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강태구 프로(메타버스 사업팀)

“메타버스가 뭐예요? 프로님, 메타버스 전문가시잖아요.”

요즘 자주 듣는 질문이자 나를 난감하게 하는 질문이다. 카피라이터가 항상 명카피를 번뜩 내놓는게 아니고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전문가라고 지역별 행사 장소를 줄줄이 꿰고 다니는 게 아니듯 메타버스 관련 팀이라고 메타버스의 현황과 전망,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게다가 우리가 말하는 ‘메타버스’에는 너무나도 많은 개념이 뒤섞여 있는 데다, 현장의 변화는 시시각각이라 더욱더 어렵다.

메타버스, 별로 다를 게 없잖아?

“The metaverse is bullshit.” 영미권의 유력 게임 전문지 PC 게이머의 취재기자 Wes Fenlon의 칼럼 이후, 해외 전문가나 국내외의 유튜버들 사이에 메타버스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있는, 별로 다를 것도 없는 현상에 이름을 그럴듯하게 붙여 투자금을 끌어들이려는 일부 투자 기관의 글로벌적 음모라는 의견, 기술로나 인프라 차원에서 먼 이야기를 당장 있는 것처럼 침소봉대했다는 의견 등이다. 이 의견들의 주된 근거는 메타버스라고 이름 붙인 ‘새로운’ 콘텐츠와 플랫폼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의견들은 실제 타당한 측면이 있다. 플랫폼 차원으로 보면 2003년 출시된 온라인 가상현실 플랫폼 ‘세컨드라이프’ 이상으로 발전한 형태는 없다고도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이 느끼기엔 제페토처럼 3D 폴리곤이 좀 둥글둥글 해졌다는 것 정도일지 모른다. 물론 실제 제작과 개발 측면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서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 콘텐츠는 또 어떤가. 최근까지 회자되던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포트나이트 모두 기존의 개념으로 충분히 해석되고 범주화할 수 있는 ‘발전된 게임’이지 세상을 뒤집어엎는 ‘그 무엇’은 아니다.

메타버스, 그 거대한 무엇

메타버스라는 이름은 너무 거대한 데다 공간 개념적이다. 메타버스의 주요 속성으로 꼽는 가상세계, 거울 세계, 증강현실, 라이프로깅은 서로 묶을 수 없는 속성들인데, 이를 가상이라는 또 하나의 추상적 개념으로 묶고 다시 메타버스라는 공간 개념까지 더한 단어로 만들었다. 개념을 개념으로 묶어서 신개념화했다. 이러다 보니 메타버스를 주제로 얘기하더라도 머릿속에 그리는 그림이 다를 수밖에 없다. 언젠가 한 번은 외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참 지나 보니 본인은 브랜드가 만든 버추얼 월드, 다른 한 분은 브랜드 숍의 증강현실, 또 다른 분은 디지털 트윈 상에서의 매장 이야기를 하고 있던 적도 있다.

메타버스라는 단어의 거대함이 구체적인 변화를 변화가 아닌 것처럼 만들어 버린다. 대부분이 거대한 개념 ‘메타버스’가 가져올 새롭고 엄청난 혁신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 일어나고 있는 의미 있는 변화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기기 쉽다. 데이터 전송량이 빨라져 15분 기다리던 것을 1분 안에 구현하고, 마케팅에 도입하기 버거웠던 공간과 게임을 저렴하고 빠르게 도입할 수 있게 된 변화가 초라해 보이는 것이다. 분명 의미 있는 변화임에도 기대가 높아져 소소하게 느껴지기에 오는 비관론. 메타버스라는 커다란 이름은 성실한 업계 사람들에게 이런 후폭풍을 남기기도 한다.

메타버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인식변화에 핵심이 있다

최근 메타버스를 둘러싼 가장 혁신적이라고 할 만한 변화는 데이터 자산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어스 2에서 땅을 사고, 디센트럴랜드에서 삼성전자나 코카콜라 아이템을 구매한다. 물론 20년 전에도 도토리로 음악을 사거나 방을 꾸미는 등 돈을 투여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그 규모와 가치가 달라졌다. 집에 냉장고를 들이는 것처럼, 가상화폐지갑에 NFT를 담는 것도 같은 가치를 지닌다. 도토리로 방을 꾸미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머릿속에서 감가상각되어 사라지지만, NFT는 내가 속한 커뮤니티에서 그 보유 가치가 인정되고 유지된다. 커뮤니티는 20년 전보다 훨씬 크다.

최근 미/영에서 있었던 NFT 관련 조사가 눈길을 끈다. 사람들이 NFT에 대하여 (수익목적으로)흥미롭다가 미국 37%, 영국 30% 였고, (자산증식과 아티스트 입장에서) 도움이 된다가 두나라 모두 24%로 둘을 합친 긍정응답이 미국 60%. 영국 53%에 달했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자산에 대해 큰 돈을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응답이 미국 46%, 영국 36%에 달했다. 세계적으로 가상 자산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 인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출처: The sudden hype around NFTsWhat do people think about it? )
https://piplsay.com/the-sudden-hype-around-nfts-what-do-people-think-about-it/

이러한 현상은 80년대부터 경험한 게임문화가 한 몫 했다. 콘솔부터 PC, 모바일로 이어지는 게임 문화는 사람들에게 가상의 물건도 사회에서 가치를 지니고 거래될 수 있다는 경험을 주었다. 이 경험이 지금 시장을 이루고 있다. 이미지, 영상, 오디오, 행동 데이터, 아이콘, 캐릭터, 아바타, 암호화폐. 거기에 3D 폴리곤 기술이 더해지면서 보다 ‘그럴듯해’ 보이는 것에 사람들이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마치 금본위에서 달러 본위로 바뀌는 세계처럼 말이다. 가치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시장이 반응한다면 가치는 형성된다. 게다가 그 가치는 활용 가능한 세상, 메타버스가 존재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커뮤니티가 지속되는 한, 영속적이다.  

3D 가상현실, 당장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사람, 스스로 응답하는 AI를 만드는 것도 메타버스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메타버스로 인한 비즈니스적인 변화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행동과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간파하는 것에 달려있다. 사람들이 가치를 인정하는 ‘디지털 자산’을 누가 만드느냐, 자산이 거래되는 플랫폼을 누가 만드느냐, 가치를 인정하는 커뮤니티 규모를 얼마나 가지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다. 그 변화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제일기획 강태구 프로 (메타버스 사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