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최지은 프로 (소셜팀)
새로운 유니버스를 창조하려 할 때 필요한 게 무엇일까? 독보적인 캐릭터와 흥미로운 스토리,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환경’이다. 캐릭터 뛰어놀며 스토리가 전개되는 배경이 필요한 것이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가상의 유니버스가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되어준다.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특정 유니버스의 단서가 숨겨진 콘텐츠를 소비하고 해당 유니버스의 캐릭터와 소통하거나, 혹은 해당 유니버스를 좋아하는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
혹은 그 유니버스를 좋아하는 다른 이용자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 또한, 소셜미디어는 현실 세계와 맞닿아 있는 가상 세계이기 때문에 유니버스의 현실감을 더해주기도 한다. 소셜미디어는 다양한 유니버스가 자라나는 토양 같은 역할을 하고 각각의 소셜미디어 특성에 따라 이용자가 경험하는 유니버스의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다양한 소셜 플랫폼에서 이용자가 어떻게 유니버스에 몰입하는지를 살펴보고 각각 소셜 플랫폼마다 특성에 맞게 분류해보았다.
1. 트위터 속 세계관 마케팅
‘실시간 트렌드(실트)’라는 기능을 통해 요즘 유행하는 소재를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는 트위터는 MZ 세대의 트렌드 상급지로 여겨진다. 트위터는 다른 소셜미디어에 비해 실시간 정보 공유에 특화되어 있어 특히 K-POP 스타의 실시간 트윗을 보고 소식을 공유하면서 K-POP 스타 팬덤 사이에서 커뮤니티 역할도 한다. K-POP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세계관’이 트위터에서는 팬들이 직접 만든 2차 콘텐츠로 생산되면서 유행하는 밈과 짤이 되어 다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춘식이 그림일기 (출처: 춘식이 트위터 @choonsik_diary)
춘식이 그림일기는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춘식이의 트위터 계정으로, MZ 세대에 인기 있는 최고심 일러스트레이터의 대충 손으로 그린 듯한 그림체와 글씨체가 특징이다. 춘식이는 길냥이 출신의 고양이로 라이언이 집에 데려와 그의 반려묘가 되었고, 최근까지 트위터 계정에서 라이언과 함께 찍은 ‘라춘댄스’ 영상과 근황 글을 자주 올렸다. 특히, 춘식의 팬들은 자발적으로 춘식의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춘식은 본 계정에 팬들의 콘텐츠를 리트윗하면서 실제로 춘식이 존재하는 것과 같이 소통한다. 또한, 예비 월드 스타를 꿈꾸는 춘식은 팬들에게 아이돌 레전드 의상이나 엔딩 요정 짤을 인용해달라는 등 인용 놀이를 통해 설정된 춘식의 캐릭터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했다.
2. 유튜브 속 세계관 마케팅
‘한국지리 일타강사 문쌤’, ‘감성구닌 후니쓰’, ‘나인인원 강하’ 등의 캐릭터로 구성된 빠더너스 유니버스 (출처: 빠더너스 유튜브)
유튜브에서는 빠다너스, 피식대학, 강유미 등 스토리와 캐릭터가 있는 유니버스 콘텐츠를 소비하기도 하지만, 댓글 놀이를 통해 직접적으로 유니버스에 참여한다. 작년부터 큰 인기를 얻은 유튜브 속 세계관 콘텐츠에서는 각 캐릭터에 디테일한 설정을 부여하고 각 캐릭터를 생생하게 연기해 실존 인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출처: ‘상플‘ 유튜브 검색 화면 캡처)
MZ 세대는 유튜브에서 브랜드나 미디어에서 새롭게 구축한 세계관을 소비하기도 하지만, 파생되는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과몰입 플레이리스트나 여러 세계관을 섞어 상플 콘텐츠(상플: 상상 플러스의 준말로, 다른 두 세계관을 섞어 만든 콘텐츠를 의미함)를 만드는 등 다양한 2차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또 소비하면서 유니버스가 확장되는 것을 볼 수 있다.
K-POP 뮤직비디오 해석 전문 유튜버 김일오 채널 (출처: 김일오 유튜브)
이 밖에도 유튜브 외 이미 구축된 다른 유니버스를 해석하는 콘텐츠를 쏟아 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K-POP 스타의 세계관이 녹아 있는 뮤직비디오나 가사를 해석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 속 세계관을 분석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MZ 세대는 유튜브에서 댓글 놀이를 통해 특정 세계관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하며 콘텐츠를 소비하고 또 콘텐츠를 재가공하여 널리 확산한다.
3. 인스타그램 속 세계관 마케팅
(출처: 빙그레 인스타그램(좌) / 요기요 인스타그램(중) / 써브웨이 인스타그램(우) 공식 계정 캡쳐)
빙그레우스, 요기요 나라, 써브웨이 카도군 등 한 번쯤 보고 들은 적 있는 브랜드의 세계관들은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등장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다른 소셜미디어에 비해 이용자의 페르소나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자기 취향, 자기 스토리를 남들에게 보이는 공간이기에, 인스타그램은 주로 브랜드가 만드는 새로운 세계관의 메인 플랫폼,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성공한 세계관은 현존하는 인물처럼 인격을 지니고 이용자와 호흡하며, 이용자들은 브랜드 계정의 콘텐츠임을 인지하면서도 피드에서 발견한 친구 게시물에 댓글을 남기는 것과 같이 자연스럽게 세계관에 스며들게 된다.
(출처: 매드몬스터 인스타그램(좌) / 이호창 인스타그램(중) / 이택조 인스타그램(우) 공식 계정 캡쳐)
인스타그램에서는 브랜드가 창조해낸 세계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타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은 여러 세계관의 캐릭터들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생성하기도 한다. 이택조(한사랑 산악회), 이호창(B대면 데이트), 매드몬스터 등 가상의 인물임에도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어 세계관의 몰입도를 높이고 현실로 세계관을 확장할 때에도 인스타그램을 주로 활용한다. 타 소셜미디어에선 파생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과 달리, 인스타그램에서는 이미 구축된 브랜드 혹은 콘텐츠의 세계관을 인지하고 알아가는 한편, 주로 댓글을 통해서 소통하는 등 비교적 소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간혹 인스타그램에서 좋아하는 세계관이나 캐릭터의 이미지, 영상을 아카이빙 하기 위해서 팬 계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소셜미디어는 각자의 일상과 관심사를 실시간으로 담아내는 또 하나의 세계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어우러지고 연결되어 다양한 유니버스가 탄생한다. 세계관이 곧 팬덤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셜 문법에 맞게, 컨텍스트에 맞게 지속적으로 세계관 속 캐릭터와 대중 간 인터랙션이 발생한다면 일반 대중에서 우호적인 팬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트리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일기획 최지은 프로 (소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