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방유빈 프로 (방유빈 CD팀)

2024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연말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습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국내외의 불안정한 정세,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에 많은 사람이 힘들어했고, 불안과 분노, 상실감이 대한민국을 뒤덮었습니다. 한창 어수선하던 그 시기에 잡코리아X알바몬 2차 통합 캠페인의 OT는 시작되었습니다. 앞서 9월 집행된 첫 번째 통합 캠페인이었던 ‘지원아 1위로 와’ 캠페인으로 통합 커리어 플랫폼으로서의 브랜딩과 1위 인지도 상승이라는 KPI를 충분히 달성했기에 이젠 잠시 편안한 연말을 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건 저만의 착각이었죠.

성공적인 결과에 한숨 돌릴 겨를도 없이 바로 2차 캠페인을 시작해야 한다는 기획팀의 이야기에 솔직히 막막함과 걱정이 앞섰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어수선한 시국에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해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지만, 온에어 날짜는 정해져 버렸고, 우리에겐 걱정할 시간조차 없었기에 또다시 달려야만 했죠.

첫 번째 캠페인에서는 먼저 ‘통합 브랜딩과 1위 플랫폼’이라는 팩트 자체를 알렸다면 이번에는 잡코리아와 알바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알려야 하지 않을지 생각했습니다.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베네핏이 느껴지도록 하려면, 차별화된 서비스를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인 단계였으니까요. 게다가 경기가 어려울수록 광고주 대부분은 소위 브랜드 광고라는 배부른 소리할 때가 아니라며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잡코리아와 알바몬은 반대로 갔습니다. 사실 광고주도 이러한 기능적 가치 어필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타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기능적 소구’가 아닌 ‘감성적 소구’에서 찾기로 결정하였습니다. AI를 앞세운 새로운 서비스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1위 브랜드이기에 할 수 있을법한, 업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를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우리 타깃들에게 통합 브랜딩의 가치까지 느껴지도록 만들겠다는 과감한 결정이었죠.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최근의 암울한 사회 분위기도 한몫을 한 것 같습니다. 경제 성장률은 둔화해 가고, 취업을 포기한 채, 프리터족이 되는 청년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일을 하려는 마음조차 사라져가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일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시장에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자고 광고주께서 말씀하셨을 때 저 또한 살짝 뭉클했고 가슴이 뛰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알바몬은 보통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사용하는 플랫폼이고, 잡코리아는 일을 대표하는 플랫폼이기에, 두 플랫폼의 통합은 결국 이 세상 모든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기도 합니다. 알바부터 직장인까지 이 세상의 일하는 모든 사람을 지지하는 것이 통합 브랜딩의 궁극적 가치이자 목적이기에, 캠페인 슬로건은 ‘세상의 모든 일을 Respect’로 정해졌습니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일하는 모두를 응원하고 힘을 줄 수 있는 캠페인을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워라밸을 중시하고,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것이 최고로 여겨지는 시대, 회사를 다니고 일을 하는 것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내 시간을 빼앗기는 일처럼 치부되기 쉬운 이 시대에, ‘일의 가치’를 되찾자는 이런 이야기가 요즘의 젊은 타깃들에게 자칫 꼰대(?) 같거나, 허공에 대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린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게다가 ‘재미있지만 감동적인’ 광고를 만들어 달라는 광고주의 요청은 늘 그렇듯 가장 큰 챌린지였습니다. 둘 중 하나라도 만족시키는 것도 어려운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니… 제작팀은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이 시대에 늘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켜 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연말연시의 자유와 시간을 쏟아부었고, 또 그렇게 우리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캠페인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뭐니 뭐니 해도 공감이었습니다. 브랜딩 광고를 할 때 자칫 메이커스 보이스처럼 들리게 되면 소비자들의 가슴에 닿기 힘들고,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한들 감동을 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지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고달프게 일하는 직장인이나 알바생의 모습을 짠해 보이게 보여주는 것으로는 요즘처럼 힘든 시국에 부정적 감정만을 불러일으키진 않을지 고민이 되었고, 결국 ‘어른이’라는 소재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밈 중에 ‘어린시절 내가 바라보던 내 나이 때의 부모님은 듬직한 어른이었고 무엇이든 척척 해결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지금 그 나이가 된 나의 모습은 영락없는 아기 그대로다’라는 내용을 보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어른이 되고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마음속으론 여전히 불안하고, 아직 서툴고 미숙한 채 몸만 커버린 아이 같은데… 그런 우리는 사실 모두 어른인 척하는 ‘어른이’들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어른스럽게 일해내고 있는 모든 어른이들을 리스펙(Respect)한다는 내용은 ‘나만 이렇게 애쓰고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공감을 일으키고 따뜻한 위로를 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게다가 ‘어른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귀여움과 안쓰러움이 함께 묻어 있기에 광고주가 원했던 웃음과 감동을 함께 전달하기에도 적절했습니다.

수많은 논의 끝에 시안이 결정되었고, 아이스러움과 어른들이 일하면서 할법한 생각의 공통분모를 찾는 과정이 계속되었습니다. ‘집에 가고 싶다’ ‘게임하면 안 되나?’ ‘KPI가 뭐지?’ ‘발표하기 떨리는데’ ‘네가 사장할래?’ 같은 대사들은 어른들이지만 마음속에 담고 있을 법한 대사들이었고, 아이들의 입으로 이야기했을 때도 어색하지 않은 절묘함을 담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속마음에서 어른스럽게 일하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는 순간 연결될 수 있는 언어유희를 담기 위해 ‘집에 가고시 ‘포잉 > 포인’ 트 카드 있으세요?’처럼 끝없이 대사를 찾고 바꾸어 가는 카피라이팅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촬영일이 다가올수록 걱정도 커져갔습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등장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걱정스러웠지만, 다양한 일자리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에 로케이션도 8군데 이상을 다녀야 하는 강행군이 예상되었죠. 과연 춥고 힘든 촬영 현장에서 아이들이 잘 통제가 될까? 연기가 자연스럽게 될까? 수많은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촬영 당일 아이들은 그 어떤 모델들 못지않게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작은 인간들이 대사를 하고 어른스럽게 연기를 하나 싶은 생각에 너무 기특한 마음이 들었고, 한 컷 한 컷 모니터를 보는 내내 엄마 미소가 떠나질 않았습니다. 게다가 직장인의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귀여움은 힘든 촬영장의 분위기를 업시켜주기까지 했습니다. 이번 촬영을 담당하신 감독님께서는 아이들이 행여 스태프들을 무서워해서 울지는 않을까 우려해 촬영 스태프 모두에게 귀여운 동물 머리띠를 나누어 주고 직접 쓰고 촬영하기도 하셨는데, 우락부락한 모습의 남자 스태프들이 귀여운 동물 머리띠를 착용한 현장 모습도 저희만 아는 웃음 포인트였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광고를 앞두고 감동에 정점을 찍어줄 BGM을 찾는 데도 많은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수많은 후보가 있었지만 이무진 씨의 ‘청춘만화’라는 곡의 가사가 너무도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잘 담고 있었기에 가장 1순위로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음악의 톤도 굉장히 중요했는데, 감성적이지만 구슬픈 곡보단 희망찬 느낌을 주는 곡이 2025년의 시작에서 화이팅하는 분위기를 잘 살려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본편 광고와 함께 ‘세상의 모든 일을 Respect’라는 캠페인 의도를 보다 잘 전달하기 위한 매니페스토 편도 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진짜 일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매일의 일상속에서 일하는 모든 순간들이 대단하고 리스펙한다는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하고 싶었죠. 온에어 직전까지 인터넷을 뒤지며 수많은 일과 관련된 감동적인 사연과 영상들을 찾고 컨택하는 과정을 통해, 어른이들과는 또 다른 감동을 주는, 일하는 모든 사람을 응원하는 한편의 매니페스토까지 캠페인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여기에 잡코리아X알바몬의 모델인 변우석 배우의 따뜻한 내레이션과 진심 어린 화이팅이 더해져 더욱 완성도 있는 광고 캠페인이 된 것 같습니다. 변우석 배우님도 녹음실에서 내레이션을 녹음하기 전 편집된 영상을 보고 울컥했다고 직접 말씀해 주셔서 다행히도 우리의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광고가 온에어되고 난 뒤 즉시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3주가 채 되지 않아 유튜브 공식 영상 기준 좋아요 수는 1만, 댓글이 무려 3천개가 넘게 달렸죠. 귀여운 아이들을 보고 있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광고를 보고 위로받았다는 댓글들을 보면서 오히려 저희가 더 감사했고, 연말연시 쉬지 못하며 일했던 시간까지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흔히 광고는 발신하는 컨텐츠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저는 이럴 때마다 성공적 광고는 수신이 결정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동적인 수신을 너무 많이 받았죠. 특히 사회초년생 시절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은 공감을 해주셨고, 모두에게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는 응원 한마디가 정말 필요했었구나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요즘도 가끔 힘들 때마다 기특한 어른이들의 영상을 한번 보고 댓글을 한번 읽으며 다시 한번 힘을 얻습니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하는 세상의 모든 어른이들을 응원하며, 잡코리아X알바몬과 함께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2025년, ‘좋은 일’이 생기기를 기원해 봅니다.

제일기획 방유빈 프로 (방유빈 CD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