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현혜원 프로 (퍼포먼스크리에이티브 1팀)

여름이다. 많은 이들이 들떠있다. 코로나 이후로 3년 만에 야외 마스크가 해제되었으며 해수욕장도 개장했기 때문이다. 바다로 달려가 마스크 아래 답답했던 마음을 시원하게 털어낼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들이 흥겹게 몰려간 바다를 상상해 보자. 시끌벅적한 분위기, 웃음 가득한 사람들, 파라솔과 돗자리, 모래성, 그 옆에 파묻힌 아이들 장난감, 테이크아웃 컵, 음식을 담아왔던 비닐, 구겨진 음료수 캔, 플라스틱 생수병, 담배꽁초…… ‘사람이 많아졌다’는 문장은 자연스럽게 ‘쓰레기가 많아졌다’는 문장으로 이어진다.

아이디어의 출발

2016년 세계 경제 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을 것이라 한다. 매해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은 늘어만 가고, 우리는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의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 (세계자연기금,뉴캐슬대학 공동연구 2019) 그러나 오랜만에 찾아온 휴가철을 맞이한 사람들에게 이런 문제는 먼 이야기일 뿐이다. 당장 노는 것이 미래의 바다가 깨끗해지는 것보다 시급하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흥을 깨지 않으며 환경 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쓰레기를 줍고 처리하는 과정 자체에 즐거움을 부여하고, 손에 잡히는 보상을 제공하며, 이 작은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기로 했다.

쓰레기가 돈이 되는 과자상점 <SEANACK>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바다 쓰레기를 주워 오면 바다 생물 모양의 과자로 교환해 주는 것. 오징어집, 고래밥, 자갈치, 꽃게랑 등 모양만 보더라도 바로 바다 생물을 떠올릴 수 있는 과자를 선별했다. 바다 쓰레기가 바다 과자로 이어진다는 것도 재밌지만, 쓰레기를 줍는 우리의 행동이 그들을 구할 수 있단 메시지도 함께 담고자 했다. 그래서 이름도 바다(sea)와 과자(snack)를 더한 합성어 씨낵(SEANACK)으로 지었다.

처음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는 상점 형태의 공간을 떠올렸었다. 어린 시절 과자를 사 먹던 슈퍼마켓의 형태. 그러나 한곳에 정착하기엔 많은 해변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고, 결국 여러 바다를 돌아다니며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푸드 트럭을 선택했다. 민트색 물결이 살랑이는 트럭의 문을 열면 슈퍼마켓의 캐노피와 같은 디자인이 머리 위로 드리워진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쓰레기와 과자를 교환할 수 있도록 동심의 느낌을 살린 것이다.

쓰레기 무게에 따라 지급되는 과자의 비율은 <바다 과자 환율>을 만들어 적용하였다. 담배꽁초 등 가벼운 무게의 쓰레기가 많은 바닷가의 특성을 고려하여, 참여만 하더라도 과자 반 봉지가 넘는 50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세웠다. 또한 매일 가장 무거운 쓰레기를 주워온 참여자에게는 친환경 비건 샤워 세트를 선물로 증정하며 선의의 경쟁을 독려하였는데, 현재까지의 최고 무게는 12.6kg으로 초등학생 두 명과 어머니가 모래 사장에 묻혀있는 그물 등을 캐내서 끌고 트럭까지 가져왔다. 그들은 씨낵에 참여하기 위해 전남에서 일부러 찾아온 가족이었다.

해변에서 즐겁게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우와~ 아이디어 좋다!” 씨낵 트럭을 보며 사람들이 내뱉는 말이었다. 콘텐츠를 미디어를 통해 내보내는 일을 해오다가 현장에서 직접적인 반응을 접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리허설 중인 씨낵 트럭을 보고는 다음 날 다시 해변을 찾아와 참여하거나, 해변마다 찾아와 여러 번 참여한 사람도 있었다. 아이디어가 좋아 꼭 참여하고 싶었다는 그들의 말에 현장 사람 모두가 힘이 났다. 보도자료에서 씨낵에 대한 이야기를 발견한 한 분은 회사 동료들을 이끌고 서울에서 강릉까지 기차로 이동한 뒤 행사가 열리는 주문진으로 자전거를 타고 찾아왔다. 그리고 파이팅을 외치며 쓰레기를 줍기 시작하였다. 그 뒤로도 전국 각지에서 오직 씨낵에 참여하기 위해 바다로 오신 분들이 참여하는 걸 보며 선한 영향력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기준으로 행사는 6일간 진행되었고 약 800여 명이 참여했다. 해변에 놀러 온 사람들이 쓰레기를 줍는 액티비티에 즉석에서 참여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많은 분들이 찾아주었고 쓰레기를 들고 오는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의무감이 아닌 즐거움으로 참여하고 있단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바라던 ‘플로깅(plogging, 조깅 같은 체육활동을 하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신개념 환경 운동)’의 모습이다.

참여자의 숫자만으로는 이 캠페인의 결과를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바다에서 이 행사를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플로깅과 환경 보호에 대해 환기가 되고 교육이 된다는 사실 역시 중요한 결과일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상당수 참여자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이었다. 아이들이 과자에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기도 했지만, 쓰레기를 줍고 보상을 얻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될 것으로 생각한 부모가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오늘 그들의 경험이 미래의 바다를 지키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바다를 지키는 일, 어렵지 않아요

우리가 씨낵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 하나다. 플로깅이라는 것, 바다를 지킨다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 접근하냐에 따라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으며 이런 한 번의 경험이 훗날 바다에서 자신의 쓰레기를 챙기며 주변 쓰레기도 기꺼이 줍게 되는 행동으로 발전될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의 여름은 사람이 늘어도 쓰레기는 줄어드는 휴가철이 되길 기도한다.

제일기획 현혜원 프로 (퍼포먼스크리에이티브 1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