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방유빈 CD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왜인지 모르겠지만 보고 있으면 기분 좋고 따뜻하고 귀여운 느낌이 드는 것들이 있다.
요즘처럼 불안하고 정신없고 몸과 마음이 지치기 쉬운 시대에, 먹으면 입맛도 살고 기운도 나는 비빔밥이 새로 나왔다.
이 광고를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그런 건강하고 기분 좋고 힐링 되는 느낌을 채워 줄 수는 없을까? 본죽&비빔밥의 ‘냉이된불’ 광고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본죽에는 죽만 있는 게 아니라 비빔밥도 있다!
본죽&비빔밥 하면 사람들에겐 당연히 ‘죽’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본죽에는 죽만큼이나 맛있는 비빔밥들이 있다. 죽 메뉴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빔밥 메뉴에 대한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작년부터 ‘죽~맛나는 비빔밥’ 시리즈의 광고를 집행한 뒤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그릇을 돌파했다는 기분 좋은 결과치를 받았다.

그리고 2026년을 맞아, 이 비빔밥 카테고리의 신메뉴가 등장했다. 이름하여 ‘냉이된장불고기비빔밥’
제철 메뉴에 열광하는 요즘 MZ들에게, 최근 봄동비빔밥이 대유행을 탄 지 얼마 되지 않아, 봄의 대표 제철 식재료인 냉이가 주인공인 새로운 비빔밥이 출시된다는 소식에 ‘오~! 이건 먹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신제품을 알릴 때 가장 중요한 건 뭐니뭐니 해도 이름과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냉이된장불고기비빔밥’이라는 다소 평범하고 긴 네이밍은 소비자들의 기억에 남기기도, 회의를 할 때조차 계속 똑바로 발음하기도 힘들었다.
어떻게 한국의 대표 봄나물인 냉이와 불고기가 함께 어우러진 건강하고 향긋한 맛을 설명적이지 않게 전달할 수 있을까? 그리고 ‘봄’의 풋풋함과 따뜻함 그대로 보는 사람들에게 느껴지게 할 수 있을까?
봄을 부르는 주문을 외쳐봐
봄은 설렘과 시작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춘곤증, 새 학기, 대청소, 각종 행사 등으로 가장 피곤한 계절이기도 하다. 본죽에 들어간 냉이와 불고기, 된장은 예로부터 피로해소와 자양강장 등에 도움을 주었던 식재료들로, 뭔가 기운을 내야하는 봄에 입맛을 살려주는데 이만한 제철 음식이 따로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냉이된장불고기비빔밥’ 이라는 긴 네이밍을 ‘냉이된불’이라는 줄임말로 기운을 북돋아주는 주문으로 만들었다. 매장에서 비빔밥을 ‘주문한다’라는 의미와 기운이 나는 ‘신묘한 주문’이라는 두가지 의미를 담아 기억하기 쉬우면서 계속 입과 머릿속에서 맴도는, 송인 듯 아닌 듯 아리송하지만 빠져드는 주문 – ‘냉이된불’이 탄생했다.
특별하지 않게, 유니크하게 만들어주세요
중독성 있는 냉이된불 송을 제작하는 과정은 사실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처음엔 AI로 제작을 시도해 봤지만, 전형적인 멜로디로만 생성되는 데 한계를 느끼고, 다시 작곡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우리가 원했던 건 오히려 단순함이었다. 하지만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다.

특별한 멜로디가 느껴지지 않고 연주도 화려하지 않고 심플하게, 하지만 단조롭지는 않고, 밝은 느낌이 들게 해달라는 요청에 음악감독님도 굉장히 어려워하셨다. 악기 구성도 리코더, 실로폰 등 굉장히 제한된 몇 가지만 사용하기를 원했는데 그래서 더 그 적절한 느낌을 조율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아날로그의 맛이 잘 살아있는 주문송이 탄생하게 되었다.
모든 컷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아.
냉이된불이라는 주문은 냉이 캐는 할머니들의 노동요, 리코더를 부는 소녀, 야채트럭에서 나오는 확성기 소리로 연결되며 춘곤증에 시달리는 직장인, 기운 없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며 퍼져 나간다. 그리고 영상의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냉이’ ‘된장’ ‘불고기’라는 주재료를 상징하는 3명의 신묘한 사람들이 건강해지는 체조를 하며 ‘냉이된불 주세요!’라고 주문을 외친다. 이러한 영상의 흐름은 다소 엉뚱하고, 논리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기존의 식품 광고에서 보기 드문 색다른 무드를 만들어냈다.

이번 광고는 모든 씬 한 컷 한 컷마다 유니크한 미장센과 함께 본죽만의 레트로한 감성을 담고자 노력했다. 뭔가 ‘왜?’라고는 설명되지는 않으나, 모든 요소가 모여 보고 나면 푸릇푸릇하고 귀엽고 따뜻하고 묘하게 빠져드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면 우리가 표현하고자 했던 기분 좋은 ‘봄’의 감성을 잘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신선한 봄을 담은 냉이된불 비빔밥의 맛과 향도 잘 전달될 것이라고 믿었다.
겨울에 찍는 봄
하지만 촬영을 위해 3월에 냉이가 날 만한 파릇파릇한 잔디밭을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남쪽 지방에는 잔디가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서울 근교는 여전히 일교차도 크고 쌀쌀한 날씨였는데, 늘 제품 출시에 앞서 광고를 촬영할 땐 이런 딜레마에 빠진다.
보통 광고촬영과 준비에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4계절이 변화무쌍한 우리나라는 봄에 출시하는 신제품을 겨울에 촬영하고, 겨울에 출시하는 제품을 더울 때 촬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번에도 주 배경이 되는 넓은 잔디가 펼쳐진 장소 중 촬영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유일한 로케이션이 하필 가장 북단의 파주 임진각 평화 누리 공원이었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촬영을 위해 그곳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경악케 했던 것은 푸른 잔디가 아닌 들판 위 하얗게 뒤덮인 서리였다. 결과적으로 모든 배경은 CG를 통해 봄날의 파란 잔디로 바꿔야만 했다. 다행히 하늘은 맑았고 햇살도 내리쬐는 날이어서, 최종 영상만으로 보면 영락없는 따뜻한 봄날이다. 모델들은 봄옷을 입고 연기했지만 그 뒤에서는 다들 담요를 뒤집어쓰고 떨고 있었다.

서리 내린 벌판과 추위에 얼어붙은 마음까지 녹여주었던 촬영장의 인기스타 백구
냉이된불은 지금이 제철
중독성있는 송과 독특한 미장센으로 ‘미감 있는 광고’라는 평과 함께 냉이된불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올해 날씨가 너무 빨리 따뜻해지면서 냉이를 채취할 수 있는 기간도 짧아져 생각보다 빠르게 재료가 소진되어 조기 품절될 것으로 보인다고 하니, 아직 향긋한 제철의 맛을 보지 못한 분이라면 오늘이라도 당장 본죽&비빔밥으로 달려가서 주문을 외쳐 보시라고 권한다. ‘냉이된불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