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우_브랜드 테크기업 ‘더 워터멜론’ 공동 대표

비대면이 일상화된 시기이지만 브랜드 공간은 더 생겨나고 있다는데. ‘비대면 체험 마케팅’은 많은 관심을 넘어 기업과 브랜드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비대면이 화두가 된 것은 단지 팬데믹의 영향만은 아니다. 그 전부터 새로운 핵심 소비층인 MZ세대가 브랜드를 접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었다. MZ세대는 비대면 채널에서 소통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브랜드 역시 그들의 핵심 고객을 만나기 위해 온, 오프라인을 넘은 디지털, 혹은 융합된 형태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추세다. 팬데믹이 이 흐름을 가속하긴 했지만, 타겟 고객의 성향과 고객과의 접점이 달라지며 자연적으로 발생한 니즈라고 할 수 있다.

비대면, 브랜드에 펼쳐진 새로운 기회

비대면 체험 마케팅은 브랜드들에 어떤 기회를 줄 수 있을까? 고객과의 접근 가능성을 높여 끊임없는 브랜드 경험을 전할 수 있게 한다. 그전까지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경험이 끊기고 이어지기를 반복했다면, 비대면 체험 마케팅이 활성화되며 경험의 연속성이 생기게 되었다.

패션브랜드 ‘캉골’의 디지털 쇼룸 (출처: 캉골 웹사이트)

MZ 세대에게 캥거루 로고로 친숙한 패션 브랜드, 캉골(Kangol)은 VR(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쇼룸을 선보였다. 캉골샵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1~2층의 공간에 신상품이 구성되어 있다. 이는 홍대에 위치한 캉골 스토어를 360도 카메라로 촬영해 구현한 것으로, 온라인에서도 마치 실제 공간에 와있는 것처럼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각 제품에 표시된 흰색 점을 누르면 제품 상세 페이지를 볼 수 있고, 2층에는 힙합 아티스트 우원재의 공연 영상을 상영해 주 고객인 MZ 세대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VR 기술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새 컬렉션을 선보이는 고객과의 접점을 성공적으로 만든 사례다.

발렌티노의 2020 봄여름 컬렉션 의상을 입은 모델과 동물의 숲 캐릭터 (출처: 조선비즈)

명품 패션 브랜드도 디지털 쇼룸을 통해 오프라인 경험을 온라인에서 가능하게 한다. 발렌티노(Valentino)와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는 ‘동물의 숲’에서 2020 S/S 컬렉션 의상을 선보였다. 구찌(GUCCI)는 제페토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구찌 빌라(Gucci Villa)를 만들어 2021 S/S 컬렉션을 구경하고 입어 볼 수 있는 비대면 체험 공간을 만들었다.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이 담당했던 역할을 비대면 환경에서 최대한 유사하게 체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VVIP 대상 행사에서 태블릿으로 명품 브랜드의 VR 쇼룸을 제공하기도 했다. 오프라인 패션쇼의 오더 시트는 VR 쇼룸에서 관심상품을 클릭하면 바로 구매할 수 있는 히든 링크로 대체했다.

 한성자동차의 디지털 쇼룸 소개 (출처: 한성자동차 공식 페이스북)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런 흐름을 찾아볼 수 있다.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 한성자동차의 미래형 디지털 쇼룸을 표현한 ‘디지털 파크’가 그 예다. 디지털 파크는 신형 벤츠 모델 전시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의 비전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VR 체험 프로그램, 키오스크 온라인 시승 예약, 자신에게 맞는 EQC(벤츠 전기차 모델)를 추천받는 온라인 레이싱 게임 등 온, 오프라인이 연결된 디지털 체험을 제공한다. 이전의 체험형 이동전시장인 ‘디지털 큐브’에서 종합적인 디지털 체험 공간으로 규모와 컨셉을 확장한 형태다.

이처럼 요즘 브랜드들에는 고객의 직간접 경험(체험)을 통한 상호작용이 아주 중요한 키워드다. 고객이 브랜드를 스스로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만들고, 연속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면 상호 교감은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

구찌와 제페토가 콜라보레이션해 만든 ‘구찌 빌라’ (출처: 구찌 웹사이트)

그동안 브랜드들은 새로운 기술과 가능성이 삶으로 들어올 때마다 많은 기회를 맛보았다. 럭셔리 브랜드를 예로 들면, 과거에 고객이 럭셔리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곳은 대형 백화점의 거대 광고판이나 패션지의 전면 광고였다. 하지만 이제는 비대면 채널 또는 가상세계로 고객 접점이 넓어졌다. 브랜드의 가치를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진 것. 대면 vs 비대면, 오프라인 vs 온라인의 문제이기보다 ‘어떻게 고객들에게 온전한 브랜드 경험 혹은 체험을 끊이지 않게 제공할까’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차상우

CJ, LG에서 글로벌 사업전략 및 브랜드 마케터로,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회사 인터브랜드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다양한 분야를 거치면서 국내외 폭넓은 영역에서 사업과 브랜드에 대한 전략 수립 및 실행 업무를 담당해왔다. 현재는 국내 최대 브랜드 커뮤니티인 Be my B 및 온라인 브랜드 개발 플랫폼 아보카도를 운영하는 브랜드 테크기업 더워터멜론, 브랜드&캠페인 통합 컨설팅 그룹 TWC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