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_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M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돈이 많거나 시장 경험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자본주의 키즈라고 불리는 것처럼, 좋은 브랜드나 제품을 파악하는 능력이 출중하며 이에 대한 열망도 크다. 또한 인터넷으로 정보를 적극적으로 확산시키고 공유한다. 인터넷에서 이슈 몰이하기에 다른 세대에게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현재의 구매 능력이 다른 세대에 비해 크지는 않지만, 소비시장을 이끌고 가는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고로 주목하게 되는 고객층이다.

이런 MZ들이 건강 트렌드에 푹 빠졌다. 이 트렌드는 MZ세대의 자기중심주의 가치관인 미이즘(Meism)과 관련 있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을 자신을 위한 방식으로 판단하는 사고방식 또는 생활 태도다. 이에 따라 중장년층 또는 노인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건강에 MZ세대가 진심을 보인다. 결혼을 늦게 하거나 1인 가구 비율이 높아 나를 챙기는 건 나뿐이라는 생각이 크고, 코로나를 거치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MZ세대가 추구하는 건강은 신체와 정신 모두이며, 이를 도와주는 상품이나 서비스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칼로리는 빼고, 프로틴은 더하기

출시 후 공식 몰에서 완판되며 인기를 끌고 있는 논알콜 맥주 ‘제주누보’ (출처: 제주맥주 홈페이지)

몸 건강을 위해 MZ세대가 관심을 두는 것은 건강식과 운동이다. 이 둘은 만병의 근원인 비만을 퇴치하고 신체의 아름다움도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다. 그런데 본래 건강식은 맛이 없고 운동은 힘들다. 과거에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녹즙처럼 맛없는 건강식을 먹고 힘들게 운동했다. MZ세대는 다르다. 힘들고 어려운 관리 말고, 이왕 하는 거 즐겁게 하자는 문화가 퍼져 있다. 이를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라 부르기도 한다. 어떻게 재미있게 건강관리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관련 상품이나 방법을 적극 활용한다. 헬시 플레저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거나 시간을 들인다.

대표적인 예가 칼로리를 빼는 제로 칼로리 식음료이다. 음료뿐만 아니라 과자나 젤리 등의 간식, 맥주나 소주, 기름에 이르기까지 제로 칼로리 제품이 출시되며 MZ세대의 각광을 받고 있다. 알코올 제로인 무알코올(Alcohol free) 맥주 또는 알코올 1% 미만인 비알코올(Non-alcoholic) 맥주의 선호도 높아지고 있다. 단백질 보충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프로틴 음료나 식품의 구매가 증가하고 있으며, 커피 쿠폰 대신 영양제를 선물로 주고받는 MZ세대도 늘고 있다.

그러나 건강에 대한 관여도가 높은 소비자들은 칼로리, 알코올, 프로틴 등에 민감하고 꼼꼼하게 따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제품이 아닐 경우는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제로 칼로리 음료가 칼로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 식품위생법상 음료수는 100ml당 4kcal 미만일 때 ‘제로 칼로리‘로 표기할 수 있다는 점, 설탕 대신 넣는 대체 감미료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에 소비자 반응을 예측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소식좌 먹방이 인기라고?

MZ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는 웹 예능 ‘밥 맛 없는 언니들’ (출처: 흥마늘 스튜디오 유튜브)

소식좌(小食座) 먹방이 인기를 끄는 것도 건강 트렌드의 한 예다. 예로부터 소식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것은 거의 상식처럼 되어 있다. 소식좌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날씬한 몸매도 닮고 싶은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이 널려 있는 요즘 식탐을 억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소식좌 먹방에서 식욕을 참는 기색도 없이 초연하게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 자극받고, 적어도 한동안 음식에 대한 욕망을 자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운동에 대한 중요성도 빠질 수 없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칼로리도 몸무게도, 군살도 빼는 게 목적이다. MZ세대 사이에서는 헬스뿐만 아니라 테니스, 요가, 등산, 골프 등 다양한 종목이 인기다. MZ세대가 SNS의 해시태그에 많이 적는 것 중 하나가 ‘오운완’이다. 오늘 운동 완료의 준말로, 건강을 위해 운동을 매일 꾸준히 실천한다는 것을 인증하는 것이다. SNS를 활용해 스스로 실천을 다지고, 가까운 친구들과 서로 격려하며 실천을 강화한다. SNS를 통해 운동할 사람을 모아 함께 운동하기도 한다. 운동 실천을 돕는 애플리케이션도 다양하게 개발되며, 활용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호텔 등의 숙박업계도 투숙객에게 아침 요가, 프라이빗 테니스, 골프 레슨 등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시하며, 스포츠케이션(Sport+Vacation)이란 용어도 생겨났다.

실내 테니스장 이용권과 레슨권을 함께 증정하는 웨스틴조선호텔의 숙박 패키지 (출처: 웨스틴조선호텔 인스타그램)

마음 건강도 스트레스는 빼고, 갓생은 더하기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옛말이 있지만, 정신건강을 위한 노력도 다양하다. MZ세대는 취업 실패, 직업의 비전, 사회초년생인 점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번아웃 증후군’에 대한 동아일보 조사에 따르면(2022년 7월) MZ세대의 번아웃 경험 비율은 43.9%, 40~60대는 28.6%로 나타나 다른 세대에 비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번아웃의 이유로 ‘남들과의 비교’, ‘성공에 대한 압박’, ‘완벽주의적 성향’ 등을 꼽는다.

MZ세대는 이러한 스트레스를 빼기 위해 휴가나 휴식을 원한다. 예를 들면 불멍, 물멍, 숲멍 등이다. 모닥불을 바라보는 불멍, 호수나 강을 바라보는 물멍, 숲을 바라보는 숲멍을 하기 좋은 캠핑도 인기다. 산 정상에서 산을 바라보는 산멍, 방안에서 향 연기를 바라보는 향멍까지도 있다. 도시를 벗어나 농촌이나 산촌에서 촌캉스를 즐기기도 한다. 이를 통해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이나 현재의 불안감을 없애고 새로 시작할 용기와 힘을 얻는다.

자존감과 자신감을 키우기 위한 리추얼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밑미 (출처: 밑미 웹사이트)

정신건강을 위한 더하기도 있다. 루틴 혹은 습관 형성 앱을 이용해 작지만 확실한 실천으로 무력감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아침 요가 하기, 눈뜨자마자 이불 개기, 경제 뉴스 보기, 외국어 공부하기, 미라클 모닝 실천하기 등이 소소한 실천의 사례다. 스마트 기기의 명상 콘텐츠를 활용하기도 한다. 아침 확언, 숙면 유도, 긍정적 생각하기 등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가 있다. ‘갓생(God+Life)’으로서 후회하지 않을 삶, 스스로 만족하는 부지런하고 모범적인 삶을 살고자 한다.

MZ세대는 미제네레이션(Me-generation)으로, 자신을 소중히 생각한다. 모든 일을 나를 위하는 방식으로 판단하고 생각하는 생활 태도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나타나는 것이 요즘의 건강 트렌드다. MZ세대는 건강한 삶을 위해서라면 비용이나 시간을 기꺼이 들여서라도 실행하며, 자신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소비자학회장과 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 회장을 역임했다. 2023년 대한가정학회 회장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신문과 방송의 소비트렌드 또는 소비생활 관련 인터뷰에 활발하게 임하고 있으며, 관련 기사나 방송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와 시장>, <소비트렌드의 이해와 분석>, <소비자상담> 등의 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