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송하윤 프로 (오창규 CD팀)

기술 설명이 핵심인 전기차 런칭 광고에 단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입히는 것이 아닌, 이게 우리의 접근이었다. 한 명이라도 더 즐기고 귀를 기울이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제품은 그저 플레이리스트 영상 속 지나칠 수 있는 차종을 자처하도록 했다.

BYD. 전기차. 중국 전기차.

돌핀의 타켓은 MZ였다. 도시를 더 새롭게, 더 편하게 즐기기 위해 너는 돌핀이 필요하다. “너는 돌핀이 갖고싶다”고 최면을 걸 타겟. 도시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너의 첫 차는 돌핀이 딱이다!

기술 자랑과 멋있는 그림으로 도배된 자동차 광고 시장에서 쉽게 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BYD는 우리 차 멋지지?라며 자랑하는 ‘기존의 자동차 광고’가 아닌, 소비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콘텐츠’를 요청했다.

도시, 그리고 내가 좋아서 보고 듣는 콘텐츠. 여러 아이디어를 내보며 함께 골머리를 앓았지만, 결론적으로는 생각보다 쉬운 답이 있었다.

시티팝. 도심을 달리는 차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와 스쳐 지나가는 풍경, 그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플레이리스트의 형태로 담아보기로 했다.

‘시티팝 플레이리스트 영상’을 만들기 위해 당연하게도 음악과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야 했다. 애니메이션은 아쉽게도 비용 및 시간의 한계로 작가 협업이 아닌 AI로 제작하게 되었다.

USP별로 각각 주행거리, 3D 서라운드 뷰, 실내 공간을 담은 세 편의 콘티를 토대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AI로 원하는 질감의 애니메이션을 뽑아내는 건 생각보다 많이 까다로웠다. 특정 작가의 이름이나 이미지를 넣지 않고 프롬프트로만 영상을 뽑아내는 데 며칠이 걸렸지만, 결과적으로는 의도했던 스타일의 세 편의 필름이 제작되었다.

노래는 모두 각 편에 어울리는 가사와 비트로 새로 제작했다. 시티팝 감성의 좋은 곡들을 가진 무명 아티스트를 찾아 협업을 제안하고, 곡을 녹음했다. 필름에 대한 평 중에 “노래가 좋다”라는 이야기가 많으니, 플레이리스트의 가치를 발한 것 같다.

제약은 때로 무기가 된다. 타협이 아닌 장르의 전환을 통해 자동차 광고의 관성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설명하기보다 스며들며, 기술보다 감성을 앞세우며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에, 도시를 달리는 누군가의 삶 속에 남고 싶은 마음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