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체력 관리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이른바 ‘덤벨(dumbbell)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Global Wellness Institute)에 의하면 2018년 체력 관리 관련 세계 시장 규모는 8,280억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는 헬스클럽과 체육관 등에서 하는 신체 단련이나 스포츠, 레크리에이션, 정신 수양 등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기구 및 의류, 기술 상품 등의 매출이 두루 포함된다. 덤벨 경제가 이처럼 부상하게 된 배경과 현황을 짚어본다.

국내의 덤벨 경제 규모는 아시아에서 일본, 중국의 뒤를 잇는다. 하지만 월 1회 이상 체력 단련 활동을 실천한 비중인 인구 대비 참여율은 아시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한국 소비자들은 심신 건강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소비 욕구 또한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신체적인 운동 활동뿐 아니라 스트레스, 수면 관리 등 일상의 건강을 지키고 생활의 질을 높이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관련 시장이 더욱 성장 중이다. 그런가 하면 건강의 범위가 개인의 신체, 정신을 넘어 사회 차원으로 확대되는 웰니스(wellness)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식품 시장에서는 간편식과 배달 음식 시장이 부상하는 동시에 저열량, 친환경 식재료와 조리법을 사용한 건강식, 슬로우 푸드에 대한 수요도 커지는 추세다. 화려한 디자인이나 고급스러움보다 편안함과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사랑받는 패션 브랜드의 부상도 눈에 띈다. 오바마, 엠마 왓슨의 스니커즈로 알려진 올버즈(Allbirds), 베자(VEJA)의 경우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천연 소재 사용과 편안한 착화감을 내세워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 신발 브랜드 올버즈와 베자. ‘건강’이 사회적 개념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재료와 공정 거래 소싱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사랑받고 있다.
ⓒ 올버즈 인스타그램 캡처(instagram.com/allbirds), ⓒ 베자 인스타그램 캡처(instagram.com/veja)

신체 단련을 위한 일상적인 운동, 홈 피트니스(home fitness)의 역사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861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피트니스 가이드북에는 넥타이를 맨 남성, 페티코트를 입은 여성이 집 안에서 기구를 사용하며 운동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림 속 기구는 마호가니 틀에 도르래와 줄, 무거운 추가 연결된 모양으로 지금의 케이블 머신과 매우 흡사하다.

마치 명품처럼 충분한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홈 피트니스는 서서히 대중 사회로 퍼져나갔다. 피트니스의 대중화는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됐다. 소득 증대, TV 매체의 확산, 대기업의 대량 마케팅 등 급속한 경제적, 사회적 변화 속에서 중산층의 소비 욕구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넘어 건강과 다이어트, 체력 관리로 확장됐다.

당시 피트니스 시장의 주요 타깃은 직장 생활 등 외부 활동이 많은 남성보다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TV 시청을 즐기고 외모에 관심이 많은 여성 소비자들이었다. 주부들 사이에서는 요리, 인테리어뿐 아니라 간단한 실내 운동 방법을 알려주는 TV 프로그램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건강 관리 활동과 방식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조깅, 에어로빅, 피트니스 센터 등 실내외 운동이 유행하고, 1990년대 들어서는 트레드밀, 실내 자전거 등 홈 피트니스 기구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덤벨 경제로 불리는 오늘날의 현상은 2000년대 이후 시작된 웰빙 및 로하스 트렌드의 연장선에 있다. 그 과정에서 정보 기술의 혁신은 소비층을 확대하고 변화를 가속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파워 블로거, 인플루언서 등이 인터넷,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방식을 알려주는 하우투(how to) 콘텐츠를 대량 생산하자 운동이나 체력 관리에 관심을 지닌 일반 소비자들의 심리적,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편하게 빨리, 저렴하게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밀레니얼, Z세대의 부상은 사회, 환경의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웰니스 트렌드가 확산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들은 건강한 신체, 아름다운 몸매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러닝, 바이킹 클럽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즐기며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한다. 또한 제품과 기업의 사회적 가치, 진정성을 중시해 건강한 사회, 지속 가능한 환경에 대한 책임이 기업의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경영 방침으로 전환되는 변화를 이끌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건강과 면역력, 위생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온라인 1:1 트레이닝, 운동 기구 렌털 서비스 등을 활용한 언택트, DIY식 체력 관리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맞춰 펠로톤(Peloton) 같은 홈 피트니스 전문 기업을 비롯해 애플, 구글 등이 맞춤형 건강 관리 프로그램과 스마트 기기를 앞다퉈 출시하며 시장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은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나이키는 조깅이 유행하던 시절 중저가 러닝화를 대량생산해 역전의 기반을 만들었고, 룰루레몬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Z세대 소비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애슬레저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유지되고 발전하는 환경 속에서 소비자 니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응한다면 또 다른 기회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최순화는 국내외 소비 시장 트렌드, 브랜드 전략 등을 연구해 왔으며 현재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이다. 『뉴노멀 시대의 마케팅』, 『반감고객들』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