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

2024년은 팝업스토어의 한 해였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1500여개 이상의 팝업스토어가 열렸고 이는 아주 작은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제외한 숫자임에도 상당히 많은 숫자다. 이제 팝업스토어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한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런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성장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즉, 너무 많아서 더 이상 팝업스토어가 새롭게 여겨지지 않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

필자가 작은 브랜드들을 위한 팝업스토어 서비스를 2018년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300여회 이상 진행하며 해온 고민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질문이다. 팝업스토어를 왜 하는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팝업스토어가 기획되고 진행된 것이 맞다면, 이 질문이 팝업스토어의 본질이자 오프라인 마케팅의 정의라고 생각한다.

팝업스토어의 목적은 우리 브랜드를 사랑할 만한 이유를 생각해 보게 하는 것, 그리고 설득과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팝업스토어가 많아져서 걱정’은 큰 의미가 없다. 우리 주변에 좋은 카페가 늘어나면 사람들이 고민하긴커녕 반대로 즐거워한다. 갈 만큼 좋은 곳이 부족하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결국 얼마나 좋은 것을 제대로 하는지의 문제이지 팝업스토어가 많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다만 팝업스토어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과거보단 고민이 필요하다. 치열한 고민 없이 팝업스토어를 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리테일의 미래라 불리었던 ‘아마존고(Amazon Go)’가 사라질 때 받았던 평가처럼 ‘한 번의 신기함이 전부’라는 수준에서는 의미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25년도를 맞이하는 브랜드 입장에서 더 이상 팝업스토어를 해본다는 건 목표가 될 수 없다. 이미 80%에 가까운 사람들이 한 번 이상 팝업스토어를 방문해 봤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팝업스토어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더 이상 팝업스토어는 신기한 것이 아니다. 의미 있는 경험과 시간을 제공하는 곳만이 효과를 내는 시기다.

팔로워가 많고 유명한 메가 인플루언서만 찾던 디지털 마케팅 업계는 이제 좀 더 다양한 규모의 인플루언서와 협업한다. 팔로워는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자기만의 색깔로 긴밀하게 소통하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소셜커뮤니케이션 파워가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팝업스토어에서도 이와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팝업스토어를 들르는 사람이 늘고, 일상화되면서 그곳에 방문했다는 이유로 꼭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게 되었다. 사람은 자기가 들른 팝업스토어 중에도 자기 취향에 맞는 것들을 기록하고 기억한다. 단순히 방문객 숫자가 아닌 해당 브랜드에 맞는 사람들이 얼마나 왔는지가 핵심이란 이야기다. 팝업스토어가 얼마나 화려한가가 아니라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얼마나 잘 전달되고 크게 공감을 받았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에만 약 3만여 개의 카페가 있다, 나름대로 큰 돈을 투자해서 멋지게 인테리어 한 곳은 많다. 하지만 우리가 찾아가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공간과 카페는 한 줌이다. 때로는 큰 돈을 들이지 않았음에도 소비자들이 애정하고 단골이 되는 카페들도 있다. 왜 그럴까? 결국 매장도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는 하드웨어(물성)만으로 선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멋진 인테리어도 도움은 되겠지만 그건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궁금해할 만한 콘셉트, 맛있는 메뉴, 때로는 주인이나 바리스타의 취향, 음악 선곡, 재미난 모임 등의 이유로도 우리는 그 장소를 우리가 좋아하고 선택한다.

이제 팝업스토어는 더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게임을 하고, 굿즈를 나눠주고, 사진을 남기는 익숙한 형태에서, 브랜드 각자에 맞는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것이다. 그리고 매장이 아닌 형태로도 성장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EQL성수의 경우 매장 내 공간의 50%가량이 2주 단위로 바뀌고 있다. 이 매장은 팝업스토어일까? 아닐까? 카페와 제휴해서 카페 공간에서도 다양한 행사나 이벤트, 전시들이 이뤄지기 시작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는 형태는 꼭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브랜드의 전략과 상황에 맞는 적절한 형태와 위치가 어디인가가 더 의미 있는 고민일 수 있다.

팝업스토어는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적인 공간이 되기 시작했다. 이젠 팝업스토어 자체가 특별한 것이 아닌 어떻게 설계되었는지가 특별함을 부여한다. 이제 사람들은 오프라인이 온라인이 주지 못하는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고 매력적인 체험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더현대서울, EQL성수등을 보면 이미 팝업스토어가 리테일 공간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화 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번 멋지게 만들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변화를 통해 생존과 재방문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비즈니스로 바뀌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2025년을 경제가 위축되는 시기로 예상한다. 이런 시기일수록 마케팅 예산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한정된 예산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해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팝업스토어의 형태가 등장할 것이다. 우리 브랜드는 오프라인 마케팅에서 어떤 성과를 측정할 것인지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

오프라인 마케팅 플랫폼 프로젝트 렌트 대표. 홍익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동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졸업 후,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와 현대카드 디자인팀에서 일했다. 브랜드 컨설팅 기업 필라멘트앤코를 창업하고 카페뎀셀브즈, 모던눌랑을 비롯해 수많은 F&B 브랜드와 아프니벤큐, 레디큐 등의 제품을 컨설팅했다. 모두가 ‘오프라인의 위기’를 말하며 온라인으로 달려갈 때, D2C(Direct to Consumer) 커뮤니케이션에서 절대 우위에 있는 오프라인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오프라인 마케팅 플랫폼 ‘프로젝트 렌트’의 문을 열어 다양한 브랜드를 소개하고, 팝업스토어의 특구가 된 성수동의 선도자로 활약했다. 300여 개의 팝업스토어를 기획, 운영하며 한국 최초로 RaaS(Retail as a Service) 기반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현대자동차, 삼성, 롯데 등 국내 기업 대상 브랜드 컨설팅과 공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콘텐츠 기반 공간 프로듀싱을 주제로 대중 강연도 꾸준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