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김덕진 소장

“이번 주말 제주도 가는데 가족이 좋아할 맛집 3곳만 추천해 줘.”

과거라면 검색창에 ‘제주도 맛집’을 입력하고 블로그 후기를 수십 개 비교했을 것이다. 하지만 2026년을 앞둔 지금, 소비자는 AI에게 질문을 던지고, AI가 정리한 세 가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으로 결정을 끝낸다. 클릭도, 비교도, 고민도 필요 없다. AI가 이미 ‘가장 적합한 답’을 준비해 놓기 때문이다.

2026년 온라인 소비 환경은 ‘검색 중심’에서 ‘AI 추천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소비자가 브랜드를 만나는 방식부터 정보를 소비하는 패턴, 최종 구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AI라는 필터를 통과하도록 재구성되는 구조적 전환이다. 마케터에게 이 변화는 새로운 기회이자 반드시 대응해야 하는 과제다.

컨설팅 그룹 ‘베인앤드컴퍼니’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80%가 전체 검색의 40% 이상을 ‘제로클릭’으로 해결한다. 제로클릭이란 검색 후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고, AI가 제공한 요약 정보만으로 의사결정을 마치는 현상이다. 구글 AI 오버뷰 도입 이후 클릭률은 30% 이상 감소했지만, 노출량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제 소비자는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벗어나 ‘AI가 선별한 답’을 소비한다. 30대 남성 선물을 고민하는 소비자는 더 이상 수십 개 쇼핑몰을 돌아다니지 않는다. AI에게 “30만 원대 골프용품 중 센스 있는 선물 3가지”를 요청하면, AI가 리뷰와 가격을 분석해 요약된 추천안을 화면에 띄워준다. 소비자는 그 화면 안에서 구매를 결정한다.

마케터에게 이는 충격적인 변화다. 트래픽이 곧 매출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우리 사이트 방문 없이도 구매가 일어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AI의 추천 목록에 오르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존재조차 인식되지 않는 ‘투명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검색엔진 최적화(SEO)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AI 최적화(AEO, Answer Engine Optimization)’가 필요하다. AI는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읽고 판단한다. 감성적인 카피나 모호한 은유보다 명확한 팩트와 더불어 구조화된 데이터를 선호한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편안함”이란 표현보다 “초경량 EVA 소재 미드솔 적용, 무게 250g”이란 문장이 AI에게는 더 명확한 정보다. AI는 이런 구체적인 속성값을 조합해 소비자의 질문에 답한다. 따라서 마케터는 다음 세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 명확한 팩트 중심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스펙, 수치, 기능 비교처럼 AI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모호한 표현은 피한다.

둘째, 정보를 AI가 읽기 쉬운 구조로 정리해야 한다.

AI는 사람이 글을 읽듯 자연스럽게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표·리스트·FAQ처럼 정보 구분이 명확한 형식을 선호한다. 이 과정에서 흔히 ‘마크업’이라 부르는, 각 정보의 의미를 표시해주는 구조화 작업이 중요하다. 정보가 이렇게 정리될수록 AI는 제품을 더 정확하게 해석한다.

셋째, 신뢰도 높은 출처를 확보해야 한다.

AI는 공신력 있는 매체나 다수의 검증된 리뷰를 우선적으로 반영한다. 단순 노출보다 ‘신뢰할 만한 평가’를 꾸준히 쌓는 전략이 필요하다.

허브스팟 CEO 야미니 랑간은 2025년 “전통적인 마케팅 퍼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라고 선언했다. 소비자가 여러 채널에 분산되고, 60%의 검색이 클릭 없이 끝나는 환경에서는 일방향 퍼널이 실제 소비 여정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에 대응해 허브스팟이 제안한 모델이 바로 ‘루프 마케팅(Loop Marketing)’이다.

루프 마케팅은 브랜드와 소비자 관계를 순환적으로 강화하는 구조다. 먼저 ‘Express(표현)’ 단계에서 브랜드의 취향·어조·관점을 분명히 정의해 AI가 학습할 기반을 만든다. 그다음 ‘Tailor(맞춤화)’ 단계에서는 고객 데이터와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AI 개인화를 실행해 참여율을 높인다. 이어지는 ‘Amplify(확산)’ 단계에서는 고객 접점 플랫폼을 확장하고, AEO를 통해 AI 검색 환경에서 가시성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Evolve(진화)’ 단계에서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지속적 최적화를 수행하며, 이 순환 구조를 완성한다.

핵심은 유입 중심 퍼널을 벗어나, 브랜드-고객 관계를 계속해서 강화하는 ‘순환형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AI는 이제 트래픽 통로가 아니라 관계를 설계하는 핵심 파트너가 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2026년을 준비하는 마케터는 세 가지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첫째, ‘한 줄 브랜딩’을 정의하라.

AI가 우리 브랜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어떤 문장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고, 그 문장이 디지털 공간 곳곳에서 반복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홈페이지, 상품 상세 페이지, 리뷰 가이드, 보도자료 등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면 AI는 그 패턴을 학습해 브랜드를 정확히 정의한다.

둘째, 요약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라.

복잡한 설명보다 핵심만 남기는 것이 AI 시대의 생존 전략이다. 모든 콘텐츠를 만들 때 “이 글은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인가?”, “그 답을 세 줄로 정리하면 무엇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질문-답변 구조, 표와 리스트, FAQ 등 AI가 인식하기 쉬운 포맷을 활용한다.

셋째, AI 노출률을 새로운 KPI로 삼아라.

클릭 수나 세션 수만으로는 더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 브랜드 카테고리에 관한 질문 100개 중, AI 답변에 우리가 몇 번 등장하는가?”를 측정해야 한다. 챗지피티, 퍼블렉시티, 제미나이 등 주요 AI 플랫폼에서 브랜드 언급 빈도와 맥락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경쟁사와 비교 분석해야 한다.

2026년 제로클릭의 시대, 마케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크리에이티브’와 ‘기계의 논리를 설득하는 데이터 엔지니어링’을 동시에 다루는 하이브리드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AI는 소비자의 가장 친절한 비서이자, 브랜드에게는 가장 까다로운 게이트키퍼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진정성’이다. AI는 방대한 리뷰 데이터를 분석해 거짓된 바이럴 마케팅과 진짜 만족도를 구분해낸다. 결국 제품의 본질적인 경쟁력과 진정성 있는 고객 경험이 없이는 AI의 간택을 받을 수 없다.

소비자는 정보 과부하의 피로감에서 벗어나 AI가 설계해 준 ‘최적의 선택’을 즐긴다. 선택의 고통을 외주화하는 셈이다. 이 흐름 속에서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AI를 경쟁자가 아닌, 브랜드 가치를 가장 정확하게 대변해 줄 파트너로 바라보는 것이다.

검색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AI가 설계한 추천의 시대다. 클릭 수에 연연하는 방식을 벗어나, AI라는 거대한 큐레이터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학습시키는 여정을 시작할 때다.

2026년, 당신의 브랜드는 AI에게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김덕진 소장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며, AI3의 CSO(최고전략책임자)이자 세종사이버대학교 AI교육센터장, 컴퓨터·AI공학과 초빙교수이다. 복잡한 IT 기술과 비즈니스 구조를 대중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역할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를 만들었고, ‘IT커뮤니케이터’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IT를 좀 더 친숙하게 연결하는 매개자로서, 기술만이 아니라 사회·문화·비즈니스 등 여러 맥락과 함께 독해하여 전달하는 데 능하며, 다양한 공중파 뉴스와 라디오 등에서 10년 이상 전문 패널로서 활동하며 IT커뮤니케이터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저서로 <AI 2026> <AI 2025> <AI 2024> <챗봇 2025> <AI 에이전트> <인간이 지워진다> <AI로 세상 읽기> 등이 있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Cheil Magazine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