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구_숙명여대 경영학부/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콜라보레이션은 라틴어 cum(누구와 함께)과 laboro(노동, 일)가 결합한 것으로 공동작업, 협업, 공동연구 등을 뜻하는 용어다. 최근 브랜드들의 이색 콜라보가 큰 인기를 끌며, 콜라보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저명한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간(호모 사피엔스)이 지구상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를 ‘협업’이라고 주장했다. 현생 인류의 조상들 사이에 벌어진 진화 및 투쟁사의 최종 결승전은 호모 사피엔스 와 호모 네안데르탈인 간의 투쟁이었다.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이긴 이유는?

네안데르탈인은 몸집과 두뇌가 호모사피엔스보다 컸지만, 호모사피엔스는 좀 더 날렵하고 좀 더 직립으로 보행한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피엔스의 승리를 결정적으로 이끈 것은 바로 콜라보 능력이었다. 가축을 키우는 등 여러 동물과 함께 활동하기 시작한 호모 사피엔스, 특히 사냥개와의 콜라보를 통한 헌팅 능력으로 생존에 큰 이득을 보았으며, 100명 이상의 사람들 간의 콜라보를 통한 조직화 능력은 결국 수를 앞세운 높은 전투력을 보여주었다.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에게 승리한 주요 이유를 협업이라고 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요약하면 콜라보 능력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누가 이기는가를 결정하는 숨겨진 요인이라는 것이다.

최근 20년간 스마트폰, 인터넷 인프라의 엄청난 확산으로 인하여 세계 시장이 글로벌화되었고 지구인들은 초연결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중국 간 기술 및 패권 전쟁 등으로 역세계화(혹은 블록화)가 진행되기도 하지만, 전세계인을 묶어주는 여러 온라인 채널로 인해 지구촌의 글로벌 추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특히 기후 위기와 같은 범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인의 콜라보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브랜드 마케팅적으로 보면 ‘콜라보 마케팅’은 타사 브랜드와의 콜라보 그리고 인플루엔서, 디자이너, 아티스트 등 유명인과의 콜라보 등으로 이뤄진다. 이런 콜라보는 소비자들에게 신선함을 제공해 브랜드 수명을 연장시키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키는 단기간에 걸친 ‘전략적 제휴’로 해석할 수 있다. 필자는 ‘콜라보 마케팅’을 목표 지향적 관점에서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분석하고자 한다.

콜라보, 브랜드에 프리미엄을 더하다

첫째, 콜라보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의 프리미엄화를 단기에 달성할 수 있다. 유명 아티스트와 명품 브랜드와의 콜라보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브랜드 포지션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상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반도체를 코-브랜딩하여 프리미엄화 한 유명 사례로 인텔-인사이드 캠페인을 찾을 수 있다. 산업재 원재료 브랜딩의 성공사례로 전 세계 PC를 ‘인텔-인사이드’와 ‘인텔 없는 PC’로 양분해 인텔 반도체를 프리미엄화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운동은 MZ 세대를 중심으로 일종의 프리미엄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로 인하여 과거 각 산업별 1등 브랜드끼리만 하는 콜라보 마케팅에서 최근에는 보다 다양한 형태의 콜라보 마케팅이 전개되고 있다. 명품 브랜드-친환경 브랜드, 명품 브랜드-글로벌 환경단체 등의 패스트패션-명품 패션, 유명 브랜드- 친환경 운동가, 명품 브랜드-스포츠 브랜드 등 그 조합이 대폭적으로 다양화되는 추세이다.

결국 매스 마켓 브랜드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얻기 위해선 협업 상대방인 명품(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자인, 브랜드 정체성을 어떻게 콜라보 제품에 레버리지 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협업 시너지는 단순한 콜라보 계약만으로는 발생하지 않는다.

루이비통과 자전거 브랜드 메종이 콜라보한 자전거 (출처: 루이비통 홈페이지)

2021년 루이비통은 프랑스 자전거 업체 메종과 콜라보한 자전거를 출시하였다. 프레임과 가죽 안장 그리고 체인에 루이비통 모노그램을 활용한 디자인을 입혔다. 4가지 색상으로 나온 이 제품의 국내 시판 가격은 3,500만 원이다. 핸드백이나 자동차 명품을 과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코로나 이후에는 아웃도어이나 친환경 제품군에서도 ‘플렉스’하려는 MZ 세대가 많아지고 있음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루이비통은 전통적으로 콜라보 마케팅을 통하여 성장을 도모하는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이다. 칼 라거펠드, 레이 카와쿠보, 프랑크 게리와 같은 세계적 디자이너 및 건축가와의 콜라보를 통해 2014년 이후 새롭게 론칭한 모노그램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역사는 이탈리아 명문 메디치(Medici) 가문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 피렌체 도시 공화국을 경영하는 메디치 가문은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같은 예술가들을 후원해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젖힌 바 있다. 메디치 가문의 후원으로 예술과 문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해 이들의 재능이 시너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같은 것을 ‘메디치 효과’ (The Medici Effects)라고 한다. 결국 ‘콜라보 마케팅’도 메디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기획되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콜라보, 전통 브랜드를 신선하게 만들다

메로나와 휠라가 콜라보한 운동화 (출처: 휠라 페이스북)

둘째, 콜라보 마케팅으로 브랜드에 대한 식상함을 줄이고 브랜드를 리뉴얼해 다음 세대 소비자를 유치해 브랜드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트적인 콜라보 마케팅을 통해 MZ 세대를 공략해 고객의 평균 연령대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빙그레 아이스크림 메로나는 30년간 사랑받는 장수 브랜드다. 2017년 이후 패션 브랜드 휠라의 운동화 ‘코트디럭스’와 슬리퍼 ‘슬라이드’와 함께 콜라보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1020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성공에 힘입어 이어서는 이랜드 SPA인 스파오(SPAO)와의 콜라보를 통해서 만든 여름용 티셔츠도 출시 1주일 만에 5만 장이 팔리는 성공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메로나와 패션 브랜드 간의 의외의 콜라보가 각 브랜드 주력 소비자 세대 사이에 교차 학습을 불러오고 신선한 재미를 제공한 것이다.

곰표와 세븐브로이가 콜라보한 곰표맥주 (출처: 세븐브로이 홈페이지)

곰표는 70년 역사를 가진 국내 밀가루 메이커 대한제분의 대표 브랜드이다. 곰표 마케팅팀은 2018년 이후 뉴트로 트렌드에 탑승해 젊은 소비자를 노린 콜라보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밀가루의 상징인 흰색 칼라를 바탕으로 천연화장품 스와니코코와 협업해 ‘곰표 밀가루 쿠션’ ‘선크림’ ‘핸드크림’ 등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 패션브랜드 4XR과 곰표 패딩, 곰표 맨투맨을 선보여서 완판 행진을 이끌기도 하였다. 특히 CU 와의 콜라보로 제작한 곰표맥주는 수제맥주 열풍을 가져오는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이 같은 기세로 캐릭터 백곰인 ‘표곰이’를 만들어 MZ 세대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이처럼 전통 브랜드들이 패션 혹은 아트 브랜드들과 콜라보를 시도하는 이유는 ‘단순노출효과’ (Mere Exposure Effects)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사람들은 유명한 작가나 예술작품을 보면 즉각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뇌가 즉각적인 쾌감을 느끼면서 긍정감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회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가 명명한 이 효과는 대상에 대한 반복 노출이 거듭될수록 호감도는 증가한다는 것이다. 한 세대 이상 존재해 왔던 올드 브랜드들이 이색 콜라보를 통해서 다시 주목받게 되면 호감도가 향상된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콜라보에 대한 관심과 용어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총인구 수가 감소되는 수축 시장에서 시장 경쟁이 어느 때보다도 치열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감각적인 콜라보 마케팅을 통해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성과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세렌디피티)’를 노려보기를 바란다.


서용구

2021년 상전유통학술상(최우수상)을 수상했고 ‘브랜드 마케팅’과 ‘유통’을 주제로 9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했다. 저서로는 ‘I.O.E.A 브랜드 스타를 만드는 상상엔진(2010)’, ‘불황에 더 잘나가는 불사조기업(2017)’, ‘빅블러시대(2021)’ ‘X마케팅(2022)’ 등 10여 권이 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경영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