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방유빈 CD
처음 대만을 만난 건 13년 전 출장 때였다. 짧은 일정 끝에 펑리수 한 상자 사 들고 돌아왔지만, 그곳에서 마주친 친절한 미소와 밤거리의 붉은 홍등, 그리고 낯선 향신료 냄새가 꽤 오랫동안 남았었다. 그 후에도 두세 번 더 찾은 대만, 무척이나 더웠지만 그때마다 땀을 식혀주던 빙수와 밀크티, 골목마다 자리한 아기자기하고 작은 가게들, 그리고 그 안의 따뜻한 사람들…
언제나 그곳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오히려 슴슴하게, 은근히 마음을 파고드는 나라였다.

대만 하면 뭐가 생각나?
한동안 대만이라는 나라를 잊고 지내고 있었던 요즘, 대만 법인으로부터 대만관광청 PT 소식을 듣고 묘하게 가슴이 다시 푸동푸동 뛰었다.
‘대만은 뭐가 유명하지?’
생각해보면 딱히 하나로 설명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대만을 다녀오면 꼭 이렇게 말한다.
“또 가고 싶다.”

대만을 꾸준히 여행해 온 소위 ‘대만병’에 걸린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대만을 떠올릴 때는 ‘따뜻함, 몽글몽글함, 아련함, 편안함, 예스럽고 포근함, 친절함과 무해함’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 내가 좋아했던 대만의 기억이 그런 거였지. 새록새록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대만, 관광지가 아니라 일상처럼
요즘 여행의 트렌드를 하나만 꼽자면 ‘초개인화’이다. 누구나 가는 명소보다, ‘나만의 경험’을 찾는 시대다.
그래서 한번 가보고 끝이 아니라, 같은 여행지라도 여러 번 지속적으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N차 여행을 하면 꼭 해야 하는 것, 봐야 하는 곳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고 훨씬 더 깊게 내 스타일대로 즐길 수 있으니까.
가심비 여행, 해외 근거리 여행하면 보통 일본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대만은 이런 N차 여행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비행기로 2시간 가량의 가까운 거리에, 안전하고 편리하고, 또 음식도 잘 맞고 혼자 여행하기에도 쉬운 난이도, 누구든 언제든 편하게 떠날 수 있는 곳이니까. 그곳을 여러 번 찾아가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진짜 로컬처럼 여행하고 싶지 않을까?
대만을 멋진 관광지로 소개하기보다 오히려 그곳에서의 일상을 담고 싶었다.
가도가도 또 가고 싶은 친근함과 따뜻함이 있는 곳, 친절한 대만 사람들이 소개하는 진짜 대만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여행의 욕구를 훨씬 자극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실제로 대만의 노포 식당 사장님, 아리산 열차 기관사, 러너와 서퍼들까지 섭외하여 그들의 목소리로 대만의 일상을 전해보고자 했다.

그리고 여행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그곳만의 감성으로 편안하고 대만스럽게 즐기며 그렇게 대만에 스며들어 최고의 만족을 느꼈을 때 내뱉는 감탄사 – ‘벌써, 또 오고싶다’를 이번 캠페인의 키 카피로 정했다.
촬영을 하며 대만관광청의 앰버서더 ‘규현’씨는 진짜 대만인처럼 타이난 아침식사, 타이베이 야간 러닝, 아리산의 산악열차, 진산온천과 해변을 다니며 ‘찐 로컬’ 여행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예를 들어 대만의 남부 지역인 타이난에서는 미식의 도시답게 현지인들이 아침 식사를 할 때 적은 양의 음식들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하게 먹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촬영 당시 규현씨는 직접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오뎅국수, 오징어 쌀국수, 생선탕, 바이탕궈도 먹고 우롱차도 마시며 말 그대로 코스요리를 즐겼다. 실제로 대만을 굉장히 좋아하고 개인적으로도 대만 여행을 많이 해온 규현 씨였기에, 촬영 때도 모든 코스를 찐으로 즐기며 먹방을 연출하셨는데 그런 모습을 최대한 라이브하게 담고 싶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아련하게 스며드는 매력
물론 쉽진 않았다.
평화로워 보이는 영상만 보면 잘 모르겠지만, 촬영은 매일 거의 ‘생존기’ 수준.
강풍 속에서 카메라를 잡고 버티던 스태프들, 파도와 싸우며 바다로 뛰어드신 해병대 출신 촬영 감독님,
다같이 비를 맞으며 새벽까지 이어진 러닝 장면…
마지막 촬영지였던 아리산은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직전까지 촬영 허가가 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더니, 많은 분들의 노력과 설득으로 간신히 촬영 허가를 받을 수 있었으나, 악천후로 하마터면 산에 갇힐 뻔했다. 정말 그땐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촬영을 마치고, 폭우를 뚫고 타이베이로 돌아오니 비로소 긴장이 풀리고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날씨 앱을 보며 가슴 졸이던 일주일간의 촬영이 어느덧 꿈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만큼 대만의 진짜 얼굴을 담을 수 있었고,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조차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그렇게 고생을 해서일까, 찍어온 컷들을 다 못쓰는 것이 유독 아쉬워 온에어 직전까지 촬영 때 느꼈던 대만 감성을 살리기 위해 색감을 조정하고, 그림을 갈아 끼우는 작업을 끝까지 계속하였다.
이렇게 온에어 된 영상을 본 사람들은 말했다.
“광고가 아니라 여행 같은 느낌이었다.”고…
날씨 탓에 톤다운된 색감 덕분에 오히려 더 차분하고 진짜 같다는 반응도 많았다.
맞다. 대만은 그런 곳이다.
눈부시게 화려하진 않지만, 아련하고 깊이 마음속에 남는다.
그렇게 대만은 내게 또 다른 추억이 됐다.
다시 돌아보니 결국 이런 말만 남는다.
“벌써, 또 가고싶다.”
이것이야말로,
대만이 가진 가장 강력한 매력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