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 대학내일20대연구소 매니저

불황은 모두에게 같지만, 이에 대응하는 방식은 세대마다 다르다. 특히 Z세대는 무작정 소비를 줄이기보다, 줄일 것은 줄이고 쓸 곳은 정확히 고르는 세대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에게 소비는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써야 후회하지 않는지를 판단하는 일이 되었다.

이 같은 기준은 2026년을 앞두고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불황이 길어질수록 Z세대의 소비는 즉흥보다 계산을, 감각보다 확신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소비지출 정기조사’를 통해 2026년을 향해 변화하는 Z세대 소비자 심리를 데이터로 살펴봤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전국 15~55세 남녀를 대상으로 소비 시 가장 중시하는 가치를 조사했다. 총 13가지 소비 가치에 대한 긍정 응답률을 비교한 결과, 전체 소비자가 가장 우선시하는 가치는 ‘기능 등 성능(87.6%)’이었다. 이어 ‘안정성·안전성·AS 등 품질(80.8%)’, ‘시간·체력 절약, 스트레스 감소 등 편의 도모(71.6%)’ 순으로 나타났다.

Z세대(15~29세) 역시 전반적인 흐름은 유사했지만, 이들에게서만 유독 또렷하게 드러난 기준도 있었다. Z세대는 ‘저렴한 가격(76.0%)’과 ‘취향·취미·덕질(74.3%)’을 우선한다는 응답이 전체 대비 높게 나타났다. 가성비를 따지면서도, 자신의 취향과 만족을 위한 소비에는 비교적 적극적인 세대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해 조사에 비해 눈에 띄는 변화도 있었다. Z세대는 ‘안정성, 안전성, AS 등 품질(76.3%)’을 우선한다는 응답이 작년(70.7%)보다 늘었다. 반면 ‘디자인, 컬러 등 제품 외형(66.8%)’을 우선한다는 응답은 작년(73.1%)보다 줄었다. 한정된 자원으로 소비에서의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형보다 품질을 따지는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디자인보다 퀄리티에 방점을 둔 브랜딩 전략이 Z세대에게 유효할 수 있겠다.

이번 조사에서 19세 이상 성인의 월평균 지출액은 약 154.8만 원으로 나타났다. 연령 특성상 20대의 월평균 지출액은 약 83.3만 원으로 전체 평균보다 낮았지만, 20대 여성(약 89.4만 원)은 20대 남성(약 77.6만 원)에 비해 10만 원 이상 더 지출했다.

특히 20대 여성은 ‘지난해에 비해 월평균 지출이 늘었다(43.3%)’는 응답이 전체 평균(32.9%)보다 10%p 이상 높게 나타나, 다른 세대에 비해 소비 증가세가 뚜렷했다. 한편 ‘평소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항목’을 물은 질문에서는 모든 세대에서 ‘식비(32.6%)’가 1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Z세대의 식료품 구매 행태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최근 6개월 내 식품·음료(주류 제외) 구매 경험이 있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주요 구매처를 조사한 결과, 전체는 대형마트(40.5%), 쿠팡(34.6%), 소형마트·슈퍼마켓(31.3%)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Z세대는 편의점에서 식음료를 구매했다는 응답이 34.1%로 가장 높아, 전체 평균(21.5%)을 크게 웃돌았다. Z세대 여성은 다이소 등 생활용품샵에서 식음료를 구매했다는 응답도 14.2%로, 전체 평균(8.5%) 대비 높은 수치를 보였다.

즉, 편의점은 Z세대에게 더 이상 ‘급할 때 들르는 곳’이 아니라 주요 식료품 구매 채널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앞서 진행한 ‘유통 정기조사’에서도 Z세대는 ‘식사를 하려고’ 편의점을 방문한다는 응답이 전체 대비 높게 나타났다. 최근 편의점들이 유명 IP와 협업하거나 트렌디한 디저트, 1,000원 이하의 PB 상품을 확대하는 전략 역시 이러한 소비 행태와 맞물려 유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Z세대의 소비 생활을 대표하는 표현 중 하나는 바로 저(抵)소비다. 한동안 무지출 챌린지, 현생(현금 생활), 거지방(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 지출 내역을 공유하고 절약을 독려하는 오픈채팅방)처럼 지출을 최소화하는 유행이 나타나더니 최근에는 해외에서 유입된 ‘저소비 코어(Underconsumption Core)’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저소비를 대하는 Z세대의 태도다. 요즘 Z세대는 편의점이나 다이소, 쿠팡에서 구매한 고기능 가성비 아이템을 SNS에 인증하며 저소비 자체에 즐거움을 느낀다. 또 ‘OO 조합’, ‘OO 정식’처럼 자신만의 취향을 담아 아이템을 새롭게 조합하기도 한다. ‘저소비 코어’를 불황기의 궁여지책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하나로 여기는 것이다.

이처럼 얇아진 지갑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욕망은 어딘가로 몰리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Z세대 트렌드 2026》에서 Z세대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컬어 ‘마이크로 소비’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가격은 더 저렴하고, 크기는 더 작고, 부담은 덜 하면서도 특별함과 만족감을 주는 아이템에 Z세대 소비자가 몰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마이크로 소비’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브랜드가 2026년 Z세대에게 선택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김성욱 대학내일20대연구소 매니저

국내 최초, 유일의 20대 전문 연구 기관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Z세대의 특성을 담은 콘텐츠를 기획·발행하고 있다. 세대별 데이터와 트렌드 사례를 중심으로 아티클을 작성하며 캐릿, 대홍기획 매거진, 퍼블리 등에 연재했다. 가치관·소비·라이프스타일 전반의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다. 트렌드 도서 《Z세대 트렌드 2025》, 《Z세대 트렌드 2026》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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