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서포트 전략기획팀장 신동형

챗GPT와 함께 시작된 AI 열풍이 우리 일상을 바꾸고 있다. 우리의 삶을 디지털화시키는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을 넘어 모든 영역에 AI가 적용되어 변화시키는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마케터들이 관심 있는 유통 분야 역시 마찬가지로 AI와 만나 커다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올해 열린 CES 2024에서 선보인 글로벌 브랜드 사례를 중심으로 AI를 활용한 유통 기업이 어떤 서비스를 보여줄 수 있는지 가늠해 보자.

CES(소비자 가전 박람회: Consumer Electronic Show)는 매년 1월 초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테크 행사로, 년 초에 진행되기 때문에 그 해 테크 산업 또는 시장 동향을 살펴보기에 좋은 기회가 된다. 올해 CES 2024의 주제는 ‘ALL Together, All On’으로 ‘모든 산업과 기업이 다 함께 인류의 문제를 혁신 기술로 해결하자’로, 그 핵심은 AI였다. 즉 전 산업의 AI 융합 또는 AX가 핵심 키워드였다.

그리고 핵심 아젠다가 논의되는 CES 기조연설(Keynote Speech)에서 올해 단연코 주목받은 곳은 월마트였다. 그 이유는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유통 공룡으로 알려진 월마트가 AX를 통해 변신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월마트 기조연설에 글로벌 AI 기술과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가 등장해 월마트의 성공적인 AX를 뒷받침해 주기도 했다. 이에 월마트의 AX 여정을 살펴보고 그 외 유통기업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즐거운 쇼핑 경험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OUT

월마트는 고객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AI를 활용해 고객 경험, 공급망 관리, 배송 등 3가지 영역을 혁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중 고객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월마트는 고객이 즐거운 쇼핑 경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캔 앤 고(Scan and Go)’와 ‘가정 내 채움(In Home Replenishment)’ 서비스다.

마트에서 물건을 고른 후 스마트폰 앱으로 스캔 후 따로 계산 없이 가지고 가는 월마트의 스캔 앤 고(scan & go) (출처: 월마트 홈페이지)

첫째, 스캔 앤 고는 앱에서 고객 스스로 스캔하고 카트에 담아, 탭으로 결제해 계산대를 건너뛰고 출구로 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고객이 사고 싶은 상품을 잘 찾아서 담는 행동에만 집중하도록 하여 즐거운 쇼핑 경험을 극대화하고, 줄을 서서 계산하는 즐겁지 않은 행동은 피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여기서 AI가 접목된 컴퓨터 비전 기술을 사용해서 계산 내역과 갖고 나가는 물품을 매칭시킬 수 있어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 출구를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정기적 구매하는 제품을 AI가 알아서 채워주는 월마트의 서비스 (출처: CES 홈페이지)

둘째, 가정 내 채움 서비스는 고객 구매 패턴을 기반으로 고객이 필요한 상품을 AI가 알아서 채워 넣어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고객의 반복적인 입력 작업을 없애고, 고객의 루틴을 지켜주기 때문에 불편한 일상에서 탈피하게 해 준다고 한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사과를 먹는 루틴이 있는 사람이 깜빡하고 주문하지 못해 냉장고에 없을 때 그 실망감이 하루를 망칠 수도 있는데, 이를 방지해 줄 수 있다.

화장지, 쌀, 우유처럼 일상적으로 쓰는 제품의 경우 매번 구매하기도 귀찮고, 깜빡하면 불편함만 준다. 월마트는 가정 내 채움 서비스 고객의 소비 패턴과 복잡성에 집중하기 때문에 기존의 공급자 중심의 스케줄과 단순성에 입각한 구독 서비스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필요 없는 상품은 쇼핑 리스트에서 사용자가 직접 제거할 수 있다.

마트 입장 시 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구매 후 떠날 때 신경 쓸 필요 없는 아마존의 ‘저스트 워크 아웃’ (출처: 아마존 저스트 워크 아웃 유튜브)

월마트 외 아마존도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이라는 비전 객체 인식, 딥 러닝 및 센서와 기술을 결합해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 출구를 지나갈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아마존은 완전히 계산대를 거치치 않고 나가기보다, AI를 통해 개인의 손목 정맥 정보를 인증 정보와 카드 정보를 연계시켜, 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결제가 될 수 있는 ‘아마존 원(AMAZON ONE)’ 기술도 출시했다. 아마존은 온라인 중심이기 때문에 이들 기술을 외부 유통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딱 내가 찾는, 믿을 만한 제품을 알려줘! 온라인 쇼핑도 AI

아마존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고객이 확인하고자 하는 특정 키워드를 쉽게 확인하도록 하는 리뷰 하이라이트(Review Highlight) 기능도 제공 중이다. 리뷰 작성에서 자주 언급되는 제품 기능과 고객 감정을 강조하는 짧은 단락을 제품 상세 페이지 오른쪽에 제공하여 고객이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인지 한눈에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아마존은 더 신뢰받는 쇼핑몰이 될 수 있도록 AI를 통해서 거짓 리뷰를 걸러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아마존은 부킹닷컴, 익스피디아 그룹, 글래스도어, 트립어드바이저, 트러스트파일롯과 협력하여 신뢰할 수 있는 리뷰를 위한 국제 연합도 출범시켰다. 그 외 AI를 활용해서 맞춤형 제품 추천, 맞춤형 프로모션 및 24시간 상담 대응이 가능한 AI 챗봇 등은 앞서 언급한 월마트, 아마존을 포함해 코스트코 등 다양한 쇼핑 기업들이 이미 일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가 물건 정보를 찾고, 제품을 구매해, 결제한다는 쇼핑의 기존 방식은 여러 트렌드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그 원형을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AI 기술과 함께 쇼핑에서 역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해지는 방식이 다채로워지고, 편리해지며, 색다르게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쇼핑에 관심 있는 마케터들이라면 글로벌 기업들의 앞서가는 변화에 주목해 보길 바란다.


신동형 알서포트 전략기획팀장

원격 기술 아시아 No.1인 알서포트에서 기업 전략·관리, 기업·사업 개발 업무를 맡고 있으며, 그 전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LG경제연구원 등에서 기업, 기술과 산업 분석은 물론 거시적 관점의 분석과 전략수립론을 익혔다. 이노베이션 3.0 저서을 통해서 인프라가 어떻게 산업과 일상을 변화시키는지 살펴보았고, 변화 너머 라는 미래 전망서를 통해 5G와 6G가 기반이 되어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새로운 기술 테마로 XIA, 즉 XR(확장현실), IoT(사물 인터넷), AI(인공지능)를 제시한 바가 있다. XIA 진화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면서 일상, 사회 경제 변화까지 폭넓게 연구하며 다양한 강연, 보고서, 자문 등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