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극장가는 옛날 영화들이 박스 오피스 차트를 점령 중이다.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1989년 작 <전망 좋은 방>이 얼마 전 다시 스크린에 걸렸고, 천카이거 감독의 1993년 작 <패왕별희>와 2007년 개봉했던 제인 오스틴 원작의 <비커밍 제인>도 재개봉돼 인기를 모았다. 바야흐로 윤대녕의 소설 제목처럼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가 흔한 일상이 됐다. 어디 영화뿐인가. ‘전통적’인 취미 활동이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며 새삼 주목받고 있다. 통계를 통해 레트로 문화의 현재를 살펴보자.

 

트렌드모니터가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10명 중 8명(80.1%)이 “레트로 문화를 접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들려줬다. 이러한 생각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50대 90.2%, 40대 87.4%, 30대 74.8%, 20대 67.8%).

또한 10명 중 6명은 “레트로 문화가 현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고 말했는데, 이 또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그런 시각이 강했다(50대 71.4%, 40대 66%, 30대 59.8%, 20대 55.8%).  이처럼 연령대에 따라 레트로가 주는 정서적 효과에 대한 반응이 다소 상이하게 나타나는데, 아래 항목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통계 출처: <복고 문화 관련 인식 조사>,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15년, 만 19~59세 남녀 2,000명 대상.
*통계 출처: <‘요즘 옛날’에 빠진 세대별 동상이몽은>, 한경 머니, 2020년 2월 기사, 10~50대 남녀 500명 대상.

 

사람들이 레트로 문화 체험을 통해 가장 느끼고 싶은 것은 바로 ‘추억’. 10명 중 7명이 1위로 추억(69.5%)을 꼽았다. 그런데 2위부터는 세대별로 상이한 답변이 나타났다. 50대는 추억(63.0%), 공감대(23.0%), 익숙함(8.0%), 즐거움(3.0%) 순서로 응답한 반면 10대는 추억(58.8%), 즐거움(22.7%), 공감대(12.4%), 익숙함(4.1%) 순서로 대답했다. 이를 통해 기성 세대에게는 레트로가 향수에 가까운 반면, 젊은 세대에게는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종류의 레트로 문화를 선호할까? 응답률을 보면 1위 옛날 노래(53.5%), 2위 과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42.8%)와 영화(42.6%), 3위 옛날 간식(24.3%)과 옛날 식품(22.6%), 4위 레트로풍 음식점(21.2%) 등으로 나타났다.

*통계 출처: <복고 문화 관련 인식 조사>,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15년, 만 19~59세 남녀 2,000명 대상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의 빅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 지역의 핫플레이스 중 소셜 채널에서 언급량이 가장 많은 곳은 홍대, 이태원, 가로수길, 연남동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특히 이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압구정동, 성수동, 을지로가 인기 여행지로 부상했다는 점.

압구정동은 2017년 8위에서 2019년 5위로 상승했으며, 성수동과 을지로는 2019년 처음으로 20위권 안에 진입했다. 압구정동은 1990년대 강남 최고의 핫플레이스였다가 가로수길이 유명세를 타며 인기가 사그라들었으나 최근 다시 관심 지역이 되고 있다. 성수동과 을지로의 부상은 레트로 느낌, 빈티지 느낌이 물씬 흐르는 공간이 새로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 출처: <빅데이터가 알려주는 서울 여행 트렌드 조사>, 서울관광재단, 2020년, 소셜 채널 문서 총 1,960,652,389건 대상.

 

미국음반산업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미국의 LP 시장은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액이 2018년 대비 18.7% 증가해 CD(12% 감소) 및 다운로드 음원(17.6% 감소)과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주로 판매된 음반을 보면 비틀즈, 퀸, 핑크플로이드, 너바나, 프린스, 레드제플린 등 거의 올드록과 올드팝이다.

주로 디지털 음원을 들으면서 성장한 2030세대에게 LP가 레트로 취미가 된 것은 국내도 마찬가지. 국내엔 정확한 통계 자료가 없지만, 업계에서는 LP 시장의 전체 매출액이 대략 2018년 250억 원에 이어 2019년 400억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LP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턴테이블(61%) 수요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출처: <‘디지털과는 또다른 맛’ LP판, 2030 취향 저격하다>, 세계일보 2020년 5월 2일자 기사. 
*통계 출처: <33년만에 CD 넘었다… 디지털 시대에 부는 LP 열풍>, 동아일보 2020년 1월 15일자 기사.

 

스마트폰에 무엇이든 기록하고 그림까지 그릴 수 있는 세상이지만, 최근 종이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국내 한 대형서점의 문구 판매점에선 2019년 다이어리 판매량이 전년 대비 4.5%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33%), 30대(25%), 40대(25%) 순서로 2030세대에서 특히 판매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다이어리를 꾸밀 수 있는 스티커, 테이프, 메모지 등의 문구류 제품도 전년보다 32%나 증가했다. 이른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라 불리는 이 같은 현상은 디지털 시대에 핸드메이드의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아날로그 감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 출처: <자꾸만 하고 싶은 ‘다꾸’>, 한겨레21, 2020년 2월 3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