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마케팅 전공 부교수

‘호카(HOKA)’, ‘온(On)’, ‘스탠리 텀블러’, ‘더치 브로스’, ‘코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오랜 시간 인기를 누린 전통적 강자면서도, 새로운 가치와 접근으로 2025년 현재 미국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 사이에 크게 인기를 끄는 브랜드로 다시금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잘파세대에게 어필한 전략은 무엇일까?

2007년 스마트폰 탄생, 2010년 인스타그램 등장, 2018년 틱톡 출시 등 디지털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 잘파세대는 온라인 속 생활과 소비가 사회적 자산이 되었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의 의견이 소비에 영향을 미치며,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소비를 선호하며, 상품의 기능과 함께 지속가능성 등 사회적 가치를 담은 실용적이면서도 이상적인(pragmatic idealism) 브랜드를 선호한다.

미국 잘파세대 사이에 필수품이 된 ‘스탠리(Stanley)’ 텀블러가 좋은 사례다. 한 틱톡커가 차량 화재를 겪은 후에도 차 안에 있던 텀블러가 그대로 남아 얼음 부딪히는 소리가 울리는 영상을 공유했고, 스탠리 CEO가 해당 틱톡커에게 새 텀블러와 새 차를 선물하겠다는 화답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마침 스탠리가 캠핑용품 전문 브랜드에서 여성 고객을 겨냥해 핑크 등 다양한 파스텔 컬러로 확장한 시점과 맞물려, 스탠리 텀블러의 기능적 상징성(functional symbolism)이 강화되었다. 덕분에 X세대가 보기에 지나치게 큰 스탠리 핑크 텀블러가 10대들의 학교에서 사회적 상징물이 되었고, 한정판 출시일에 오픈런 하는 영상들도 늘어났다.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호카’와 ‘온’은 최근 몇 년간 급성장했다. 온은 지난 7년간 연간 70~80% 성장을 기록했고, 독특한 디자인의 호카는 모회사 데커스의 2024년 7~9월 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한 13.1억 달러를 기록하는데 주요 역할을 했다. 이들의 부상은 러닝 인기가 높아진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성공 원인은 첫째, 기능성과 편안함의 조합이다. 전문 트라이애슬론이자 아이언맨 우승자였던 창업자 올리비아 번하드가 만든 브랜드 온은 러너들에게 특별한 편안함을 주는 ‘클라우드테크(CloudTec) 쿠셔닝’으로 유명해졌으며, 타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두꺼운 밑창과 최대 쿠션의 오버사이즈 아웃솔을 자랑하는 호카는 소위 ‘못생긴 운동화’로 유명해졌지만, 기능적인 편안함이 디자인의 개성이 만나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의료진 같이 오래 서서 일하는 이들에게도 인기를 얻었다. 멋쟁이는 불편함을 감수한다는 과거 인식과 달리 편안함 자체에 높은 가치를 주는 잘파 세대에게 호감을 산 셈이다.

둘째, 커뮤니티 중심 마케팅이다. ‘온’은 ‘드림 투게더(Dream Together)’ 캠페인을, ‘호카’는 커뮤니티를 강조하는 ‘플라이랩(FlyLab)’ 캠페인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제공했다. 호카가  2024년 뉴욕에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는 최신 기술과 제품을 인터랙티브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게 했으며, 그룹 러닝, 하이킹, 요가 세션 같은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들은 모두 잘파세대가 선호하는 커뮤니티 활동이다.

셋째, 지속가능성과 포용성이다. ‘온’은 2024년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완전 재활용 가능한 러닝화 ‘클라우드붐 에코(Cloudboom Eco)’와 순환경제 모델인 ‘사이클론(Cyclon)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론칭했고, ‘호카’는 재활용한 원료를 사용한 라인을 선보였다. 이처럼 ‘온’과 ‘호카’는 제품 혁신과 기능성, 커뮤니티, 지속가능성과 포용이라는 가치를 녹여 잘파세대가 함께하고 싶은 브랜드로 성공했다. 넓은 대중성보다 뾰족한 타겟팅으로 강한 브랜드 애착을 만들어낸 셈이다.

잘파세대 공략으로 브랜드 부활을 이끌어낸 ‘코치’의 사례는 더욱 인상적이다. 2000년대 미국을 대표했던 ‘코치’는 한때 저조한 판매량으로 위기를 겪었으나, 2025년 잘파세대를 새로운 소비자로 품으며 부활에 성공했다. 과거엔 ‘접근 가능한 럭셔리(accessible luxury)’로 포지셔닝 전략을 펼쳤으나 이젠 이를 벗어나, 자신의 개성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표현적 럭셔리(expressive luxury)’로 전환했다. 이는 코치의 시니어 VP 준 실버스타인이 2022년부터 강조한 개념으로, 잘파세대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코치’는 Y2K 패션을 재해석해 젊은 소비자와의 연결성을 높였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신곡을 카세트테이프로 듣고, 80년대 빈티지 옷을 찾아 입으며, 70~80년대 노래를 듣는 잘파세대의 레트로 취향에 맞춰, 2000년대의 노스탤지어와 현대적 미학을 결합했다. 당시 유행했던 스윙어 백(Swinger bag)과 필로우 태비(Pillow Tabby) 같은 오리지널 디자인을 재출시하여 친숙함과 트렌디함을 담았다. 릴 나스 엑스(Lil Nas X), 셀레나 고메즈 등 글로벌 셀러브리티와 한정판 출시 등 다양한 콜라보를 진행하고, 이를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홍보하며 화제성도 높였다. 즉 품질, 헤리티지, 현대적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현대적 럭셔리”로 재해석한 것이다.

‘스탠리’, ‘호카’, ‘온’, ‘코치’ 등은 잘파세대와 직접 소통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해 새로운 트렌드의 중심이 되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해당 카테고리에서의 혁신적인 기능성 뿐 아니라 잘파세대가 중요시하는 표현의 가치, 커뮤니티, 지속가능성과 포용성 등을 브랜드 철학과 상품, 경험 요소로 구현한 것이다. 결국, 타깃 고객이 중요시하는 가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합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소통하며, 소속감과 관여도를 높이는 것이 새로운 브랜드든 위기의 브랜드든 필요한 전략임을 상기시켜 준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마케팅 전공 부교수

기술 혁신이 바꿀 마케팅의 미래와 소비 권력의 세대교체가 기업에 미칠 영향을 트렌드 최전선에서 연구해 온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유통업계에 빠르게 기술이 도입되던 시기, 국내에 ‘리테일’을 가장 먼저 화두로 꺼내 많은 기업에 혁신의 인사이트를 건넨 바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마케팅 전공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플로리다대학교와 핀란드 알토대학교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강의했다. 저서로 <잘파가 온다> <리테일의 미래> <리:스토어> 등이 있다. 2024 & 2025 NRF APAC Retail Big Show 콘텐츠 자문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