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손지연 프로 (BE 비즈니스 4팀)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마케팅 측면에서 급부상한 덕에, 브랜드들이 너도나도 메타버스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메타버스인 로블록스, 제페토와의 협업을 넘어 일부 브랜드들은 자체적인 메타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것은 제페토와 협업한 삼성 마이하우스 월드맵 구축 프로젝트로, 프로젝트 담당자가 진행 과정에서 겪은 고민을 통해 메타버스 마케팅을 계획하는 독자들이 생각해 볼 인사이트를 전했으면 한다.
STEP 1. 사전조사 : 인기 맵의 이유는 무엇인가?
사전 조사 단계에서 집중적으로 고민한 것은 ‘지금 제페토에서 흥하는 맵은 무엇인가’ ‘유저들이 이 맵을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기 맵에서 유저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였다. 조사 당시 우리가 파악한 대표 제페토 인기 맵은 ‘교실 맵’과 ‘점프마스터 맵’이었다.
우리가 분석하여 얻은 인기 맵의 흥행 이유는 두 가지다.
1) 게임성 : 게임적인 요소, 다른 맵들과 차별되는 오락적인 유희가 충분하다. (점프마스터)
2) 일상성 : 일상적이고 편안해서 그리운 친구들과의 소셜라이징이 가능하다. (교실 맵)
점프마스터는 제페토 내에 있는 단순 조작(뛰기, 점프하기)을 기반으로 했지만 맵 자체의 구조를 복잡하게 구성하면서 본격적인 게임의 성격을 가진 데다가, 랭킹 제도까지 도입해 유저들의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맵이라고 판단했다. 반면에 교실 맵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 유저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말하자면 일상적인 니즈를 충족하는 맵이었다.
STEP 2. 프로젝트 기획 : 화려한 맵은 NO, 필요한 것만 YES
분석 이후 제페토 측에서 최초로 제안한 마이하우스 기획은, 단순히 가정집 테마의 월드맵이 아닌, 제페토 최초로 공간 커스텀 기능을 갖추고 있는 특수 맵이었다. 여기서 마치 게임 심즈처럼 공간을 마음대로 꾸미는 ‘게임성’을 확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제페토 공식 맵 최초의 ‘가정집’ 콘셉트로써, 두 번째 인기 요소인 ‘일상성’을 확보한 맵이라는 판단이 섰다. 이 두 가지 요소를 적절하게 갖춘 기획이었기 때문에 진행 초기에서부터 유저 반응이 좋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무궁무진한 메타버스의 구현 가능성이었다. 무엇이든 구현할 수 있기에 볼거리가 많은 맵을 만들 수 있지만, 큰 맵일수록 원활한 접속과 밀접한 경험을 보장하기는 힘들어졌다. 심지어 대형 맵보다 작지만 알찬 맵에서 다른 유저들과 놀고 대화하고 싶어 하는 유저가 많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확인되기도 했다.
유저들은 그저 맵에서 재미있게 놀고 싶을 뿐인데, 할 거리를 과하게 채워 놓은 맵은 브랜드들의 과한 욕심으로 보이며 오히려 피로감을 준다는 의견도 많았다. 어른들이 아이들 맘도 모르고 수학여행 코스에 대형 박물관을 끼워 넣은 느낌이랄까? 많은 제품을 맵에 넣으면 브랜드 노출은 높아지지만, 과도한 홍보로 여겨져 유저들의 브랜드 호감도는 역으로 반감되는 반작용 역시 우려됐다. 브랜드가 욕심을 부릴수록 유저들이 가져갈 알맹이는 줄어들고, 전달하고자 했던 핵심 경험은 가려진다는 점이 문제였다.
다행히 유저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제페토 담당자분들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마이하우스는 최초 기획 대비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공간 크기로 출시되었고, 멋진 구조보다는 소셜라이징과 가전/가구를 쉽게 꾸미는 경험에 초점을 두며 정체성이 명확해졌다. 원활한 월드맵 경험을 위해 협의하여 제한한 제품 라인업 수량을 철저히 지켰고, 대신 제품 체험을 고려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구조와 동선을 고민했다. 최근 인테리어 트렌드를 반영한 테마를 개발하면서 유저들이 ‘내 집을 꾸미는 재미’를 최대한 가져가도록 했다.
STEP 3. 오픈 이벤트 : 유저의 상상력을 막지 마라
오픈 직후 마이하우스의 반응은 예상 보다 더 폭발적이었다. 오픈 이벤트로 마이하우스를 배경으로 유저들이 직접 생산한 콘텐츠(UGC)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마이하우스’ 월드맵과 유저의 아바타가 등장해야 한다는 것 이외의 조건은 달지 않았다. 이는 제페토의 메인 유저층(Z세대, 알파 세대)인 어린 유저들의 눈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들의 세계에 불쑥 침범한 어른들의 브랜드’라고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홍보 목적만 아닌, 유저들이 어떻게 이 맵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는지 참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유저의 상상력과 표현력을 제한하지 말자는 의도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덕분에 정말 다양한 포맷, 다양한 주제를 담은 UGC들이 탄생하게 됐다.
소비자에게 전할 ‘핵심 경험’에 포커스 맞춰야
오늘날의 마케팅에서 메타버스는 무조건 통하는 마법의 단어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메타버스 방법을 적용했다고 그 자체로 성공적인 캠페인이 될 순 없다.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돌아보면, 메타버스는 그 가능성만큼이나 오해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실행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메타버스는 아직 방법론이 정립되지 않은 새로운 채널일 뿐, 마법의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는 점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절실히 느꼈다.
함부로 예상해보건대, 앞으로도 메타버스가 아닌 다른 키워드들이 다른 형태로 계속해서 떠오르면서 디지털, 가상현실, 새로운 경험 제공에 대한 니즈는 끊임없이 표출될 것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는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이를 맹목적으로 수용하고 적용하면 성공한다는 것이 아니라, 유저와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핵심적인 ‘경험’이 제대로 전달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일기획 손지연 프로 (BE 비즈니스 4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