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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2.

지방이라고 무시받던 내가 365MC를 만나 하루아침에 세계를 구할 영웅이 되어버린 건에 대하여

제일기획 서나빈 프로(방유빈 CD팀)

EPISODE 1. ‘줄지‘의 탄생

‘빼토피아 빼라이브스루’ 캠페인이 세상에 나오고, 뜨거운 반응이 막 돌아오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서기 2365년이라는 아득한 미래를 배경으로 ‘지방이’를 올려놓고, 드라이브스루처럼 원하는 부위만 가볍게 쏙 빼내는 세계관. 이 발칙한 광고는 우리 팀이 365MC라는 브랜드와 쌓 은 첫 번째 신뢰의 증명이었다. 그리고 그 신뢰가 단단해지기 무섭게, 광고주가 기다렸다는 듯 다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엔 ‘지방 줄기세포’ 이야기를 히어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엥? 히… 히어로물?! 그것도 애니메이션?

사실 처음엔 적잖이 당황했다. 광고만 하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라니. 하지만 자리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보니 ‘잘만 만들면 그럴싸하겠는데?’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이 브랜드는 늘 남달랐다. 다른 비만 클리닉들이 그럴싸한 모델을 세워 효과를 논할 때, 365MC는 지방을 귀여운 캐릭터로 만들었고, 좀비로 만들었으며, 심지어 나폴레옹으로 빙의시켜 황제 대관식까지 치러주지 않았나. 그러니 지방이 히어로가 되지 못할 이유는 또 어디 있겠는가.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레전드로 꼽히는 ‘좀지’ 캠페인을 다시 돌려보는 것이었다. 2020년에 메가 히트를 친 4분짜리 ‘초대형 불룩버스터’. 정체불명의 노랗고 끈적한 바이러스가 지방이들의 터전인 벨리몰을 습격하고, 좀비가 된 지방이들이 서로를 물어뜯을 때, 하늘에서 거대한 빛이 내려와 모두를 빨아올린다. 그 구원의 빛은 바로 365MC의 지방흡입주사, ‘람스(LAMS)’였다. 광고인데 광고 같지 않고, 영화인데 영화도 아닌 이 기묘한 콘텐츠는 유튜브 조회수 730만 회를 돌파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우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실마리를 낚아챘다.

‘좀지’ 사태 당시 람스의 빛을 받고 하늘로 사라진 지방이들, 그들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알고 보니 그 안에는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어 있었다. 빨아들인 지방은 그냥 버려지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세상을 구원할 강력한 줄기세포를 품고 있었던 것! 365MC와 바이오 자회사 모닛셀이 밝혀낸 놀라운 반전이었다.

지방 속 ‘줄기세포’는 손상된 조직을 되살리고, 피부를 재생시키며, 염증을 잠재우고, 심지어 죽어가는 모낭까지 깨워낸다. 맨날 구박만 받던 지방이, 사실은 우리 몸을 구할 가장 강력한 치유의 자원이었던 셈이다.

이야기가 스스로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쓸모없던 지방이 영웅이 된다. 람스의 빛에 이끌려 우주로 간 지방이 중, 선택받은 줄기세포 지방이 ‘벅지‘가 각성해 위기에 빠진 바디랜드를 구한다!’

이 뼈대를 들고 찾아갔을 때, 365MC 대표원장은 무릎을 탁 치며 그 자리에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주인공 ‘벅지’가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처럼 자신도 몰랐던 줄기세포의 잠재력을 깨달아야 합니다. 제다이 마스터가 숨은 영웅을 알아보는 것처럼요!”

게다가 바디랜드를 위협하는 세 빌런의 이름까지 직접 지어주셨다. 이름하여 ‘노화리스크‘, ‘ 주름지리우스‘, 그리고 ‘탈모드라‘. 광고주가 직접 빌런의 이름을 작명해 준 캠페인은 내 광고 인생을 통틀어 전무후무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줄기세포 지방이’, 이름하여 ‘줄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PISODE 2. 광고만 하던 우리가 하루아침에 스토리 작가!?

본격적으로 서사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무려 3부작 장편 스토리를. 아무리 광고판에서 잔뼈가 굵은 팀이라도, 긴 호흡의 서사를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른 근육을 쓰는 일이었다. 15초짜리 임팩트 있는 카피를 쓰는 것과, 캐릭터가 특정 선택을 내리는 필연적인 서사를 구축 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우리는 매일 머리를 맞대고 세계관을 짰다.

무대는 우리 몸속을 의인화한 공간, ‘바디랜드‘. 지방이들이 먹고 자고 떠드는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지만, 이곳엔 모두가 외면하는 거대한 그림자가 있었다.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오는 재앙, 바로 ‘노화’였다.

‘좀지’ 사태 이후 고요했던 5년의 세월. 그날 이후 전설적인 존재인 ‘벅지’의 행방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는 엉덩이로 가서 빵빵하게 호의호식한다 했고, 누군가는 감옥에 갇혔다고 수군댔다. 하지만 진짜 진실은 따로 있었다. 벅지는 365MC 행성에서 ‘닥터 모닛셀 박사’ 를 만나 은둔 수련 중이었다. 충청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는 이 괴짜 박사만이 벅지의 몸 속에 잠든 영웅의 DNA를 알아본 유일한 존재였다. “네 안에 엄청난 힘이 숨겨져 있구만 가~”라며 벅지를 진정한 히어로로 단련시킨 것이다.

그 시각, 아무것도 모르는 바디랜드의 지방이들은 다이어트 후 찾아온 지방의 대홍수, 즉 ‘요요 파티’를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 파티의 끝에 파멸이 기다리고 있음을 경고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바디랜드의 최고령 예언자 ‘밉살지방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밉살스러운 잔소리로 예언을 읊조렸다. “요요 파티가 끝나면 노화의 시대가 올거야. 그때 우리를 구해 줄 영웅이 등장할 것이야!”

지방이들이 콧방귀를 뀌는 사이, 예언대로 세 빌런이 바디랜드를 공습했다. 전체를 늙게 만드는 ‘노화리스크’, 피부를 사정없이 쪼그라뜨리는 ‘주름지리우스’, 그리고 정수리 위에서부터 야금야금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탈모드라’. 이들은 거부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무자비한 시간의 흐름 그 자체였다. 바디랜드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지방이들이 비명을 지르던 그 때, 마침내 긴 동면 수련을 마친 벅지가 찬란한 빛과 함께 등장한다.

우리가 정통 히어로물의 문법을 고집한 이유는 명확했다. 365MC의 줄기세포 기술 자체가 히어로 서사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쓸모없다고 여겨지던 존재가 사실은 우리를 구할 가장 강력한 마스터피스였다’는 플롯. 광고가 스토리를 억지로 빌려온 게 아니라, 스토리가 기술의 본질을 완벽하게 완성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 거대한 스케일의 애니메이션을 구현할 도구로, 우리는 ‘AI’를 선택했다. ‘좀지’를 만들던 2020년과 지금의 2026년 사이, AI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진화해 있었으니까. 이 강력한 무기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EPISODE 3. AI와의 사투 : 문명의 충돌, 혹은 인간미

처음엔 텍스트 몇 줄 치면 뚝딱 완성될 줄 알았다. 엄청난 오산이었다. 도구는 첨단이었지만 개척된 길은 없었다. 프롬프트로 이미지를 뽑고, 그걸 다시 영상으로 바꾸고, 컷들을 정교하게 이어 붙이는 과정은 퍼즐 조각을 발명해가며 동시에 퍼즐판을 새로 짜는 고행이었다.

가장 큰 복병은 ‘일관성(Consistency)’이었다. AI는 천재적이지만 줏대가 없다. 프롬프트를 미세하게만 바꿔도 캐릭터의 이목구비가 바뀌고, 분위기가 요동치며, 몸매 비율이 망가졌다. ‘벅지’는 언제나 우리가 아는 그 벅지여야 하고, ‘노화리스크’는 첫 씬과 마지막 씬에서 같은 얼굴을 유지해야 했다. 결국 캐릭터마다 수백 장의 레퍼런스를 뽑아 가장 안정적인 컷을 ‘앵커(기준점)’로 박아두고, 다음 장면을 파생시키는 막노동(?)을 반복해야 했다.

특히 ‘표정’이 문제였다. 지방이들은 단순하게 생긴 캐릭터라, 눈꼬리의 미세한 각도 하나가 감정의 밀도를 결정한다. 단짝을 잃은 슬픔, 각성을 앞둔 결연함 같은 감정의 층위를 AI에게 이해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때, 팀원 하나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냈다. ‘작업 순서를 아예 뒤집어보자!’ 영상을 먼저 만들고 더빙을 얹는 게 아니라,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를 먼저 녹음한 뒤 그 오디오 파일을 AI 에게 학습시켜 입 모양과 표정을 역산해 내는 방식이었다.

아무 영상도 없는 텅 빈 녹음실, 마이크 앞에 선 성우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제가 어떤 장면에 있는 건가요?” 우리는 스토리보드를 펼쳐 쥐고 필사적으로 설명했다. “벅지 가 5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씬입니다! 반가움과 비장함이 50 대 50으로 섞여 있어야 해요!” 성우들은 눈을 감고 감정을 잡은 뒤 신들린 연기를 쏟아냈다.

그 목소리 데이터를 AI에 입력한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화면 속 벅지의 얼굴에 생명력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대사의 리듬과 강세에 맞춰 눈썹이 씰룩이고, 문장이 끝나는 호흡을 따라 입꼬리가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수백 번의 시뮬레이션 끝에 생성된 그 표정들은, 인간의 손으로 일일이 만졌다면 절대 나오지 않았을 감정의 결을 담고 있었다.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술이 완벽하지 않은 과도기였기에, 역설적으로 ‘인간의 감각’이 더 빛을 발했다. 수많은 AI 결과물 중 어떤 컷을 살리고 버릴지 결정하는 최종의 키는 결국 인간의 몫이었으니까. 그 치열한 결정들이 쌓여 비로소 ‘줄지’의 영웅담이 완성되었다.

EPISODE 4. “히어로물에 웬 PPL이야?!”

가장 땀을 쥐게 했던 순간은 편집이 거의 끝나가던 종착지에서 찾아왔다. 광고주로부터 조심스러운 연락이 온 것이다.

“저… 감독님, 이번에 새로 출시되는 ‘팽팽크림’을 영상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방법이 있을까요?”

‘팽팽크림‘. 365MC 지방줄기세포센터에서 야심 차게 선보이는 제품으로,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성장인자를 가득 담아 피부를 탱탱하게 펴주는 크림이다. 제품은 확실한데, 문제는 우리가 만드는게 ‘정통 히어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었다. 마블 어벤져스에서 아이언맨이 타노스와 싸우다 말고 갑자기 안티에이징 수분크림을 꺼내 바르는 꼴 아닌가. 머릿속이 하얘졌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 했다. 생각을 비틀자 완벽한 돌파구가 보였다. 빌런들의 특성을 이용하는 것! ‘주름지리우스’의 주특기는 피부를 쭈글쭈글하게 구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클라이맥스 전투에서 줄지에게 통쾌한 한 방을 맞고 나가떨어진 주름지리우스의 얼굴을 보여주면 어떨까? 강력한 줄기세포의 타격을 받은 빌런의 구겨진 얼굴이 서서히, 아주 매끄럽게 펴지는 거다.

우리는 이 반전 패러디를 트레일러의 킬링포인트로 심었다. 주름지리우스의 얼굴이 탱탱하게 펴지는 경이로운 순간, 화면 위로 진지한 궁서체 자막이 흐른다.

“발리기 전엔 몰랐다. 팽팽한 피부가 주는 아름다운 마음을.”

영웅에게 두들겨 맞고 피부가 팽팽해지더니 마음까지 정화되어 회개하는 빌런이라니! 논리적으로는 말도 안 되지만, B급 감성이 지배하는 이 세계관에선 이보다 완벽할 순 없었다.

여기서 한 술 더 떠, 메타 발언까지 얹었다. 광고 속 연출자가 화면 밖에서 튀어나와 멱살을 잡듯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히어로물에 웬 PPL이야!!”

우리가 먼저 선수 쳐서 어색함을 인정하고 셀프디스로 승화시키는 전략. 소비자가 “어라? 이 거 광고인데 왜 이렇게 웃기지?”라며 무장해제되는 순간, 팽팽크림은 이미 그들의 뇌리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EPISODE 5. 위대한 지방, 마침내 세상을 구하다

‘줄지’ 시리즈가 세상에 공개된 날, 우리 팀은 모니터 앞에 모여 앉아 숨을 죽인 채 새로고침을 눌렀다. 실시간 댓글창이 무섭게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와, 이 병원 광고 스케일 보소ㅋㅋㅋ” “지방이가 히어로가 되다니, 좀지 때보다 약을 더 세게 빨았네.”

예상대로 유쾌한 칭찬들이 쏟아지던 와중,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그 뒤를 이은 피드백 들이었다.

“근데 줄기세포가 진짜 저런 효과가 있는 거임?” “365MC 가면 저 줄기세포 주사 맞을 수 있나요?”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 팽팽크림 어디서 삼?”

소름이 돋았다. 엔터테인먼트가 정보를 완벽하게 운반해낸 순간이었다. 시청자들은 4분짜리 짜릿한 영웅물을 즐겼을 뿐인데, 자발적으로 검색창을 켜고 기술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갈망했던 크리에이티브의 종착지였다.

돌아보면 이 캠페인의 진짜 영웅은 ‘줄기세포’라는 기술 그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쓸모 없다고 버려지던 애물단지 지방 속에 인류를 구원할 엄청난 잠재력이 숨겨져 있었다는 비하인드. 그 사실 자체가 이미 완벽한 드라마였다. 우리는 그 위대한 사실에 히어로물의 서사를 입히고, AI라는 트렌디한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PPL마저 유머로 승화시키는 배짱을 부렸을 뿐 이다.

이 무모하고 아름다운 도전이 가능했던 건, 단 하나의 믿음 덕분이었다. 365MC가 자신들의 ‘ 지방‘을 진심으로 믿었다는 것. 20년 동안 오직 지방 하나만을 우직하게 연구해 온 장인들만이 가질 수 있는 묵직한 확신. “지방은 이제 단순히 버려지는 폐기물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설계할 핵심 의료 자산”이라는 그들의 뚝심이 대본의 가장 깊은 밑바닥을 지탱해주고 있었다.

이제 지방이는 더 이상 무시당하지 않는다. 귀여운 골칫덩어리에서, 좀비 재난의 생존자로, 람스의 빛을 받아 우주로 떠났다가, 마침내 줄기세포 히어로로 각성해 세계를 구하기까지. 이 위대한 대서사시는 365MC가 세상을 향해 증명해 낸 ‘지방의 위대함’ 그 자체였다.

“지방이라고 무시받던 내가, 세계를 구했다.” 우리는 이 믿기지 않는 영웅담을 참 맛있게, 그리고 멋지게 잘 써 내려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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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MC AI 광고 제일기획 지방이 캠페인 히어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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