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매거진 에디터
세상엔 인사이트를 주는 책이 참 많습니다. 두꺼운 분량이 부담스러운 마케터 독자들을 위해 제일 매거진이 대신 읽고 딱 한 줄만 뽑았습니다. 제일 매거진이 아끼는 책 속 한 줄입니다.
낯선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켭니다. 지도 앱을 열어 별점 높은 식당과 볼거리를 찾고, 검증된 장소만 골라내죠. 하지만 그렇게 찾아간 곳에서 SNS에서 봐왔던 풍경과 무난한 맛을 경험하다 보면 어딘가 허전함을 느끼곤 합니다. 누구나 끄덕이는 ‘75점짜리 정답’은 찾았지만, 내 마음을 울리는 ‘진짜 경험’은 놓쳐버렸기 때문이죠.

《컨셉 수업》의 저자이자 카피라이터인 호소다 다카히로는 신작 《더 센스》에서 이 결핍을 ‘논리가 감각을 앞지른 시대’의 부작용이라 말합니다. 기술은 편리함을 줬지만, 실패를 향한 두려움 탓에 우리는 스스로를 알고리즘에 가두었습니다. 데이터가 보장하는 안전한 ‘정답’만 쫓다 보니, 나만의 선택은 사라지고 누구에게나 무난한 ‘양산형 경험’만 남게 된 셈이죠.
이 지루한 정답의 세계를 돌파할 해결책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이 바로 ‘세렌디피티(Serendipity, 뜻밖의 발견)’입니다. 그는 진정한 소비의 즐거움은 원하는 물건을 편리함만이 아닌, 계획에 없던 것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커버에 이끌려 집어 든 카세트테이프, 직접 서가를 뒤지다 운명처럼 찾아낸 책 한 권,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식재료가 그런 예입니다.

도쿄 오모테산도의 카페 ‘커피 마메야(Koffee Mameya)’에선 원두를 고르는 데만 20분이 걸립니다. 그 시간 동안 바리스타는 대화를 통해 손님에게 가장 낯선 커피 맛을 설명하고 제안하죠. 뜻밖의 발견, 즉 세렌디피티를 커피 비즈니스로 구현한 셈입니다. 알고리즘의 안전한 경로를 벗어나 정답 대신 ‘기분 좋은 혼돈’을 설계하는 것, 이것이 바로 호소다 다카히로가 말하는 ‘센스’이자 크리에이터의 생존법입니다.
“소비의 즐거움은 ‘세렌디피티’에서 온다. 기계가 만들 수 없는 살아있는 경험은 인간이 설계한 혼돈과 불편함 속에서 탄생한다.”
– 호소다 다카히로, 《더 센스》
이 문장을 읽으며 몇 년 전 도쿄 여행에서의 한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유명 관광용 목욕탕 ‘대흑탕(大黒湯)’을 가려 했지만, 실수로 발음이 비슷한 동네 목욕탕 ‘제국탕(帝国湯)’으로 잘못 찾아간 것입니다. 그럼에도 재밌었습니다. 지옥처럼 뜨거운 욕탕에서 일본 할아버지들과 함께 목욕하는 장면, 조그만 휴게실에서 만화책을 넘기며 요구르트를 먹던 장면. 유쾌한 기억들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도쿄에서 방문한 많은 여행지 중 동네 목욕탕이 가장 즐거웠다니, 일종의 세렌디피티 아닐까요?
▶ 오늘의 물음표 :
내가 준비하는 기획안은 실패 없는 ‘75점’인가요, 아니면 누군가에게 뜻밖의 발견을 선물하는 ‘120점’짜리인가요?
▶ 도서명 :
더 센스 : 당신도 센스가 있다(호소다 다카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