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

‘저속노화, X의 新트렌드로 2030의 재밌고 멋진 유행이 되고 있다’

필자는 최근 타 매체 칼럼에서 SNS에서 저속노화가 젊은 세대의 유행이 되고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주업인 의료 활동 이외에도 사람들, 특히 MZ 세대라 불리기도 하는 2030 세대를 겨냥해 SNS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30 세대에게 접근하기 위해 글 쓰는 방식을 바꾸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여기엔 분명한 이유가 있으니, 2030 세대의 건강 상태가 최근 급격하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건강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고 2030 세대의 건강 상태는 뚜렷하게 나빠지고 있다. 이를 바꾸는 건 식습관을 비롯한 건강 습관이다. 이를 위해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설득이 필요했고, 그 방법은 그들에게 가까운 미디어인 SNS였다.

소통의 성과는 조금씩 나타났다.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올린 트윗의 조회수 41만 2000회, 재게시 723회, ‘마음에 들어요’ 709개에 달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은, X(구 트위터) 팔로워 수는 글을 쓰는 현재 7만 9596명에 달한다. 최근에 가장 반응이 좋았던 트윗은 이틀 전에 올린 것인데, 조회수가 114만회, 재게시 또는 인용이 2,439회, ‘마음에 들어요’는 2,171개에 달한다. 한마디로 영향력이 더 커졌다.

혼자 이야기해선 소통의 한계가 있다. 관심 있는 이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X에 ‘저속노화 식단’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저속노화를 할 수 있는 식단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인데, 가입자 수가 2만 5204명이다. 처음 개설할 때만 해도 걱정이 컸다. 과연 사람들이 글을 올릴까? ‘어그로(관심을 받기 위한 과격한 행위)’성 게시물을 올리지는 않을까? 관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걱정보다는 순탄하게 흘러갔고,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한국에 이렇게 요리, 그림, 사진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덤이다. 감사하고 놀라운 일이다.

유튜브도 개설했다. X(구 트위터)의 문제점 중 하나는 게시물 검색이 어렵다는 데 있다. 아무리 글을 공들여 올려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글을 찾기 어려워진다. 마치 ‘솜씻너’(솜사탕을 물에 씻어 먹으려 다가 녹아버려서 당황한 너구리에서 따온 밈, 어떤 게시물 등을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을 비유)가 된 기분이다. 소위 역주행 사태에서도 드러나듯 중요한 정보는 계속 검색되며 확산된다. 유튜브의 역할 역시 정보가 지속적으로 검색되고 소비되기 위함이었다. 마치 골목에서 식료품을 파는 트럭이 녹음해서 틀고 다니듯이 말이다. 유튜브의 구독자 수는 8만 7911명이다.

2030 세대에게 다가가고자 했던 시도들이 떠오른다. 밈과 짤을 도입하기로 마음먹은 후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밈과 짤에 대해 공부했다. 쓰지 말아야 할 밈과 짤을 배웠고, ‘짤창고’라는 폴더를 만들어 내가 쓸 짤들을 저장해 뒀다. 메시지만 정확하고 좋으면 되지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 묻는 이들도 있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세상에 좋은 메시지는 너무 많지만 필요한 이들의 마음에 닿기엔 쉽지 않다. 그것이 특히나 2030 세대라면 더욱 그렇다. 사람들이 내 트윗을 보고 웃다가도 가랑비에 옷 젖듯이 물 들어가기를 바랐고,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는 것을 볼 때의 큰 행복을 느꼈다. 어떤 이는 가속노화 음식을 먹으려다가 내가 생각나서 관두었다고 트윗했고, 저속노화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모습을 보이던 사람이 드디어 렌틸콩을 샀다고 올린 트윗을 보며 즐거웠다.

YTN과 인터뷰는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을 끌어낸 하나의 이정표였다. <‘마라탕후루’ 대신 ‘저속노화’ 빠진 MZ…”자기 돌봄의 매력”>이라는 제목으로 뉴스가 나갔는데, 이미 많이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다시 한번 큰 관심을 끌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세부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큰 방향성은 있었지만, ‘MZ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설득하자’, ‘그러기 위해서 MZ의 소통방식인 밈과 짤을 선택하자’. 큰 방향을 둔 채 나머지는 그날그날 떠오르는 대로 대처했다. 고심해서 쓴 트윗에 호응이 저조해서 상심하기도, 별로 생각하지 않고 쓴 트윗이 ‘터져서’ 당황한 적도 있었다. 트위터리안들의 반응에 마음을 다친 순간도, 감동을 받은 순간도 있었다.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음에도 여전히 남은 목표가 있다. 첫째는 이 저속노화 유행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유행의 ‘유’는 흐를 유다. 관심 끌다가도 어느새 사라질 수 있는 법이다. 처음엔 그렇게라도 2030 세대가 관심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이제는 욕심이 더 생겼다. 신기해서 따라 하다가 마는 것이 아닌 저속노화가 일상의 습관으로 자리잡길 꿈꾼다.

둘째는 저속노화라는 개념이 오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근래 들어 노란불이 들어왔다. 저속노화 개념이 마케팅에 적극 사용되는 과정에서 대충 ‘잘 먹고 잘살자’, ‘안티에이징’ 등의 개념으로 오용되는 경우가 보인다. 아무리 유행을 활용한다 해도 그렇지 안티에이징 피부 미용기기에 저속노화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2000년대 초 ‘웰빙’이 사용되는 방식을 떠오르게 해서 최근 경계하는 중이다.

이번 칼럼은 필자의 SOS 요청이기도 하다. 저속노화를 일상으로 자리 잡게 하는 법, 저속노화의 개념이 오용되어 훼손되지 않는 것. 이 두 목표를 어떻게 이루면 좋을까? 아프면 의사에게 가듯이 이 분야 최고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구한다. 제일매거진 독자 여러분 중에 홍보 전문가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 메일 (slow_doctor@eoeoeo.net)으로 자유롭게 의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를 취득했다. 내과 실습 시절, 응급실에 실려 온 노인 환자가 먹던 처방약 중 특정 약을 빼자 며칠 만에 회복되는 모습을 본 후 노인의학에 매료되었다. 석사과정에서 인간의 노화에 대해 연구했고, 노화의 원리를 더 공부하고 싶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에 들어가 이학박사를 취득했다. 현재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임상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어쩌다 어른〉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에 출연해 가속노화의 위험을 알리며 화제를 모았고, ‘노화를 막는 초간단 식사법’을 소개한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358만 회를 기록하는 등 ‘저속노화’ 열풍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