 광고 데이터가 월마트에 독점적으로 될 가능성이 높아 경쟁자들에겐 위협이 될 수 있다.

리테일 미디어엔 ‘온라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마존과 월마트의 리테일 미디어 부문의 경쟁자로 부상한 인스타카트는 어떻게 경쟁력을 더 키울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인스타카트가 가진 데이터를 좀 더 활용하고, 특히 오프라인 리테일 미디어를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식료품 쇼핑의 약 86.3%가 오프라인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테일 미디어 전체 규모가 596억 달러(7.7조원) 규모인 데 반해, 오프라인 리테일 미디어 규모는 3억 7000만 달러(4800억원)라 성장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오프라인 리테일 미디어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카트 자체에 할인 등 각종 쇼핑 정보가 표현되는 ‘케이퍼 카트’ (출처 : 케이퍼 카트 유튜브)

이에 2024년 1월, 인스타카트는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카트인 ‘케이퍼 카트(Caper cart)’에 델몬트, 드레이어스 그랜드(Dreyer’s Grand) 아이스크림 등의 CPG 브랜드 광고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스타카트는 2021년 10월, 3억 5천만 달러(4500억원)에 케이퍼 AI(Caper AI)를 인수했는데, 아마존의 대시 카트와 함께 스마트 카트(쇼핑카트에 머신 러닝, 컴퓨터 비전 기술과 결제 시스템을 탑재한 카트) 업계를 리드했던 케이퍼의 케이퍼 카트를 통해 소비자 데이터 수집뿐 아니라 개인화된 광고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카트 자체에 할인 등 각종 쇼핑 정보가 표현되는 ‘케이퍼 카트’ (출처 : 케이퍼 카트 유튜브)

똑똑해진 쇼핑 카트 미디어가 되다, 스마트 카트 광고

소비자가 담는 상품에 맞게 실시간으로 관련 상품을 추천하거나, 관련 프로모션은 물론, 심지어 매장 내의 상품 위치까지 안내해 줄 수 있다. 즉, 오프라인 매출에 광고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케이퍼 카트를 도입한 리테일러는 굿 푸드(Good Foods), 크로거(Kroger) 등이 있는데, 인스타카트는 스마트 카트를 통한 광고 수익을 리테일러와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스마트 카트 도입과 광고 비즈니스 둘 다 확장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이렇게 아마존이나 월마트와는 차별화된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가진 인스타카트가, 자신들의 서비스 특성을 살리고 오프라인 리테일 미디어를 공략하는 것이 리테일 미디어 비즈니스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마케팅 전공 부교수

기술 혁신이 바꿀 마케팅의 미래와 소비 권력의 세대교체가 기업에 미칠 영향을 트렌드 최전선에서 연구해 온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유통업계에 빠르게 기술이 도입되던 시기, 국내에 ‘리테일’을 가장 먼저 화두로 꺼내 많은 기업에 혁신의 인사이트를 건넨 바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마케팅 전공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플로리다대학교와 핀란드 알토대학교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강의했다. 저서로 <잘파가 온다> <리테일의 미래> <리:스토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