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김세웅 프로 (비즈니스 13팀)

‘백색가전’이 가전제품의 대명사로 쓰이던 때가 있었다. 한 회사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전자레인지 등을 백색으로 통일한 데서 비롯된 용어였다. 수년간 사용되어온 그 말을 이제 MZ 세대는 다르게 이해한다. 百색가전. 즉, 획일화된 흰색 가전이 아니라, ‘100가지 컬러를 가진 나만을 위한 맞춤 가전’으로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 배경에는 혁신적인 맞춤 가전 시대의 서문을 연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시리즈가 있다. 2019년 냉장고로 시작된 맞춤 가전은 올해 16종의 라인업으로 확장되어 ‘비스포크 홈’을 완성했다. 가전계의 ‘어벤져스’가 탄생한 것이다.

내 가슴 속은 갑갑해졌어

이번 캠페인은 키친을 넘어 집 안 모든 공간으로 비스포크 홈라이프의 경험을 확대함과 동시에, 변화하는 라이프 스테이지에 맞게 컬러와 모듈을 교체하는 시간의 확장까지 아울러야 했다. 단 한 편의 영상에 시공간으로 확장된 비스포크의 개념, 비스포크 홈만의 차원이 다른 가치를 전달하면서도 10여 종이 넘는 각 제품을 매력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어려운 미션이었다. 그중 한 가지는 순조로웠다. 오랜 시간 쌓여온 ‘가전을 나답게’라는 삼성가전만의 철학이 있었기에 비스포크 홈만의 차별적 가치를 ‘집의 모든 순간을 나답게’로 정의 내린 것. 하지만 진짜 미션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한 가지 제품의 가장 큰 매력을 보여주는 것’. 이것은 모든 광고의 이상이기도 하다. 반대의 경우는 힘들어진다. 제품도 다양하고, 하고 싶은 말도 많을 때 광고는 자칫 산만해져 시청자의 외면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고민의 나날들 속에 꽃 핀 이번 캠페인의 솔루션은 ‘뮤직비디오’였다. 60초라는 긴 시간 동안 많은 제품을 지루하지 않게 보이기 위해서는 뮤직비디오처럼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제격이라 판단한 것이다. 어떤 음악이 최선일지에 대한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만장일치의 곡이 있었기 때문이다.

You Must COME BESPOKE HOME

1990년대에 등장해 대한민국 대중음악계를 뒤흔든 혁신의 아이콘 서태지와 아이들. 그들의 대표곡 ‘컴백홈’. 이 곡명이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우리는 직감했다. 대박 캠페인의 운명을. 그 뒤는 일사천리였다. 스토리보드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선 BGM이 자동 재생됐다. 이 곡에 담긴 문화 예술적 가치를 그대로 가져와 비스포크 홈에 연결한다는 기대와 흥분이 캠페인 준비 기간 내내 함께했다. ‘컴백홈’ 노래에 맞춰 세탁기, 냉장고, 로봇청소기 등 다양한 가전제품이 주인 몰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듯한 위트 있는 영상과 ‘세상에서 가장 나다운 공간인 집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곡 제목에 맞춰 ‘COME BESPOKE HOME’으로 절묘하게 치환한 비스포크 홈 캠페인은 그렇게 5월 14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를 완성하겠어!

캠페인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유튜브 조회 수는 1천만 뷰를 넘겼고, 6월 20일 기준 1,900만 회를 돌파하며 2천만 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 가전 품목 단일 캠페인 영상으로서는 누구도 도달해보지 못한 고지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를 듣고 자란 X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MZ 세대에게는 힙한 감성으로 신선하게 다가간 덕분이었다. 그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1,200개 이상의 댓글이었다. 광고 영상에 달리는 댓글은 평균 50개 남짓. 그래서 이 숫자는, 숫자 안에 들어 있는 공감과 극찬은 무엇보다 값진 박수와 격려였다.

삼성전자 광고 역사상 역대급이 아닐까 싶다. 지금 시대, 트렌드, 음악, 광고를 장악한 것 같다! 단언컨대 모든 광고 통틀어서 이렇게 눈과 귀를 빠져들게 하는 광고가 있었을까 싶다…” (소에스디So-Messi 님)

예술이네… 가출 청소년들에게 기다리고 사랑하는 부모님 곁으로 돌아가라던 컴백홈이, 그 시절 청소년들이 자라서 한 가정을 이루었을 때, 안락한 가전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라는 컴백홈이 되다니.. 기획하신 분 뭔가 한 획을 그으신 듯! ” (k sir 님)

서태지가 삼성에게만 허락한 이유를 여지없이 납득시켜주는 삼성… 명품과 명품의 콜라보… 원곡을 능가할만한 CM에 뮤비라니 …”(guns n roese 님)

2030 공략 성공에 이어, 서태지 세대 4050도 비스포크하게 만드는 세상 힙한 레트로마케팅! “(B note 님)

내 살아생전에 엘지 가전을 걱정할 일이 생기다니!!” (캡틴 서 님)

마지막에 ‘나를 완성하겠어’의 가사까지 완벽해서 광고가 주는 메시지에 감동일 정도…” (조예슬 님)

이번 캠페인으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이제 세상은 ‘작은 진심’도 알아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 ‘설마 이런 것까지 알겠어’라고 생각한 사소한 디테일 하나도 시청자들은 놓치지 않았다. 비스포크 제트의 결합 씬에서 양현석과 이주노가 서로 교차하는 시그니쳐 안무를 떠올리고, 마치 곰 인형을 버릴 듯 바라보던 아이가 세탁기에 옷을 돌려주는 장면에 ‘난 이제 깨달았어 날 사랑했다는 것을’이라는 가사가 매치되며 주는 위트도 캐치해냈다. 오히려 어떤 부분은 이런 걸 오마주한 게 아니냐며 한 장면 한 장면, 소품 하나하나까지 살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진심이 담긴 사소한 디테일, 그로부터 나오는 교감과 소통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삼성전자의 진심이 고객과 만나는 순간에 비스포크 홈이 있었다. 그리고 제일기획의 진심이 광고와 만나는 순간에 서태지가 있었다. 고객들은, 시청자들은 그 진심에 열렬히 화답해주었다. 올해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만큼, 내년에도 그리고 후년에도 비스포크 홈은 더 대단한 캠페인을 이어 나갈 것이다.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제일기획 김세웅 프로 (비즈니스 13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