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IT 커뮤니케이터 겸 작가
팬데믹은 우리 일상의 많은 것을 바꾸었지만, 그 중에서도 변화의 중심에 선 공간을 꼽자면 단연 ‘거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사람들은 거실이란 공간의 가능성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과거 거실은 가족이 함께 TV를 보거나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는 ‘머무는 공간’에 가까웠다. 그러나 첨단 IT 기술과 다채로운 콘텐츠가 결합하면서, 거실은 점차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허브’로 변모해 가고 있다. 밥 먹고 쉬던 공간이 기술과 취향이 만나는 무대로 바뀌어 가는 셈이다.
내 거실이 곧 영화관: 몰입의 경험
거실 진화의 첫 번째 양상은 ‘완벽한 몰입’의 구현이다. 기술 발전은 거실과 극장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며 집을 최고의 상영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초고화질 마이크로 LED와 8K 해상도 스크린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또한, 삼성전자의 ‘더 프리미어’ 같은 초단초점 프로젝터는 공간의 제약 없이 130인치가 넘는 대화면을 구현하여 극장과 같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어디에서 쉽게 설치할 수 있는 프로젝터 ‘더 프리미어 5’ (출처: 삼성전자 웹사이트)
입체적인 사운드 기술은 몰입의 깊이를 한층 더한다. 머리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 등 뒤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발소리까지 완벽하게 잡아내는 사운드 시스템은 우리를 영화 속 한가운데로 이끈다. 여기에 4K HDR, 돌비(Dolby) 기술을 지원하는 고품질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 서비스의 성장은 우리가 거실 소파에 앉아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영화를 체험하는’ 시대를 열었다.
정적인 게임을 넘어, 동적인 경험으로
완벽한 몰입 환경이 갖춰지자, 거실은 이제 ‘움직이는 경험’의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과거 거실에서의 게임이 소파에 앉아 컨트롤러를 쥐는 정적인 활동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공간 전체를 활용하는 동적인 액티비티로 변모하고 있다.

게이밍, 피트니스 및 엔터테인먼트까지 VR로 즐기는 퀘스트 3 (출처 : 메타 웹사이트)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공간 활용성’의 증대에 있다. 벽에 고정되었던 스크린은 이동 가능한 포터블 형태로 진화하여, 게임 화면을 벽이나 바닥 등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투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거실은 단순한 시청 공간을 넘어 온몸으로 즐기는 인터랙티브 플레이존으로 거듭나고 있다. 댄스 게임이나 피트니스 게임처럼 가족이 함께 움직이며 즐기는 콘텐츠의 인기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힐링과 웰니스의 무대로 확장하는 거실
거실의 본질적인 기능인 ‘쉼’ 또한 기술과 만나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거실을 기술과 융합된 웰니스(Wellness)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단순히 TV로 요가 영상을 따라 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TV에 연결된 카메라가 사용자의 움직임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자세를 교정해 주고, 스마트 워치와 연동해 심박수와 칼로리 소모량을 측정하며 전문적인 코칭을 제공한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은 쉼의 질을 개인 맞춤형 관리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TV와 연결해 개인 맞춤 코칭을 해주는 스마트 요가 매트리스 요기파이(Yogif) (출처 : 요기파이 유튜브)
정신적 휴식도 마찬가지다. TV의 초고화질 디스플레이는 평소 세계적인 명화를 보여주는 ‘디지털 캔버스’ 역할을 하거나, 주변 인테리어 및 날씨에 맞춰 화면과 사운드를 최적화하는 ‘앰비언트 모드’를 통해 공간에 안정감을 더한다. 이처럼 거실은 기술을 통해 신체 단련은 물론 예술적 영감과 정서적 안정까지 선사하며, 능동적이고 지적인 힐링 공간으로 확장 중이다.
공간의 지능화: AI와 IoT가 만드는 풍요로운 일상
이처럼 거실이 영화관에서 플레이그라운드, 그리고 하이테크 웰니스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변신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은 바로 ‘지능화’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은 앞서 언급된 모든 경험을 사용자가 신경 쓰지 않아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보이지 않는 지휘자’ 역할을 한다.
TV를 중심으로 집안의 조명, 스피커, 공기청정기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사용자의 상황과 취향을 먼저 파악하고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TV로 영화를 재생하면 거실 조명이 자동으로 어두워지고 사운드 시스템이 영화 모드로 전환되어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식이다.

거실 디바이스를 하나로 연결해 제어하는 통합 IoT 플랫폼, 삼성 스마트싱스 (출처: 삼성전자 웹사이트)
삼성의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같은 스마트홈 플랫폼은 이러한 연결과 제어의 중심에서 거실을 집안의 모든 기기를 관장하는 ‘두뇌’이자 ‘컨트롤 타워’로 기능하게 한다. 이제 거실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우리의 생활 전반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지능형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
가장 기대되는 삶의 무대, 거실
거실은 영화관(몰입)에서 플레이그라운드(경험)로, 나아가 지능형 공간(자동화)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의 거실은 우리의 취향과 기분을 먼저 파악해 콘텐츠를 추천하고,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기술과 만나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것이다.
이재훈 IT 커뮤니케이터 겸 작가 / IT 트렌드레터 ‘테크잇슈’ 발행인
일상 속 기술의 변화를 쉽고 흥미롭게 전하며, 기술과 사람을 잇고 있다. 국민은행, 현대카드, 삼성물산, 국민연금공단 등 다양한 기관/기업과 협업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샘 올트먼, 더 비전 2030』이 있다. IT 트렌드 관련 뉴스레터 ‘테크잇슈’를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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