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김민석 프로 (Meta Lab팀)
글이든 그림이든 영상이든, 요청하면 뚝딱 만들어 주는 생성 AI. 생성 AI는 이미 콘텐츠 창작 영역에서 눈에 띄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광고, 마케팅, 미디어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일반 개인들도 손쉽게 생성 AI를 활용해 자신만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펼치고 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려 해도 먼저 남들이 만든 걸 봐야 하는 법. 오늘은 기업과 브랜드, 개인이 생성 AI를 활용해 어떤 창작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 지 소개하고자 한다.
생성 AI를 활용해 브랜드에 트렌디한 감성을 더하다
생성 AI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22년부터 기업들은 이미 이 기술을 활용해 캠페인을 기획하고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었다. 생성 AI의 화제성을 이용한 마케팅이나 생성 AI의 특성을 위트 있게 녹여낸 캠페인 등 발 빠르게 생성 AI를 활용하여 주목받았던 사례를 살펴보자.
AI가 그린 그림으로 케이스 스킨 등을 제작한 갤럭시 북 아트 프로젝트
삼성전자는 갤럭시 북 2 시리즈 디지털 캠페인의 일환으로 생성 AI를 활용한 ‘갤럭시 북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22년 7월). 참가자들이 나만의 AI 예술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으로 갤럭시 북을 취향대로 꾸밀 수 있었다. 카카오브레인의 AI 아티스트인 ‘칼로(Karlo)’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자신이 원하는 장소와 행위, 오브제 키워드, 그리고 화풍 스타일을 지정하면 AI 아티스트가 나만의 AI 아트 작품을 생성해 준다. 작품은 다운로드하여 개인 소장할 수 있고, 갤럭시 북2 시리즈 제품의 케이스 스킨으로도 제작할 수 있었다. 생성 AI가 부상하는 시점의 이슈성과 화제성을 바탕으로, 기업/브랜드의 캠페인에 기술과 창의적인 요소를 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AI가 ‘케첩’이라는 키워드로 그린 그림을 모아 만든 하인즈의 홍보 영상
(출처: 하인즈 공식 유튜브 채널)
하인즈(HEINZ)는 생성 AI의 특성을 잘 활용한 크리에이티브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22년 7월). 텍스트를 기반으로 그림을 그려주는 생성 AI, Dall-E 2에게 ‘케첩’이라는 키워드를 프롬프트로 입력하면 어떤 이미지가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결과물은 다양한 케첩의 이미지를 생성했고, 그중 대다수가 하인즈 케첩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이었다. 이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여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AI가 케첩의 대명사로 ‘하인즈’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인즈는 업계 리딩 브랜드로서의 독보적 위치를 자연스럽고 재치 있게 고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고, 새로운 기술을 선도적으로 받아들이는 트랜디한 브랜드 이미지까지 획득할 수 있었다.
네슬레(Nestle)의 유제품 브랜드, 라 라띠에르(La Laitière)는 생성 AI의 이미지 확장 기능을 활용하여 신박한 크리에이티브를 선보였다.(22년 9월) 브랜드를 상징하는 예술 작품인 베르메르(Vermeer) 작가의 ‘우유 따르는 여인(The Milkmaid)’을 기반으로, 배경 주변을 추가로 확장해 그리는 아웃페인팅(Outpainting) 기능’을 활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작했다. 1660년경 제작된 원본 작품엔 ‘우유를 따르는 여인’만 존재했지만, 2022년 생성 AI로 탄생한 새로운 작품은 베르메르 작품의 스타일을 유지한 채 ‘여인이 우유를 따르는 모습을 경이롭게 지켜보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AI의 신박한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탄생시켰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 인상적인 사례였다. 이 캠페인은 ‘오길비 파리(Ogilvy Paris)’에서 함께 했다.
우유를 따르는 여인 원작
생성 AI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경을 그려낸 우유 따르는 여인 확장 버전
출판사에서 생성 AI를 활용하여 책을 만드는 사례도 등장하였다. 올해 2월, 스노우폭스북스 출판사는 사람이 만든 기획안을 바탕으로 ChatGPT를 활용해 책을 만들었다.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ChatGPT가 영어로 원문을 작성하였고, 파파고를 통해 한국어로 번역하여 출판했다. AI를 통해 맞춤법 확인 및 퇴고를 진행하였고, 책 표지 일러스트 또한 생성 AI 중 하나인 셔터스톡 AI에게 그리게 했다. 이 모든 과정이 약 7일 만에 이루어져 세상에 나왔다. 이렇듯 기업들은 생성 AI를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며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창작자의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아주는 생성 AI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창작의 영역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과거에는 컴퓨팅 파워와 기술 복잡도의 한계로 인해 일반 개인들이 AI 기술을 활용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GPU, 클라우드 인프라 등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는 기술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일반 개인들도 큰 비용 없이 ChatGPT, Dall-E, MidJourney, Stable Diffusion 등의 오픈소스 및 상용화된 서비스들을 활용하여 창의적인 작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필자가 미드저니에게 ‘‘제일기획이 신발을 만든다면?’’을 요청해 그린 그림
필자가 미드저니에게 ‘‘우주 공간에 삼성 리테일 스토어가 있다면?’’을 요청해 그린 그림
텍스트만으로도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생성 AI 툴 덕분에, 사람들은 머릿속 상상에만 존재했던 아이디어를 비교적 쉽게 구체화해서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그중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분야는 가상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인기 브랜드 및 IP들이 실제로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개인들이 상상하거나 희망하는 서로 다른 브랜드, 오브제를 섞어서 세상에 존재하기 어려운 콜라보를 생성 AI로 만들어 낸다. 다양한 상상을 통해 생성된 가상 콜라보레이션 제품이나 이미지들이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 공유되고 있으며, 사람들의 수많은 호응을 받은 아이템들은 순식간에 유명세를 얻고 전 세계 SNS상으로 퍼져 나가곤 한다. 그중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겠다.
디자이너 Paul Parsons는 미드저니를 활용하여 ‘나이키와 슈퍼히어로들의 가상 콜라보 축구화’ 컨셉아트를 제작하여 화제를 모았다. 축구화뿐만 아니라 히어로들과 미식축구 헬멧을 콜라보하기도 하였고, 아이언맨과 배트맨을 콜라보하기도 하였다.
디자이너 Paul Parsons이 AI를 활용해 만든 가상 콜라보 축구화 및 작품들
(출처: Paul Parsons 인스타그램)
스타트업의 CEO, Benjamin Benichou는 생성 AI를 활용하여 실제 세계나 가상 현실에서나 있을 법한 팝업 스토어 아이디어들을 이미지로 제작하였다. ‘에베레스트산에 나이키 스토어가 있다면?’이라는 주제로 ‘Impossible Store’ 컨셉 시리즈를 만들었고, 한옥과 같은 동양 전통 스타일의 Coach 매장 이미지 등의 작업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Benjamin Benichou가 생성 AI로 그린 ‘불가능한 스토어(Impossible Store)’ 시리즈
(출처: Benjamin Benichou 인스타그램)
나이키와 티파니앤코가 실제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내놓아 화제가 된 가운데, 팬들이 만든 가상의 콜라보 제품들도 주목받았다. 실제로 나온 제품보다 더 반응이 좋은 가상 제품들도 존재하여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이 외에도 SNS상의 다양한 가상 콜라보레이션 이미지들을 살펴보면 실물보다 더 실물 같고 더 소장하고 싶은 아이템들도 있어서, 많은 브랜드 담당자가 이러한 생성 AI 컨셉 아트 작품들로부터 실제 제품의 아이디어를 얻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해리포터가 발렌시아가를 입는다면?
영화 등의 유명 콘텐츠 IP와 브랜드를 결합하여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재미있는 사진과 영상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demonflyingfox’라는 ID를 가진 한 유저가 유튜브에 ‘해리포터가 발렌시아가를 입는다면?’이라는 주제로 발렌시아가 패션을 입은 해리포터, 해그리드, 스나이퍼 교수 등이 말을 하는 영상을 만들어 올렸는데 굉장한 화제가 되었다. 이미지를 생성하는 미드저니(Midjourney),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일레븐랩스(ElevenLabs), 이미지의 인물이 말하는 동영상을 만드는 D-ID 솔루션 등을 사용하였고, 총 작업 시간이 2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AI를 가지고 놀아본 지 몇 달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영상은 현재 거의 1,000만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획득하였고, 9,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려, 영상의 성공으로 유튜브 광고 수익까지 받고 있다고 한다. 이후 ‘글로벌 CEO가 발렌시아가를 입는다면?’, ‘세계 각국 정상들이 발렌시아가를 입는다면?’ 등의 밈 시리즈들이 유행했다.
AI로 만든 영상 ‘해리포터가 발렌시아가를 입는다면?
(출처: demonflyingfox 유튜브 채널)
또 다른 유저의 ‘해리포터를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이 연출하였다면?’이라는 주제의 이미지도 화제가 되었다. 해리포터 내 다양한 캐릭터가 동화 같은 색감으로 유명한 웨스 웬더슨의 영화적 분위기와 패션 스타일에 완벽히 녹아들어 색다른 이미지를 연출해 내었고 이 또한 관심을 끌었다.
AI를 활용해 해리 포터 캐릭터를 웨스 앤더슨 스타일로 각색해 만든 이미지
(출처: panoramachannel 인스타그램 채널)
가상의 콜라보레이션이 인기를 얻으며 사람이 실제로 만든 것과 AI가 생성한 것을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이슈가 제기되기도 한다. 실제 같은 가짜 음원으로 주목받은 드레이크(Drake)와 위켄드(The Weeknd) 목소리의 ‘Heart on My Sleeve’ 노래(23년 4월)는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라는 유저가 만든 것이었고, 콜로라도 미술대회에서 상을 받은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디지털 아트 작품(22월 8월)은 미국의 게임 디자이너 제이슨 앨런(Jason Allen)이 AI로 만든 그림이었다. 이렇듯 일반 개인이 생성 AI를 통한 창작 영역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수많은 새로운 AI 창작물이 범람하게 될 것이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 창작과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개념도 점점 변화해갈 것이며, 그 사이에서 인간의 창의성과 예술적 감성을 지키며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생성 AI를 활용한 소비자 참여 캠페인, 생성 AI를 활용한 브랜드 홍보 영상 그리고 머릿속으로 생각만 할 수 있었던 재밌는 콜라보레이션과 각종 이미지. 오늘은 기업과 개인이 생성 AI를 활용해 만들어 낸 신선한 결과물들을 살펴보았다. 앞으로 생성 AI 기술이 더 발전하며 창작 비즈니스 곳곳에도 AI를 활용한 사례는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여러분이 무언가를 창작하는 비즈니스에 종사한다면 AI는 더 이상 취향의 문제가 아닌 누구나 관심을 가져야 할 필수 영역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관심의 시작은 직접 해보는 것일 테니, 오늘이라도 당장 생성 AI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도록 하자. 상상만 하던 키워드를 입력해 보는 것으로 여러분은 생성 AI와 함께하는 세상에 바짝 가까워질 것이다.
제일기획 김민석 프로 (Meta Lab팀)
<입문자를 위한 AI 원스텝>
1. 생성 AI 대체 뭐가 다른데? 편
2. 창작자들은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편
3. 광고 업무에 바로 도입해 보는 생성 AI (1)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