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윤_아트 플랫폼 ‘다이브인’ CEO

과거 팝업 스토어는 단순했다. 새로 론칭한 제품 홍보나 고객들의 반응을 체크하기 위한 것이 주 목적이었다. 그랬던 팝업스토어가 점점 진화했다. 변화의 원인에는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 변화가 있다. 온라인에서 언제나 신제품을 보고 구매할 수 있기에, 1년 내내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필요가 없어진 브랜드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 판매에 주로 매진하게 되었으나 여기도 문제가 있었으니, 소비자에게 제품이 다 비슷비슷하게 보이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제품이 어느 브랜드 것인지 헷갈릴 정도가 되었다.

이전에는 살아남기 위해 제품을 알리는 것이 1순위였다면, 이제 브랜드의 이름과 정체성을 빠르게 알리고, 각인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제품에 앞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컬러나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다방면의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한 마디로 ‘Brand Show’의 성격을 띠게 된 것. 이에 더해 일시적인 기간을 한정된 경험으로 포장해 소비자의 발길을 끌고자 한다.

침대 없는 시몬스 침대 팝업

최근 화제가 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출처: 시몬스 침대)

시몬스 침대는 지역 상권의 고유성을 돋보이게 하는 소셜 라이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부산에 이어 서울 청담에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오픈했다. 청담점은 오픈하자마자 인플루언서를 포함한 많은 소비자의 발길을 끌고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외관부터 1층에는 삼겹살 모양의 수세미, 햄버거 메모지 등 재치 있는 제품으로 가득 찬 그로서리 스토어 샵이 있고, 2층에는 부산 해리단길에서 핫한 플레이어 버거숍이 입점해 있다. 3층에서는 디지털 아트를 경험해 볼 수도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한곳에서 경험하는 복합문화공간을 선호하는 밀레니얼들이 많아지며, 시몬스 침대의 복합적인 컨셉은 더 큰 호응을 이끌 수 있었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부산 (출처: 정창윤)

기존의 시몬스 침대를 생각한다면 예상치 못한 이질적인 조합이다. 의외성을 드러내는 시도로 젊은 세대와 소통의 접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고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영역으로 협업하는 모습을 통해 다양한 기업이나 브랜드, 아티스트들이 앞으로 협업 제안을 해보고 싶은 회사가 되었다.

다양한 팝업이 모여 있는 매장

쇼필드 마이애미(위), 쇼필드 뉴욕(아래) (출처: 쇼필드 홈페이지)

쇼필드는 팝업을 열고 싶지만 공간을 어떤 형태로 풀어야 소비자의 발길을 더 끌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다양한 브랜드를 독특한 분위기로 소개하는 매장을 운영한다. 뉴욕, 마이애미, LA 등에 위치한 지점들은 하나같이 특색 있는 형태를 구축하고 있다. 예술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와 4-50여 개의 브랜드 팝업 매장들이 미로처럼 펼쳐져 있어 하나의 테마파크 같은 분위기로 방문객들의 흥미를 돋운다. 일정 주기에 따라

테넌트(입점 브랜드)를 변경하기도 해, 고객들이 매장에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브랜드의 제품, 분위기 등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발길을 이끄는 팝업스토어의 공통점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운영하는 하우스도산의 1층 전경 (출처: 정창윤)

신제품 개발부터 디스플레이까지, 모든 브랜드나 기업의 고민이 많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높아진 소비자들의 시선과 발길을 이끌어야만 인지도가 높아지고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VMD(Visual Merchandiser) 분야의 연출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젠틀몬스터식 VMD의 과감성과 투자를 다들 과하다고 생각했고, 디스플레이는 제품을 돋보이게 받쳐주는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디스플레이를 잘하는지, 더 아이디얼 한지가 브랜드의 가치와 힙함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회사 아이아이컴바인드는 도산공원에 하우스 도산이라는 공간을 운영한다. 1층에서는 하나의 주제를 담은 공간을 주기적으로 선보인다. 직접 디자인하거나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를 통해 젠틀몬스터가 제시하는 시즌 주제와 분위기를 하나의 쇼처럼 보여준다. 앞으로 펼쳐질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일으키고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점이 있다. 1층은 매번 바뀌지만, 많은 제품이 놓인 위층은 테크니컬한 모습의 비슷한 연출로 구성되어 있다. 주제는 바뀌지만 자신들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분위기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완성본을 공개하기에 앞서 티저를 계속해서 선보이는 전략도 잘 활용하고 있다. SNS를 통해 보면 더 빠르고 끊임없이 공간들이 바뀌는 듯한 체감을 할 수 있다.

마치 집처럼 꾸며 놓은 이솝 도쿄 매장 (출처: 이솝 파리 홈페이지)

과감하게 시도하는 젠틀몬스터가 있다면, 이와 반대로 요즘 해외에서 많이 나타나는 추세는 소비자가 가장 편안하게 머무르는 ‘집’을 모티프로 삼는 것이다. 쇼룸 공간을 구현하거나, 집을 활용해 쇼룸을 구축한다. 제품은 결국 집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마치 누군가의 집에 초대된 듯한 느낌으로 간접적인 경험을 제안한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제품과 서비스의 기본이 잘 구축된 상태여야만 시너지를 낸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매력적인 브랜드라도 제품에 이상이 생긴다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팝업 공간을 시도하기 전 판매할 제품의 질적인 부분이 소비자에게 만족스러운 상태인지 검증이 꼭 선행되어야 한다. 외관과 공간이 그럴싸해 방문한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의 맛이 없으면 다시 방문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공간이나 디스플레이가 한 번으로 끝나면 그대로 잊히고 만다. 패션이 S/S, F/W 시즌에 맞춰 주기적인 시즌을 선보이는 것처럼 계속해서 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선보여야 한다. 단지 디자인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색감, 향, 음악 등의 다양한 콘텐츠가 매끄럽게 공간에 구현되어야 한다. 연출이라는 분야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고, 이에 과감한 투자들이 이뤄질 것이다.


정창윤

공연·전시·이벤트·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획 및 연출을 진행했다. 2015년에는 패션, 화장품, 공간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 컨셉 기획을, 이후로는 부동산·리테일 컨설팅 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현재는 아티스트와 MZ세대를 연결하는 몰입형 아트 플랫폼, 다이브인(DIVE IN)의 대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