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_미디어 뉴즈 & 메이저스네트워크 콘텐츠 총괄 COO

이효리의 애니콜 CF 시리즈를 기억하는가. 당시 중학생이던 필자는 이 광고 시리즈에 엄청나게 매료돼 있었다. 친구들은 모두 이효리의 CM송 애니모션 안무를 외웠고, CF에 나온 핸드폰을 쓰는 친구가 은근히 주목받던 시절이었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애니콜 CF 시리즈를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CF의 뮤직비디오를 보려면 집으로 돌아와 데스크톱을 켠 후 어설프게 인터넷 서핑을 해야 했다. 그 영상이 포털 어디에 있는지 찾아다녔다.

지금은 다르다. 사람들은 광고를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찰나의 예술이었던 광고가, 이제 꾸준히 소비되는 전략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이야말로 시청자의 시간을 사로잡는 ‘리얼 마케팅’을 고민할 시점이다.

광고를 찾아볼 수 있다면

수애가 작품 속 명장면을 연기한 웹툰 ‘재혼황후’ 광고 (출처: 네이버 시리즈 유튜브)

종종 유튜브에서 ‘광고’를 검색한다. 가끔 다시 보는 광고 영상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네이버 시리즈의 광고다. 배우 수애가 등장해 웹툰 ‘재혼황후’의 한 장면을 흑백 장면과 대사만으로 소화할 때 전율이 느껴진다. 이 영상의 댓글 창에는 ‘도대체 이 광고만 몇 번째 보러 오는 거냐’, ‘이거 기획한 사람 상 줘라’ 등의 반응이 달려있다.

광고는 어느새 TV에서 벗어난 콘텐츠가 됐다.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 찰나에 스쳐 지나갔던 광고를 검색해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TV 앞에 앉아 ‘와, 저 광고 멋지다’고만 생각 하던 시절에서 특정 광고 영상을 유튜브 핫클립 순위에서 발견하는 환경으로 넘어왔다. TV는 여전히 큰 시장이지만, 대중이 광고를 마음에 들어 하는 순간은 모바일에 있는 셈이다.

400만 명이 보고 울어버린 롯데마트 한우데이 광고 (출처: 롯데마트 유튜브)

그래서일까. 이젠 유튜브에서 길이가 꽤 긴 광고 영상도 찾아볼 수 있다. 롯데마트 한우데이 광고에서는 ‘이 한우가 얼마나 맛있고 저렴한지’ 말하지 않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구워 주셨던 한우’라는 모티프를 차용해 극 영상을 만들었다. 이 광고는 ‘400만 명이 보고 울어버린 광고’로 바이럴 됐다. 역시나 다시 찾아보는 시청자들이 존재하는 영상이다.

말 그대로 중독성(?) 있는 광고. 어쩌면 광고가 근본적으로 가장 바라는 바가 아닐까. 시청자의 뇌리에 박혀 브랜드, 혹은 제품을 각인하는 것, 광고가 끝난 후에도 시청자의 마음에 남아 결국 시청자의 행동에 변화를 주는 것. 광고를 찾아보는 요즘, 제품설명서 같은 광고가 아니라 자꾸 손이 가는 광고야말로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롤린 열풍이 말해주는 것

유튜브를 포함한 SNS 채널에는 ‘검색’뿐 아니라 ‘댓글’도 달 수 있다. 과거에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의견을 내고 싶으면 해당 방송사 홈페이지에 가입, 로그인해 시청자의 소리 게시판에 글을 남겨야 했다. 모바일 채널에서는 다르다. 내가 검색해 찾아갈 수도, 댓글로 내 의견을 달 수도 있다. 찾아보기, 시청자의 소리가 없던 광고 영상에는 엄청난 변화다.

구독자의 댓글을 모아 만든 ‘쓸데없는 이야기로 가득 찬 노래’ 영상 (출처: 과나 유튜브)

그러다 보니 댓글 참여를 통해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도 적지 않다. 가장 인상 깊은 예시는 과나. 채널 ‘과나’는 요리 영상에 음악을 곁들이는 유튜버인데, 종종 사람들의 댓글이나 메일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참여형 영상으로는 ‘그거 아세요?’, ‘맞춤법 절 안 틀리는 노래’, ‘전국 무야호 대회’ 등이 있다.

아예 시청자 댓글을 모아서 영화를 만드는 채널도 있다. 채널 ‘파워무비’는 유튜브 댓글로만 만든 영화 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각종 SNS에서 5천 개 댓글을 받아 180명이 참여한 각본으로 고퀄리티의 영상을 만드는 식이다. 각본은 말 그대로 ‘생날것’인데, 시청자 참여를 진지하게 받아든 크리에이터가 시청자를 ‘크리에이터’로 거듭나게 하는 추세다.

올여름을 강타한 브레이브걸스의 음원 ‘롤린’ (출처: 유튜브)

올여름을 강타했던 음원 ‘롤린’ 열풍도 시청자 댓글이 크게 한몫했다. 채널 ‘비디터’는 군 위문 공연을 간 브레이브걸스 영상들을 교차편집하면서 이 영상에 (군필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댓글을 캡처해 리액션으로 삽입했다. 브레이브걸스의 진정성과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군 장성들의 리액션 덕분에 이 댓글 모음 영상은 현재 2천만 뷰를 돌파했다.

광고는 왜 리얼 마케팅을 향하게 됐나

미디어 생태계 변화로 인해 광고 또한 ‘검색’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됐다. 계속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게다가 모바일 미디어 생태계에선 시청자 참여가 너무나 자연스럽다. 영상 바로 아래에 댓글 창이 달려있는 게 단적인 예다.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로서 시청자를 활용하는 방식이 점점 더 자리 잡고 있다.

광고가 리얼 마케팅을 품기 시작한 것 또한 이러한 흐름 때문이 아닐까. 광고는 이제 TV에 잠깐 나왔던 영상이 아니라 얼마든지 다시 찾아볼 수 있는 콘텐츠 중 하나가 됐다. 모바일 미디어 전쟁에 등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자 참여. 그들에게 진정성을 보여 그들이 참여하고 싶도록, 콘텐츠나 채널과 관계를 맺고 싶도록 정성을 쏟아야 한다. 유튜브에서 유독 눈에 띄는 브랜드 채널들, 홍보 담당자가 체면 차리지 않고 콘텐츠를 만드는 ‘충주시’ 채널이나, 바퀴벌레 옷을 입고 상황극 연출도 하는 ‘워싱턴포스트’ 채널이나 핵심은 비슷하다. 시청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려는 태도다.

이런 ‘리얼함’이 시청자의 시간을 사로잡는다. 우리가 만드는 광고는 어떤지 반추해 보게 되는 지점이다. 여전히 그것은 브라운관 속에 있나, 아니면 시청자의 손가락에 닿아 있나. 반짝 빛나고 그치는가, 아니면 시청자와 애착을 형성해 다음 콘텐츠가 기다려지게 하는가. 숨 가쁘게 바뀌는 미디어 생태계, 볼 거리가 너무나 많아진 21세기에 ‘리얼 마케팅’이 중요한 이유다.


김지윤

YTN 모바일 PD, 아웃스탠딩 기자를 거쳐 2020년 뉴즈, 메이저스 네트워크를 공동 창업했다. 현재 Z세대 타깃 숏폼 전문 MCN ‘메이저스 네트워크’에서 제작 총괄을 맡아 기획, 제작, 교육, 관리와 사업 등을 수행하며, 전반적인 콘텐츠 총괄 역할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