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매거진 편집팀

세계 곳곳의 엉뚱한 트렌드 속엔 오늘을 사는 소비자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제일문물단>은 수면에 관한 독특한 트렌드를 가져왔습니다. 깊은 잠을 여행의 목적으로 삼는 ‘수면 트래블(Sleep Travel)’, 그리고 잠든 사이의 꿈을 기록하고 해석하려는 AI 기술이죠. 수면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수면에 얽힌 신기한 소식을 함께 알아보시죠.

귀한 시간을 쪼개 찾아온 여행지, 잠을 줄여가며 관광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이와 반대로 요즘은 북미와 유럽에선 숙면을 위한 여행, 수면 트래블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수면을 주 목적으로 하는 여행을 뜻하는 표현인데요. 글로벌 여행 조사 기관 ‘HTF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수면 트래블의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6,900억 달러에 달하며, 2028년까지 4,000억 달러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 주요 호텔 체인들은 숙면을 돕는 웰니스 프로그램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SHA 웰니스 클리닉’처럼 본격적으로 수면 문제를 진단하는 리조트가 있는가 하면, AI와 VR을 활용해 ‘자각몽’을 유도하는 숙면 패키지를 제공하는 ‘런던 킴튼 피츠로이 호텔’ 같은 사례도 등장했죠.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15~34세의 평균 수면 시간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늘었습니다. 젊은 세대는 ‘잘 자는 법’을 자기관리의 중요한 일부로 인식하고 있죠. 이제 숙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럭셔리 경험’이 되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도 수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요. 체험 마케팅을 기획할 때 해외의 다양한 수면 체험 사례를 참고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어젯밤 꾼 꿈을, 오늘 아침 다시 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가 언제나 관심 가져왔던 ‘꿈’을 AI의 기술로 시각화하고 해석까지 하는 서비스들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디자인 스튜디오 모뎀웍스(Modemworks)가 만든 ‘드림 레코더(Dream Recorder)’는 사용자가 아침에 떠올린 꿈의 내용을 말로 설명하면, 이를 텍스트로 전환해 생성형 AI가 짧은 영상으로 재현하는 실험적 기기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상이 의도적으로 초저해상도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또렷한 영상 대신 흐릿한 이미지를 택해, 꿈이 가진 모호함과 잔상을 그대로 담아냅니다. 현실과 무의식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흐리는 방식이죠.

AI가 꿈을 해석해 주는 앱도 인기입니다. ‘드림 인터프리터 AI(Dream Interpreter AI)’나 ‘테메노스 드림(Temenos Dream)’ 같은 앱은 사용자가 입력한 꿈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개인화된 해석을 제시합니다. 단순한 상징 풀이를 넘어, AI가 꿈에서 느낀 감정과 사용자가 서술한 단어·문장 흐름까지 분석해 감정의 농도와 무의식의 패턴을 계산합니다.

여러 사용자의 꿈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학습해 공통된 정서 패턴을 찾아내기도 하죠. 예컨대,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는 표현이 반복되면 통제 상실이나 불안감을, ‘누군가를 찾았다’는 서술이 잦으면 관계에 대한 욕구를 시사하는 식입니다.

이처럼 ‘내가 어젯밤 본 꿈’은 하나의 데이터 단위가 되어 무의식의 감정과 기억을 탐구하는 소재로 활용됩니다. 덕분에 ‘꿈’은 더 이상 잠에서 깬 순간 사라지는 무의식의 조각이 아니라, AI가 저장하고 재현하는 새로운 놀이이자 자기 성찰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