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노 클루인(Menno Kluin) / Iris* Global CCO(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내가 만나는 모든 빅 브랜드는 똑같은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의미와 기억, 기대감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문화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행이 바뀐다고 해서 매번 브랜드의 이야기를 헤집을 수는 없다. 해답은 또 다른 캠페인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미 브랜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믿음을 존중하면서도 외부 세계와 함께 진화하는 창의적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 있다. 이는 큰 결단이 필요한 일이지만,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남기지 못하는 캠페인들만 남게 될 것이다.

빅 브랜드를 위한 최고의 작업은 분기 단위가 아닌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는, 단순하고 유연한 플랫폼에서 시작된다. 이 플랫폼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맥락, 새로운 기대, 새로운 창의적 행태에 적응한다. 단순함은 플랫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유연성은 아이디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진화할 수 있게 해준다.

도브(Dove)를 예로 들어보자. ‘리얼 뷰티(Real Beauty)’ 캠페인이 지속되는 이유는 세상이 변해도 핵심 진리는 절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브랜드는 플랫폼의 본질을 흐리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 방식을 찾아낸다. 끊임없이 움직이면서도 여전히 알아볼 수 있는 정체성을 유지한다. 바로 이 균형을 많은 브랜드가 과소평가한다. 그들은 관련성(relevance)이란 재창조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진화를 의미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 어떻게 학습하는가다. 빅 브랜드들은 수십 개의 채널, 형식, 대상층을 동시에 아우르며 운영한다. 이는 창작에 있어 장점이 되어야 한다. 당신이 내놓는 모든 콘텐츠는 센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모든 상호작용은 단서가 된다.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이러한 창의적인 단서들을 간과한다. 이를 따라가면 플랫폼은 더 스마트해지지만, 무시하면 결국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현대의 크리에이티브에 있어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필수적인 부분이다. 아트를 알고리즘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작업을 업그레이드하는 피드백 루프로 전체 생태계를 활용하는 것이다. 강력한 플랫폼은 그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학습을 할 수 있다. 경계해야 할 부분은 인게이지먼트가 올라갈 때마다 그것을 새로운 방향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크리에이티브의 절제가 중요하다.

데이터는 반응을 보여준다. 그리고 창의성은 그 의미를 결정한다. 어떤 신호가 플랫폼을 강화하는지, 또는 어떤 신호가 플랫폼을 단조롭게 만드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 균형을 제대로 잡을 때, 새로운 자산은 단순히 플랫폼에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한 단계 더 높여준다.

우리는 Z세대와의 문화적 관련성을 잃을 위험에 대해 모델링을 했고, 삼성 브랜드가 이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수년에 걸쳐 청소년 문화와 커뮤니티에 대한 작업을 진행했다. 스케이트파크 프로젝트, 크리에이터와의 파트너십, 폴더폰의 부활—이 모든 것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았고, 각각의 활동이 시스템에 다시 반영되어 플랫폼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빅 브랜드가 문화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모든 트렌드를 쫓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를 통해 무언가를 배워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이리스(Iris)가 신봉하는 크리에이티브의 진리다. 문화에 의미 있게 참여하는 브랜드는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브랜드는 사라진다. ‘참여’는 단순한 캠페인 선택사항이 아니라 약속이다. 그리고 그 참여가 모든 채널을 아우를 때, 그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연결된 창의성’의 진정한 의미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페이드 미디어(Paid Media), 언드 미디어(Earned Media), 온드 미디어(Owned Media) 등 전반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며, 형태는 변하더라도 브랜드의 정체성은 유지된다. 영국계 리서치 회사 칸타(Kantar)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최근 크로스 채널 시너지가 전체 브랜드 영향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며, 이는 10년 전보다 약 두 배 증가한 수치다. 플랫폼 전반에 걸쳐 핵심 아이디어가 일관될수록, 시너지는 더욱 강력해진다.

캠페인은 일시적으로 주목받다가 사라지곤 한다. 반면 플랫폼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플랫폼은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성과가 서로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지 않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마케터들이 장기적인 의미를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단기적인 반응을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크리에이티브 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지는 자산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미래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닌 창의적인 플랫폼에 헌신하는 브랜드의 것이다.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문화와 함께 진화하고 세상에 내놓은 모든 자산을 습득하는 시스템에 헌신하는 브랜드의 것이다. 18개월마다 모든 것을 뒤엎는 것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문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창의성을 구축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빅 브랜드는 굳이 큰 소리를 내려고 애쓸 필요 없다. 그들에게는 단순하고 유연하며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플랫폼이 필요하다. 결국 진정한 창의성은 변화에 관한 것이 아니라, 헌신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영국의 마케팅 전문 매체 Creative Salon에 게재된 칼럼을 번역·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 원문 링크 : https://creative.salon/articles/features/iris-global-mennokluin-heritage-bra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