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매거진 편집팀
세계 곳곳의 낯선 트렌드 속엔 오늘을 사는 소비자들의 바람과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이번 <제일문물단>은 자극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달라진 선택에 주목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루함을 일부러 견디고, 고통 대신 아늑함을 택하는 운동 방식까지, 자극을 대하는 새로운 자기 관리 루틴들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낯설면서도 고개 끄덕여지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일문물단에서 확인하시죠.
문물 1. Z세대는 ‘지루함’을 연습한다, 로우도깅 보어덤
SNS 게시물 속 누군가 의자에 앉아 허공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도 TV도 보지 않고, 이어폰 역시 끼지 않습니다. 순수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지루함을 묵묵히 견뎌낼 뿐이죠. 북미 Z세대 사이에서 확산 중인 ‘로우도깅 보어덤(Rawdogging Boredom)’ 챌린지 이야기입니다. 의도적으로 지루한 상태를 연출해 이를 견디는 행동을 일종의 놀이이자 훈련으로 만든 것입니다. SNS에서는 #rawdogging, #rawdoggingboredom, #boredomchallenge 같은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지루함 견디기’를 인증하는 게시물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처음엔 불안했는데, 점점 생각이 또렷해졌다”, “스마트폰 없이 버티는 게 오히려 명상 같았다.” 챌린지에 참여한 Z세대의 경험담이 공유되며, 이 행동은 하나의 자기 관리 루틴처럼 소비되고 있습니다. 해외 언론들은 이를 일종의 ‘주의력 재활 훈련’, 즉 그동안 스마트폰과 숏폼 콘텐츠에 빼앗겨온 주의력과 집중력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합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지루함을 피하고자 애썼다면, 이제는 오히려 지루함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연습한다는 점이 독특한 것 같습니다.
문물 2. 운동도 아늑해야 한다, 코지 카디오
‘걸어 나가는 당신. 운동 부족! 다시 운동.’ 한때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헬스장 입구 문구입니다. 걷지 못하고 기어나갈 정도로 해야 제대로 운동했다는 의미죠. 이처럼 운동은 오랫동안 고통과 인내의 영역이었지만, 최근 영미권을 중심으로 이와는 정반대의 운동 트렌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코지 카디오(Cozi Cardio)’는 무드등을 켜고, 따뜻한 차를 곁들인 채 집에서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저강도 운동 방식입니다. 빠른 속도나 강한 자극보다, 편안한 환경과 안정된 기분을 함께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죠.

이런 방식은 오늘의 컨디션과 감정에 맞춰 운동 방식을 선택하는 마인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지 카디오에 참여해 인증하는 이들은 운동해야 한다는 압박이 사라지며, 오히려 운동이 즐거워졌다고 말합니다. 운동을 열심히 해 이겨내는 성취의 관점이 여전히 주류로 남아 있지만, 그 곁에서 운동을 대하는 또 다른 관점이 조용히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