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고, 다른 사용자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소셜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태어나서 신문 기사를 언제 처음으로 읽었는지 회상해보자.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기사의 이미지는 회색 종이, 인터넷 브라우저 화면, 스마트폰 피드 중 무엇인가? 회색 종이 신문을 읽고, 그 종이를 모아두었다가 폐품으로 모아서 학교에 가져간 기억이 있다면, 당신은 디지털 네이티브가 아니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신문을 포함한 대부분의 매체에 관한 첫 기억이 스마트폰으로 시작한다. 스마트폰으로 애니메이션을 보고, 4인치 화면에 담긴 텍스트로 세상과 소통을 시작한 세대, 그들이 바로 디지털 네이티브다.

Z세대, 왜 메타버스에 열광할까?

흔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묶어서 보기도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어린 시절에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의 등장을 목격한 세대에 가깝다. 즉, 온전한 디지털 네이티브는 Z세대이다. Z세대의 대표적 특성은 다양성과 포용성이다. 이들은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를 개성 없는 획일적 훈화로 생각한다. 같은 음악, 같은 게임이라도 스트리머가 자신만의 색으로 콘텐츠를 전달하는 유튜브 채널을 더 선호한다. 이런 현상은 그들이 직접 창조하는 제페토,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메타버스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직접 월드를 창조해 자신이 가진 다양성, 즉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다른 이들이 창조한 월드를 이리저리 오가며 그들이 보여주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함께 즐긴다. 다양성이 포용성으로 넘어가는 지점이다.

블록을 이용해 나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비디오 게임 ‘마인크래프트’ (출처: 마인크래프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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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는 완벽함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래픽이 좀 어설프고, 맵 구성이 좀 조잡해도 다른 이가 보여주는 월드를 인정하고 포용한다. 이러한 포용성은 새로운 콘텐츠를 창작할 때 나의 개성을 편하게 드러낼 수 있는 용기로 돌아온다. 다양한 불완전성과 창작자의 개성을 그대로 포용하고, 자신도 그렇게 포용 되리라는 믿음의 선순환구조가 Z세대가 메타버스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다.

왜 현실 공간이 아닌 사이버 공간, 메타버스에 열중할까 의아하다면, 차분히 현실을 돌아보자. 10대 중반~20대 초반의 이들이 현실 공간에서 실패에 대한 큰 두려움 없이 무언가를 쉽게 창작할 수 있을까? 그들의 창작물을 현실 공간의 우리들, 즉 밀레니얼 세대, X세대, 베이비부머들이 열린 마음으로 충분히 포용해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Z세대를 메타버스에 열광하게 한다.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 (출처: 제페토 인스타그램)

현실 도피 vs. 멋진 신세계

메타버스 속 Z세대의 활동과 창작물은 결국 현실 세계의 가치와 연결되지 않은 무의미한 놀이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에게는 청년 기업가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제자가 있다. 얼마 전 그 제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공간을 제페토 안에 오픈했다는 소식이었다. 교수자와 학습자가 어울려 편하게 소통하고,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할 수도 있는 공간이었다.

이러한 공간을 현실에 재현하려면 최소 수억 원 이상은 소요될 것이다. 시중에 청년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예산이 넘친다고는 하지만, 지원을 받으려면 두꺼운 제안서를 쓰고, 몇 단계의 프레젠테이션을 거쳐야 한다. Z세대는 메타버스를 통해 그런 벽을 넘어섰다. 메타버스에서 학습자는 ‘아바타’로 참여하며 자신의 개성을 드러냈고, 교수자는 공간과 이벤트를 창조하여 학습자에게 ‘경험’을 전달했다. 한쪽이 가르치고 다른 한쪽은 배운다는 고정된 관계의 틀을 넘어 수평적으로 어울리며 모두가 배움의 ‘크리에이터’가 된 것이다.

메타버스에서 익명성에 기대어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불건전한 놀이를 탐닉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Z세대는 메타버스를 도피, 탈선의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지 않다. 그들은 그 속에서 서로 소통하고,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를 탐험하며, Z세대만의 성취를 이어가고 있다. 그들을 걱정하고 더 지원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좋으나, 막아서는 안 된다.

상) VR 영상 플랫폼 ‘빅스크린’ (출처: 빅스크린)
(하) 빅스크린과 ‘파라마운트 픽쳐스’ 사가 파트너십을 맺어 런칭한 가상 극장 체험 서비스 ‘빅스크린 시네마’ (출처: 빅스크린)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라!

우리 기업의 아이템을 메타버스에서 어떻게 광고할지, 상품을 어떻게 디지털로 변환해서 넣어볼지를 고민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면 안 된다. Z세대가 메타버스를 살아가는 방식은 일방향 소통이 아닌, 모두가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경험에 방점을 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빅스크린’ 같은 VR 극장 플랫폼을 활용해 브랜드를 소개한다고 가정하자. VR 극장에 기업의 브랜드 소개 영상을 올리고, 고객들을 모아 함께 관람한다. 관람이 끝나면 기업 관계자와 고객이 함께 제품에 관한 의견을 나눠보면 어떨까? 실물보다 10배 정도 큰 크기의 가상 제품을 만들어 두고, 고객들이 제품을 구석구석 살펴보며 기업이 숨겨둔 미션을 풀어보는 이벤트를 진행하면 어떨까? 메타버스는 현실을 초월한 다양한 창조, 소통, 경험이 가능한 공간이다. 그 공간을 기업의 로고나 광고를 내보내는 새로운 채널로만 보지 않길 바란다. 메타버스에서 Z세대가 어떤 상호작용을 하며 살고 있는지, 그들의 상호작용에 우리 기업의 비전과 서비스를 어떻게 연결할지를 고민해보자. 혼자 하지 말고, Z세대와 함께해보자.


김상균

로보틱스, 산업공학, 인지과학 등을 공부했으며 현재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여러 기업의 상호작용 플랫폼 설계에 참여해왔다. 저서로 <메타버스: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Metaverse>, <가르치지 말고 플레이하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