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프로 (제일기획 Answer 6팀)
혹시 ‘반려견은 주인을 닮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반려견이 나와 똑같이 멍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문득 ‘아니 뭔가 나랑 닮았네…?’ 했던 순간을 겪어 봤을 것이다. 나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비슷한 자세로 눕고, 심지어 비슷한 템포로 걷는 반려견을 보며 뭔가 진짜 한 가족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바로 그 순간 말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아직 함께하지 않은 유기견 중에서도 나와 똑 닮은 친구를 찾을 수 있다면? 그런 경우에도 가족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독(Dog)플갱어 캠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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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입양, 하고는 싶은데 쉽지 않다고?
유기견 입양을 고민해본 적 있는가? 실제 조사에 따르면, 84%의 사람들이 유기견 입양 의사가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 입양률은 9%에 불과했다. 입양하고 싶은 마음은 한 구석에 있지만, 왠지 모를 심리적 장벽 때문에 막상 행동으로 옮기긴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열흘 안에 새 가족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되는 것이 현실. 이를 더 이상 모르는 척 할 수 만은 없었다. 마침 인기 콘텐츠이자 유기견 캐릭터인 <긍정왕 김땅콩>이 함께 나섰다. 유기견 입양에 가장 적극적인 2030세대를 타겟으로 입양을 독려하고, 실제 입양까지 이어질 수 있는 캠페인을 기획했다. AI라는 혁신적인 방법을 활용해서!
AI로 찾는 ‘나의 도플갱어 반려견’
입양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려면, 직관적으로 마치 나의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것 같은 유대감을 느끼게 해주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사회심리학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단순히 눈매나 얼굴형 같은 외모적인 요소만 비슷한 것보다 감정과 분위기까지 닮은 경우 더 강한 유대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었고, 이는 반려인과 반려견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나와 닮은 반려견 찾기’ 서비스. 이는 일반적인 얼굴 인식 기술이 아닌 ‘Cross-Species AI Matching System’을 활용한 것으로, 단순 외모 유사성을 넘어 표정과 감정, 에너지 레벨, 분위기까지 분석해 나와 가장 ‘가족 같은 유사성’을 가진 유기견을 매칭해 주는 서비스다.
“에너지가 넘치는 당신, 이 강아지는 당신처럼 활력이 넘쳐요!”
“조용하고 차분한 당신, 이 강아지도 당신처럼 부드러운 눈빛을 가졌어요.”
이러한 세부적인 설명을 함께 덧붙여, 매칭된 유기견과 마치 ‘운명적인 만남’처럼 느껴지도록 함으로써 입양을 고민하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고, 실제 입양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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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Dog)플갱어 캠페인’, 실제로 탄생하기까지의 그 지난한 과정
이 아이디어가 처음 나온 후, 막상 실행하려고 하니 생각보다 산 넘어 산의 연속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종이 다른 두 개체인 ‘사람’과 ‘개’를 1:1로 매칭하여 외모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감정과 분위기 등 복합적인 요소까지 비교 분석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AI 기술자들과 수차례에 걸친 토론 및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세가지 분석 기준을 만들어냈다. ‘시각적 요소(외형적 유사성; 얼굴 특징, 색상 및 톤, 표정, 머리 기울기 및 자세 등)’, ‘정서적 요소(감정적 유사성; 에너지 레벨, 분위기 조화, 성격적 힌트 등)’, 그리고 ‘구조적 요소(형태적 조화; 얼굴형, 전반적인 윤곽선 등)’ 이렇게 총 세가지 기준에 따라 분석 및 매칭하는 로직을 개발해냈다. 이렇게 탄생한 ‘Cross-Species AI Matching System’을 기반으로, 마침내 ‘나와 닮은 반려견 찾기’ 서비스가 신뢰도 높은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었다.
2030세대의 ‘닮은꼴 공유 문화’로 확산시키다
언제부터인가 2030세대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각종 캐릭터, 연예인, 색깔 등을 찾아보고 SNS에 공유하는 걸 즐겨하게 됐다. 우리는 이런 문화를 차용해, ‘나와 가장 닮은 유기견을 찾아보고 이를 공유’하며 이 캠페인이 자발적으로 확산되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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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똑 닮은 강아지를 공유하면, 입양 기부금 100원 기부!”
SNS에 나와 닮은 귀여운 녀석을 공유도 하고, 기부도 하고 그야말로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 이 캠페인은 결과적으로 자연스럽게 퍼져 나가며 런칭 10일만에 접속자 수 2만명을 넘어서게 되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닮은꼴 강아지를 공유하며 유기견에 대해서도, 입양에 대해서도 한 번쯤 더 생각해보게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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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아서 더 끌리는, 그 새로운 가족들을 위해
강아지를 입양할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귀여움 뿐만이 아니다. 반려견과 반려인은 서로의 성향과 생활방식이 맞을수록 더 오랫동안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를 말랑말랑하게 풀어내어, 유기견과 사람 간의 ‘가족적 유대감’을 직접 발견하는 경험을 만들었다.
“나와 닮은 유기견이 있다는 것만으로, 입양에 더 관심이 생겼어요.”
“저랑 97% 매치된 강아지가 나와서 신기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했어요.”
이런 반응들이 쏟아지면서, 우리는 한 가지를 확신할 수 있었다. ‘유기견 입양에 대한 심리적 장벽은, 언젠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와 잘 맞는 사람이든 강아지든, 그런 대상과의 만남은 참으로 귀하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과 유기견 사이에, 우리 ‘독(Dog)플갱어 캠페인’이 있었다.
이지현 프로 (제일기획 Answer 6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