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흔_대학내일20대연구소 수석연구원
대세템이라고 할 것이 없는 초개인화의 시대다. 소비자들의 취향은 점점 더 미분화되고 파편화되고 있다. 대중을 타깃으로 한 아이템보다 소수의 마니아가 열광하는 스몰 히트템이 더 화제가 되고 주목받는다. 브랜드를 애정하는 ‘팬덤’을 만드는 것이 여러 기업과 브랜드의 숙제가 된 이유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브랜드의 팬덤을 만들고 강화하는 전략으로 팝업스토어가 주목받고 있다.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 매달 수십 개의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MZ세대 소비자도 적극적으로 팝업을 찾고 있다. MZ세대 43.7%가 최근 6개월 내 팝업스토어와 같은 브랜드 공간을 방문했으며, 특정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하기 위해서(36.4%)는 물론, 새로운 경험(34.6%)과 평소 관심이 많았던 브랜드(29.3%)를 경험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찾았다.1 이처럼 팝업스토어는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리는 것을 넘어 MZ세대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는 놀이터이자 좋아하는 브랜드와 취향을 디깅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요즘 세대의 마음을 얻고 브랜드의 팬을 만드는 팝업스토어 전략을 살펴보자.
콘셉트가 명확해야 사랑받는다
팝업스토어를 구성하는 요소는 제한적이다. 인증하기 좋은 예쁜 포토존, 독특한 체험과 이벤트, 여기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프레임을 제공하는 포토 부스와 한정판 굿즈까지. 묻히고 잊히지 않기 위해서는 이 한정적인 요소들을 활용해 소비자가 ‘차별성’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단순히 제품을 중심으로 기획된 곳보다는 명확한 콘셉트를 기반으로 탄탄하게 짜인 팝업스토어가 주목받는다.
최근엔 제품을 내세우기보다 콘셉트에 집중한 팝업을 쉽게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시몬스’처럼 대표 제품인 침대를 내세우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받은 영감을 철물점, 그로서리 스토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풀어내어 리브랜딩 하기도 한다. 또,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감성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하기도 한다. 지난 9월 팝업 전시를 연 ‘탬버린즈’를 주목해보자. 젠틀몬스터의 코스매틱 브랜드 ‘탬버린즈’는 지난 9월 첫 향수 컬렉션을 론칭하며 <solace: 한 줌의 위안>을 주제로 팝업 전시를 열었다.
(출처: 탬버린즈 인스타그램)
이 전시에서 단연 주목받은 것은 거대한 거인 인스톨레이션(설치물)이었다. 1층부터 2층까지의 공간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웅크린 거인의 형상이 자칫 기묘해 보일 수 있으나 탬버린즈라는 브랜드가 지속해서 추구해온 가치와 어우러져 독특한 시너지를 냈다. 여기에 향을 모티브로 만든 음악도 어우러져, 팝업 전시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후각은 물론 시각과 청각으로도 향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 단순히 공간을 예쁘게 꾸미고 향을 체험할 수 있게만 한 것이 아니라 오감으로 브랜드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팬덤 형성을 위해 디깅할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
Z세대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을 더 깊이 있게 파고들며 디깅하기를 원한다. 이런 니즈는 취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도 유효하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팝업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호감과 궁금증을 가진 팬일 가능성이 높으며, 브랜드에 대해 더 알아가고 디깅하기를 원한다.
디깅을 부르는 디테일은 팬덤이 탄탄한 아이돌 그룹의 팝업스토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NCT 127의 정규 4집 <질주>를 발매를 맞아 성수동 언더스탠드 에비뉴에 ‘질주 STREET’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미공개 콘텐츠 전시, 신곡 콘셉트를 살린 오락 체험존으로 콘텐츠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 미리 팝업 스토어를 다녀간 멤버들이 곳곳에 남겨놓은 낙서와 흔적을 찾는 재미가 있어 팬들의 과몰입을 불렀다. 오프라인으로 MD를 구매하는 곳 정도로 여겨지던 아이돌 팝업 스토어가 디테일을 입고 팬들이 콘셉트에 더 몰입하고 디깅할 수 있는 공간으로 떠올랐다.
현대백화점에서 열린 김씨네과일 팝업스토어 (출처: 김씨네과일 인스타그램)
최근 게릴라 팝업으로 주목받은 ‘김씨네과일’도 디깅 요소를 잘 살린 사례다. ‘김씨네과일’은 이름만 들으면 과일가게처럼 보이지만 과일 그래픽이 인쇄된 티셔츠를 만드는 패션 브랜드다. 판매방식도 독특하다. 다마스에 제품을 실어 전국을 돌아다니며 판매하고, 제품 판매 일정과 장소는 보통 하루 전에 SNS로 고지한다. 이런 프로세스 때문에 티셔츠 사기가 하늘의 별 따기지만 MZ세대 소비자는 게릴라처럼 열리는 팝업을 따라다니는 여정을 특별하고 재미있는 경험으로 여긴다. 브랜드가 연 놀이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찐팬이 되어간다.
기다림도 유쾌하게 채워준다
MZ세대에게 브랜드를 경험하고 취향을 디깅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는 새롭고 매력적인 여가 공간이다. 이들은 SNS나 주말랭이 같은 뉴스레터를 통해 팝업 소식을 접하고, 동선을 짜서 여러 곳에 방문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팝업스토어 내부뿐만 아니라 주변에 어떤 볼거리나 즐길 거리가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실제 조사 결과 MZ세대는 핫플레이스를 방문할 때 접근성이나 주변 즐길 거리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1 성수나 더 현대 서울이 팝업스토어의 성지가 된 것도 이런 이유다. 여러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열리기 때문에 내가 가려던 곳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다. 무료한 대기 시간을 채워줄 카페, 맛집 같은 핫플이 많다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특히 낯설고 생소한 브랜드일수록 성수와 같은 성지에 여는 것이 유효하다.
(출처: 대학내일20대연구소)
주변 즐길 거리까지 함께 고려하는 MZ세대의 특성을 영리하게 활용한 사례도 있다. 지난 10월 메타는 성수에 메타버스의 현재와 미래를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내 세상, 밋 메타(Meet Meta)’ 팝업을 열었다. 주목할 것은 성수라는 공간 자체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한 공간에만 그치지 않고 성수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인 ‘포인트 오브 뷰’, ‘레어로우’, ‘아더에러’와 협업하여 이 공간들에서도 메타를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스토어에 한정하지 않고 성수라는 공간 자체를 팝업의 무대로 활용한 색다른 시도였다.
웨이팅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과거엔 핫플이라면 웨이팅은 필수였고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성공의 지표로 여겨졌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치며 사전 예약 시스템을 도입한 공간들이 늘어났다. 팝업도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하거나, 입장 순서를 앱으로 알려주는 웨이팅 시스템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웨이팅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달라졌다. 무작정 줄 서서 기다리기보다 입장 알림 등을 제공하고,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외부 포토존이나 체험 공간을 준비해 소비자의 편의를 고려한 팝업스토어를 긍정적으로 인식한다.
여전히 색다른 경험을 선호하는 MZ세대 소비자에게 팝업스토어는 매력적인 경험이다. 수많은 브랜드 팝업스토어가 생겨날수록 소비자가 체감하는 경험에 초점을 맞춘 팝업이 사랑받는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콘셉트와 경험, 브랜드를 디깅할 수 있는 요소로 공간을 꾸미고 기다리는 시간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성공적인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1 인사이트보고서 <MZ세대의 핫플레이스 이용법>, 대학내일20대연구소, 2022.09.23
이재흔
국내 최초 유일의 20대 전문 연구기관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MZ세대를 연구하고 있으며, 트렌드 파트장을 맡고 있다. MZ세대 트렌드 연구와 마케팅 컨설팅 및 리서치 업무를 주로 하며, 매해 출간하는 트렌드 도서의 집필과 편집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는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열 네 번째 트렌드 도서 <Z세대 트렌드 2023> 도서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