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정유미 프로 (비즈니스10팀)
“혹시… 당근이세요?” “너, 당근해?”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브랜드 관련 메시지가 밈(meme)이 되는 것은 모든 브랜드의 염원이다. 당근마켓은 이제 많은 이들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중고거래의 대명사. 넘쳐나는 중고거래 플랫폼 중 당근마켓은 어떻게 ‘당신 근처에’ 머물 수 있게 된 걸까? 글쓴이 역시 당근마켓의 오랜 유저로 사심을 가득 담아 광고주에게 다가갔고, 결국 함께 캠페인을 진행하게 되었다. 기존에 작은 바이럴 영상을 만들기도 하던 당근마켓이지만, 소비자의 자발적 바이럴이 퍼지는 지금,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모멘텀이 되리라 생각했다.
밈(meme)이 되어버린 “당근이세요?”
“혹시… 당근이세요?” 라는 문장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중고거래 상대가 아니면 어떡하나 걱정, 물건을 곧 만날 수 있다는 설렘, 말을 내뱉기 전까지 긴장감. 이 모든 감정이 내포된 한 마디, 우리는 이 포인트에 주목하기로 했다.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유저라면 누구나 겪었을 그 느낌을 캠페인에 담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 당근거래를 약속하고 거래 장소로 가는 동안 마음속으로 느끼는 이 감정들을 어떻게 밖으로 꺼내어 보여줄 수 있을까?
에피소드 부자, 당근마켓
브랜드 스토리를 억지로 찾을 필요도 없었다. 워낙 많은 유저가 당근 거래에 대한 인증샷은 물론, 재미있고, 따뜻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한 에피소드를 계속해서 생산하고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짜 경험담만큼 효과적인 스토리는 없는 것이고, 결국 당근마켓의 캠페인 스토리 역시 유저들의 경험에서 나와야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혈압측정기 거래 사연 (출처: 당근마켓)
귀엽고 따뜻한 거래 사연 (출처: 당근마켓)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남편들의 거래’는 당근마켓을 대표하는 에피소드가 되었다. 아내가 종이가방을 주며 남편을 대신 거래에 내보냈고, 거래하러 나온 남자분에게 “근데 이거 무슨 물건이에요.” 물었더니 “저도 몰라요”라고 했다는 스토리다. 우리는 유명한 이 에피소드를 어떻게 하면 새롭게, 더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할 땐 쉽게 이해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새로움을 주기에 어려움이 있어 오히려 더 어려운 길이 되기도 한다.
아내의 부탁으로 두 명의 남편이 뭔지도 모르고 거래하는 이 에피소드에서 주목한 건 에피소드 그 자체가 아닌, 내가 가진 물건이 뭔지도 모른 채 낯선 남자와 만나야 하는 그들의 속마음이었다. 아내가 봉투를 하나 주며 몇 시에 어디로 가보라고 해서 나오긴 했는데, 이건 대체 무엇이며, 백팩을 메고 온다는 남자는 어디 있는지, 저 사람인지 아닌지. 복잡다단한 심경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다 연극의 ‘방백’을 생각해냈고, 그 감정을 뮤지컬의 솔로곡 가사로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주인공 남자가 거래하려는 대상을 만나러 가서 느끼는 긴장, 초조, 아니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을 가사로 표현했다가 남편 에피소드는 두 남자 모두 비슷한 감정을 느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두 남편이 각자의 감정을 주고받는 듯한 느낌으로 곡을 제작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PPM 이후에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제작팀과 광고주 모두 끊임없이 고민했기에 완성도를 더 끌어 올릴 수 있었다.
뮤지컬로 시작해 당근으로 마무리
그래, 오직 당신뿐이야
이 밤 여기에 서 있을 사람
그런데 나는 왜 여기서 대체 무얼 망설이나
혹시 아니면 어떡하나
확신 없는 이 나약한 맘
하늘이여 내가 용기를 줘
비장하게 당근이세요?
당근 거래하기 직전 비장하게 결심한 듯한 감정을 격정적인 무드의 솔로곡으로 불러 클라이맥스에 이른 그때, “당근!”하는 사운드 이펙트와 함께 현실의 당근 거래 현장으로 전환된다. “당근이세요?” 멘트를 하기 전과 후의 전환 임팩트를 전달하기 위해 음악, 연출, 배우들의 비주얼까지 세심하게 고민한 결과 볼거리가 더욱 풍부해졌다.
음악은 사전에 녹음까지 완료한 곡이었지만, 실제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이 열창했기에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실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배우들을 섭외했기에 가창력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까만 옷을 입고 온다고 했죠
온 세상이 다 그대처럼 보여
하지만 나 찾는 건 오직 그대 하나뿐
눈빛만 봐도 바로 알 수가 있어
떨리는 이 마음 그댄 알까
아련하게 당근이세요?
남편 에피소드 외에도 당근 거래를 하러 가면서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을 표현한 남/녀 편 역시 공감을 많이 받았다. 거래를 하러 갈 때 빨간 패딩을 입는다거나 파란 재킷을 입었다는 등 의상으로 인상착의를 알려주는 것부터 약속 장소에 가면 왠지 비슷한 사람이 많이 보이는 것처럼 보이는 착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거래를 하기로 한 사람은 딱 알아보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가사로 잘 풀어냈고, 아련한 여주인공의 솔로곡으로 표현함으로써 재미와 공감을 모두 가져갈 수 있었다.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형식에서 해답을 얻는 당근마켓의 첫 브랜드 캠페인은 당근거래를 하러 가는 유저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감정, ‘당근이세요?’ 모멘트를 극대화하여 공감을 일으키고자 했던 캠페인이다. 의도한 대로 “가사 하나하나 다 공감된다.” “옷 색깔 알려주며 만나는 거 찰떡” “뮤지컬 연출 너무 웃기고 거래 전 떨리는 마음 정말 잘 표현한 거 같다” 등 공감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신사동도 당근이세요? 동네 맞춤 옥외광고
디지털 영상과 별개로 대세감을 전달하고자 버스 정류장 및 옥외광고를 진행했다. 특히 버스 정류장 광고는 서울 전역, 수도권에서 세종시까지 총 183개 동, 약 450개의 소재를 제작해 광고했다. 동네 생활을 위한 앱이라는 플랫폼 특성에 맞춰 동네 맞춤으로 다르게 제작했다. ‘한남동도 당근이세요?’ ‘신사동도 당근이세요?’ 곳곳에서 시선을 강탈하는 쨍한 당근색 광고를 만날 수 있었다.
중고거래하면 누구나 당근을 먼저 떠올리는 요즘, 캠페인을 접한 소비자들은 더욱 오래도록 당근을 잊지 못하지 않을까? “저기 혹시 당근이세요?”
제일기획 정유미 프로 (비즈니스10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