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최윤섭 대표

디지털 헬스케어는 언젠가부터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용어가 됐다.  이 말을 아직 들어보지 못한 분들도 알게 모르게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된 서비스나 제품을 이미 사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디지털 헬스케어는 어느새 우리 일상생활 속에 가까운 존재다. 이번 칼럼에선 디지털 헬스케어란 무엇이며, 어떤 대표적인 사례가 있고, 또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가는지 다뤄보겠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표현 그대로 헬스케어, 즉 건강 관리 분야에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접목되면서 생겨난 신생 분야다. 여러 전문가 및 단체에서 저마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조금씩 다르게 정의하고 있으나, 사람의 건강을 개선하고 질병을 예방, 진단, 치료, 관리하기 위해서 스마트폰, 웨어러블, 인공지능, 3D 프린터, 클라우드, AR/VR,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이 활용된다면 이는 모두 디지털 헬스케어로 보면 된다. 헬스케어, 즉 건강 관리에는 의학적인 영역 뿐 아니라, 영양, 운동, 수면, 더 나아가면 정신 건강과 미용과 같은 영역까지 포함되기에 디지털 헬스케어의 범주는 아주 넓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눈부시게 발전한 배경은 사실 간단하다. 무엇보다도 인간은 더 오래 살고자 하고, 건강하게 살고자 하며, 질병에 걸리면 적절하게 치료받고자 하는 근본적인 욕망이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기술은 헬스케어에 빠르게 접목될 수밖에 없다. 현재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인공지능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이기 때문에, 이 기술이 헬스케어에 적용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 나아가, 인간은 결국 데이터로 측정되는 존재다. 태어날 때 DNA 속에 데이터를 갖고 태어나며, 심장이 뛰고, 혈압이 바뀌며, 체온이 오르내리고, 움직이고, 먹고, 자는 등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 전체가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 환자에게 맞는 정밀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파악하는 것, 즉 데이터가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의하여, 이제는 인류 최초로 인간에 대한 거의 모든 데이터를 디지털화해서 측정하고, 저장하고, 공유하며,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 질환이 창궐하면서 사람들이 서로 접촉하지 못하는 시기에도,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다. 이때 자연스럽게 주목받았던 것이 비대면 진료, 디지털 치료제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건강 관리 방식이었다.

원래라면 수년에 걸쳐서 일어났어야 할 변화들이, 코로나19라는 외부의 큰 충격으로 정책적 지원, 규제 완화, 유동성 증가에 따른 투자 증가 등으로 인해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매우 압축적으로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시기에 디지털 헬스케어는 ‘언젠가는 유망해질’ 분야에서, 현실 세계의 주요 산업군으로 일약 발돋움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스마트폰을 통해서다. 스마트폰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 기기라고 할 수 있다. 그 자체로 통신기기일 뿐만 아니라, 70~80년대의 슈퍼컴퓨터보다 더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으며, 카메라, 마이크, 가속도계, 자이로미터 등 각종 고성능 센서까지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는 식단을 입력하여 체중감량을 하는 앱부터, 걸음걸이를 측정하여 칼로리를 계산하는 앱, 의사와 음성 통화 및 화상 통화를 통한 비대면 진료 같은 서비스를 떠올려볼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혈압을 측정하고, 부정맥을 진단하거나, 마이크와 가속도계를 이용해서 수면을 측정하는 앱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도 이제는 너무도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스마트 워치를 포함하여, 헤드밴드, 안경, 목걸이, 반지, 팔찌, 브래지어, 팬티, 깔창 등등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하드웨어가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개발이 되어 있다. 이런 디바이스는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건강 관리를 핵심 기능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스마트 워치나 스마트링은 걸음걸이, 체온 등의 데이터부터 부정맥, 심전도, 혈압 같은 의학적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다.

최근에 ‘혈당 다이어트’, ‘혈당 스파이크’와 같은 유행어를 낳은 연속혈당계도 이제는 많은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웨어러블 기기이다. 과거에는 손끝에 피를 내어서 그 순간의 혈당만을 측정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복부 등에 센서를 삽입해서 연속적으로 혈당 변화를 (거의)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당뇨병 관리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한 체중 감량 서비스 등이 새롭게 선보이게 되었다.

디지털 치료제라는 새로운 분야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소프트웨어로 환자를 치료한다’는 개념이다. 스마트폰 앱, 게임, VR, 챗봇 등의 소프트웨어가 질병 치료 효과를 인정받아서 의료기기로서 인허가를 받고, 의사가 환자에게 질병 치료 목적으로 이를 처방하는 방식이다. 보통은 신경정신과의 영역에서 잘 증명된 ‘인지행동치료’라는 치료 기법을 소프트웨어로 개발한 것인데, 대표적으로 불면증, 우울증, ADHD, 불안장애 등을 치료하기 위해서 사용된다. 미국에서는 50여개 이상이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한국에서는 최근 불면증, 호흡장애 등을 치료하기 위한 디지털 치료제가 식약처의 허가를 받고, 병원에서 처방을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 인공지능을 빼놓을 수 없다. 인공지능은 그 자체로 디지털 헬스케어에 중요한 서비스를 만드는 핵심 기술이며, 앞서 언급한 스마트폰, 웨어러블, 디지털 치료제 등에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의료 인공지능과 관련된 연구, 임상, 인허가 및 산업적 측면에서 눈부신 발전이 있었다.

미국 FDA에는 600개 이상의 인공지능 기반의 의료기기가 인허가를 받았고, 한국에서도 2018년 이후 200개 이상의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가 인허가를 받았다. 대표적으로 엑스레이나, MRI 등 영상의학 데이터를 판독 보조하는 인공지능부터, 병리과, 안과, 심장내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 인공지능의 발전이 있었다. 더 나아가면, 최근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의료 인공지능 분야는 또 한 번 격변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의료 인공지능은 병원과 의사에게 서비스되기에, 환자로서 병원에 가는 일반인들은 직접적으로 체감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의료 현장에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질병을 더 빠르고, 정확하고, 저렴하게 진단 및 치료받기 위해서 점차 인공지능의 도움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더 많이 받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디지털 헬스케어란 무엇이며, 왜 주목을 받게 되었고, 또 대표적인 세부 분야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간략히 살펴보았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제 넓고도 큰 분야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지면의 제약으로 개괄적인 내용만을 다루었다. 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거대하고도 거스를 수 없는 큰 변화의 흐름이, 일상에서 우리의 건강과 삶을 어떻게 바꾸어가고 있는지를 큰 그림에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대표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으며,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해 대표를 맡고 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