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매거진 에디터

세상엔 인사이트를 주는 책이 참 많습니다. 두꺼운 분량이 부담스러운 마케터 독자들을 위해 제일 매거진이 대신 읽고 딱 한 줄만 뽑았습니다. 제일 매거진이 아끼는 책 속 한 줄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나라면 절대 안 할 것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대체 왜 저래? 이해가 안 가네.” 입 밖으로 내지 않더라도 속으로 고개를 저으며 지나치곤 하죠. 하지만 타인의 낯선 행동을 목격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브랜드 담당자에게는 오히려 축복에 가까운 기회입니다. 제각각인 취향의 근저에는 소비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보편적인 갈망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혁신 컨설팅 회사 ‘프로그 디자인’의 전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얀 칩체이스’가 쓴 《관찰의 힘》은 바로 그 ‘이면’을 보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소한 현상에서 비즈니스의 기회를 찾아내 보고하는 업무를 해왔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태국의 ‘가짜 치아교정기’ 이야기입니다. 2000년대 후반 태국 거리를 걷던 얀은 독특한 가게를 발견합니다. 마치 핸드폰 케이스 매장처럼 알록달록한 ‘가짜 치아교정기’를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었죠.

누군가는 “가짜로 부유함을 뽐내려 하다니 별로네”라고 냉소하며 지나쳤겠지만, 저자는 그 기묘한 풍경에서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읽어냅니다. 당시 태국에서 치아교정은 고가의 비용이 드는 ‘상류층의 전유물’이었고, 소녀들은 그 지표를 선점하기 위해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가짜 교정기가 나중에 캐릭터와 색깔이 입혀지며 그들만의 ‘귀여운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했다는 점입니다. 낯선 행동에 눈을 돌리지 않고 그 끝까지 따라간 관찰자가 발견한 서브컬처의 탄생 장면이었죠.

이런 현상은 우리 곁에도 존재합니다. 일본에서 화제가 된 ‘모르는 사람의 증명사진 캡슐 토이’가 대표적입니다. 얼핏 보면 “모르는 사람 얼굴을 왜 돈 주고 뽑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찰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게 깔끔하게 정렬된 현대 사회에서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연결’을 갈망하고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입니다.

사람들은 좀 더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 거짓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자체가 그들이 꿈꾸는 지위에 대한 열망임을 기억하자. 가끔은 거짓말이 진실을 밝혀준다.
– 얍 칩체이스 <<관찰의 힘>>

“관찰이 중요하다”는 말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익숙한 것을 익숙한 관점으로 잠깐 바라보는 것은 인사이트를 얻으려는 이의 관찰이 아닙니다. 진정한 관찰은 내가 가진 상식과 부딪히는 ‘불편한 풍경’ 앞에서 멈춰 서는 일입니다. 내 눈에 이질적이고 어색한 무언가를 마주했다면, 그것은 새로운 트렌드를 가장 먼저 분석할 기회가 찾아왔다는 신호이니까요.

▶ 오늘의 물음표
최근 당신을 당황하게 만든 누군가의 ‘이상한 행동’이 있나요? 있다면 무엇인가요?

▶ 도서명
관찰의 힘 (얀 칩체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