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_마케터&블로거

미디어나 뉴스는 하루에도 수많은 브랜드의 콜라보 소식을 전한다. 브랜드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기존 업종의 경계를 허물고, 협업 대상과의 개성을 조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인다. 인기 연예인이나 셀럽과 협업해 기존 제품에 새롭고 특별한 경험 요소를 만들기도 한다. 콜라보레이션은 전에 없던 신선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브랜드의 제품 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국내에도 콜라보 마케팅이 대세다. 다만 대부분의 콜라보레이션이 제품이나 굿즈 출시, 이벤트 같은 방식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해외에서 진행된 글로벌 브랜드의 콜라보 캠페인을 소개한다. 총 5가지 케이스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콜라보 마케팅 전략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로 확장하는 제품 사용 경험

파스타를 완벽하게 만드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 Barilla’s Spotify Playlists timer (출처: 바릴라 이탈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파스타를 만들 때 파스타 면을 삶는 시간은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다만 파스타의 종류에 따라 맛있는 식감을 살리도록 익히는 시간이 다르다. 이 부분에 착안해 이탈리아 식품업체 브랜드 바릴라(Barilla)는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와 함께 파스타를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플레이리스트 타이머(Playlist Timer)’를 공개했다.

플레이리스트 타이머는 파스타 면을 삶는 시간만큼의 음악을 구성한 플레이리스트다. 스파게티, 링귀니, 푸실리, 펜네 등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를 익히는 시간에 맞춰 팝, 힙합, 인디, 이탈리아 전통 음악 등의 장르로 9분에서 11분 분량의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했다. 총 8개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이탈리아 아티스트가 참여한 커버를 적용해 음반을 듣는 것 같은 시각적 경험도 제공했다.

(출처: spotify 웹사이트)

고객들은 자신이 구매한 파스타를 삶는 시간에 맞춰 좋은 음악을 감상할 뿐 아니라 가장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바릴라와 스포티파이의 콜라보레이션은 파스타와 음악이라는 각각의 제품과 서비스를 탁월하게 연결했다. 파스타의 중요한 조리 과정을 음악 재생 시간에 접목해 상호 간의 브랜드 경험을 확장한 것이다.

케첩 브랜드가 게임의 세계에 입장하는 법 – Heinz Hidden Spots (출처: 하인즈 ‘Heinz Hidden Spots’ 유튜브 영상)

게임 사용자와 관련된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게이머는 매주 약 8시간 27분동안 게임을 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 게임을 하다 보면 배가 고프기 마련. 하지만 게임 중 식사하는 것은 플레이에 방해 요소가 된다.

하인즈 케첩​(Heinz ketchup)은 게임을 하며 음식을 먹기가 힘들다는 점에 주목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1인칭 슈팅 게임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와 콜라보 마케팅을 진행했다. 게이머들이 편하게 음식을 먹으며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플레이어가 게임 중 숨을 수 있는 ‘히든 스팟(Hidden Spots)’을 맵에 구현한 것이다. 게이머들은 원하는 시간에 히든 스팟에 숨어, 게임을 중단하지 않은 채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출처: 하인즈 ‘Heinz Hidden Spots’ 유튜브 영상)

하인즈 케첩은 인기 게임 유튜버, 트위치 스트리머에게 히든 스팟이 그려진 지도와 케첩을 제공했다. 이들은 하인즈 케첩과 함께 햄버거나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콜 오브 듀티의 새로운 맵을 탐색하는 과정을 라이브로 중계했고, 게임 시청자에게 히든 스팟을 크게 알리는 데 성공했다.

하인즈 케첩과 콜 오브 듀티는 게이머들이 공감하는 문제를 찾아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MZ 세대를 대상으로 창의적인 방식의 상호작용을 만들어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버전의 이케아 카탈로그 – IKEA Animal Crossing Catalogue (출처: IKEA Taiwan 공식 Facebook)

이케아 대만(IKEA Taiwan)은 닌텐도와 콜라보해 2021년 디지털 카탈로그를 닌텐도 스위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버전으로 제작했다. 카탈로그는 거실과 부엌, 침실 등 공간 연출에 사용된 가구뿐만 아니라 벽 장식, 카펫, 쿠션 등의 소품까지 게임과 비슷하게 재현했다. 게임 속 주민들이 모델로 나와 더욱 생생함을 살렸다.

(출처: IKEA Taiwan 공식 Facebook)

카탈로그는 소셜미디어 계정으로도 공유되며 입소문이 났다. 이 콜라보는 디지털에 집중하는 이케아의 전략적인 변화를 효과적으로 증명했을 뿐 아니라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의 팬덤을 활용해 이케아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끌어냈다.

새로운 파트너와의 과감한 협업

15년 전 사망한 10대 축구 유망주를 게임 플레이어로 되살리다! – The Kiyan Prince Foundation, Long Live the Prince (출처: EA Sports 웹사이트)

키얀 프린스(Kiyan Prince)는 ​영국의 프로 축구단인 퀸즈 파크 레인저스 FC와 계약한 축구 유망주였다. 2006년 그는 따돌림당하던 친구를 도우려다 15세의 나이에 칼에 찔려 안타깝게 사망했다. 그의 아버지는 사건 이후 키얀 프린스 재단(Kiyan Prince Foundation)을 만들어 유사 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다양한 예방 활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2021년 5월, 키얀 프린스의 사망 15주년을 맞아 재단은 그를 기리기 위한 캠페인을 런칭했다. 그가 만약 살아 있었더라면 많은 사랑을 받는 축구 선수가 되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기반으로, 키얀 프린스의 현재 모습을 디지털로 재현한 것이다. 당시가 아닌 현재 모습으로 재현하는 것이 꽤 어려웠지만, 시각 효과 전문 스튜디오 프레임스토어(Framestore)는 전문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30세로 성장한 그의 가상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데 성공한다.

이에이 스포츠(EA Sports) 제작진은 디지털로 재현한 키얀 프린스를, 그들의 온라인 축구 게임 ‘피파 21(FIFA 21)’에 적용했다. 키얀 프린스가 당시 소속되었던 클럽인 퀸즈 파크 레인저스 선수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출처: EA Sports 웹사이트)

아디다스, 제이디 스포츠, 매치 어택스 등도 프로젝트 파트너로 참여해 가상의 플레이어에 실제 축구 선수들과 동일한 수준의 후원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게임을 즐기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10대 축구 유망주의 사망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만들어냈고, 3년 치에 해당하는 기부금을 모집했다.

이런 대담한 아이디어가 성공적으로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인물을 현재 모습으로 재현한 시각 효과 전문 스튜디오의 기술뿐만 아니라, 디지털로 재현된 인물을 게임 플레이어로 체험할 수 있게 만든 이에이 스포츠와의 적극적인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캠페인은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파트너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캐릭터의 힘을 빌린 브랜드 세계관 구축

심슨 가족 애니메이션을 만든 발렌시아가 – The Simpsons Balenciaga (출처: 발렌시아가 유튜브 공식 계정)

지난 10월 프랑스 럭셔리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Balenciaga)’는 파리 패션 위크에서 일반적인 패션쇼와 다른 방식으로 2022 봄/여름 컬렉션을 공개해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과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것이다. 파리 패션 위크 컬렉션에 초대받은 게스트들은 발렌시아가를 입고 레드카펫 포토콜 행사를 진행한 후, 샤틀레 극장에서 10분 분량의 ‘심슨 발렌시아가’ 영상을 관람한다.

(출처: 발렌시아가 유튜브 공식 계정)

영상의 스토리는 이렇다. 호머 심슨이 아내의 생일 선물로 발렌시아가에 연락해 드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무려 18,000달러라는 엄청난 가격을 알게 된 마지 심슨은 특별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해 고맙다는 메모와 함께 ​드레스를 돌려보낸다. 이 메모를 받은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는 그 내용에 감동하게 되고, 심슨 가족과 스프링필드에 사는 사람들을 파리로 초대해 패션쇼 런웨이에 올린다. 심슨 가족의 다양한 캐릭터는 실제 출시된 발렌시아가의 컬렉션을 입고 패션쇼에 등장한다.

뎀나 바잘리아는 심슨의 오랜 팬이었다. 그는 심슨 가족의 제작자인 맷 그레이닝에게 이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했고, 1년 넘는 시간 동안 비밀리에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고 한다. 작년 10월 발렌시아가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 애니메이션은 지금까지 무려 1,0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발렌시아가와 심슨 가족의 협업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전통적인 패션쇼에서 벗어난 탈권위적인 방식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프링필드에 사는 심슨 가족의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와 대중들에게 보다 가까운 접점의 브랜드 경험을 제공했다.

1대1이 아닌 1대多, 확장성을 보여주는 콜라보

축구를 사랑하는 브라질에서도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다. 금액 차이가 무려 10억에 달할 정도로 브랜드들의 투자가 남자 축구에 크게 치우쳐 있다. 이에 브라질의 소다 음료 브랜드 과라나 안타르치카(Guarana Antarctica)는 여자 축구 선수들을 후원하기 위한 캠페인을 기획했다.

매월 3,500만 캔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 있는 음료 브랜드, 과라나 안타르치카는 음료 패키지의 일부를 다른 브랜드를 홍보하는 광고 매체로 활용하게 하고, 브랜드에 광고비 명목의 후원금을 받았다. 런칭 7일 만에 무려 100개가 넘는 브랜드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음료 캔 패키지를 타사 광고 매체로 활용하다 – Guarana Antarctica She Can (출처: Guarana Antarctica)

버거킹, 레이 등 10여 개의 브랜드가 광고비로 10만 달러(한화 1억 3천만 원) 정도의 금액을 지불했으며, 모든 금액은 여자 축구 아카데미를 후원하는 데 사용됐다. 이 캠페인에서는 두 가지 부분에 주목할 수 있다. 자사 제품에 다른 브랜드의 로고를 넣어 광고 매체로 활용할 수 있게 한 과감한 아이디어. 1대1이 아닌 수많은 브랜드와 동시에 협업을 진행하는 1대 多의 방식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출처: Guarana Antarctica)

지금까지 몇 가지 글로벌 브랜드의 콜라보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는 성공적인 콜라보를 위해 보다 창의적인 요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관습을 부수는 대담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선 브랜드에 부족한 역량을 채울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협업을 제안할 줄 아는 유연성 역시 필요하다. 브랜드가 해온 과거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신선한 콜라보 마케팅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상훈

디지털 에이전시에서 마케터로 일한다. ‘스투시’라는 닉네임으로 국내외 브랜드 마케팅, 트렌드 소식들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제는 닉네임으로 더 많이 불린다. 일과 생활에서 영감을 주는 것들을 수집, 관찰하고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감수성과 호기심이 중요하고 센스는 갈고 닦는 것이라고 믿으며,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자 한다. 요즘엔 넷플릭스의 찜한 콘텐츠 리스트가 늘어갈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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