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인스타그램과 카메라 앱 사용량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외출이 줄었으니 당연히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릴 일도 줄었을 겁니다. 미슐랭 맛집, 고가의 커피와 와인, 핫플레이스, 트렌디한 감성의 전시회…. 그동안 인증샷의 주된 장르는 바로 ‘있어빌리티’였습니다.
있어빌리티는 ‘어쩌다 한 번’인 소비를 마치 일상인 양 포장하는 허세일 수도 있고, 보상 소비나 플렉스 소비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 근간에는 오규원 시인의 시집 제목처럼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은 욕망이 자리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 달고나 커피나 수플레 오믈렛, 엔젤 헤어 같은 디저트를 만들어 먹는 인증샷이 열풍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관련 재료나 도구의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고 하지요. 종이학은 천 번을 접어야만 학이 된다는데, 달걀흰자는 천 번을 저어야 비로소 오믈렛이 됩니다. 고진감래 끝에 달콤한 성과를 맛볼 수 있는 노동 집약적 인증샷을 보고 있자니, 문득 있어빌리티의 양태가 이제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득이나 경제적 대가를 기반으로 했던 과거와 달리 스스로 노력해 뭔가를 이뤄내는 DIY형 있어빌리티로 이행하고 있다고 본다면 섣부른 생각일까요?
코로나바이러스가 잡힌다 해도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할 거라고 합니다. 그것이 3년 주기가 됐든 10년 주기가 됐든 코로나19를 겪어본 이상 이제 누구든 일상에서 바이러스를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생활 방역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고, 안전에 대한 감수성은 더 예민해질 겁니다. 이쯤에서 ‘경험 소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경험 소비가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때에 불현듯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은 향후 경험 마케팅의 방향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너무 뻔한 얘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위기(危機)는 곧 기회(機會)라는 말이 있습니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위기가 곧 현재를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契機)로 작동하기 때문이겠지요. 대면 접촉을 꺼리는 세태 속에서 이제 어떤 경험을 어떻게 집으로 ‘배달’할 것인가도 새로운 화두가 됐습니다.
“너는 너를 위해 뭘 하니?” A가 B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이 질문에 B가 “그러는 넌 뭘 하는데?”라고 반문합니다. 그러자 A는 자신을 위해 장작 거치대를 샀다고 합니다. 얼마 전 화목 난로를 구입했던 A는 내친 김에 장작 거치대도 구입했죠. 그러자 B가 “장작은 그냥 바닥에 두면 되지 거치대가 무슨 필요냐”고 묻습니다. A는 이렇게 대답하죠. 그걸 사는 동안 행복했었다고…. 얼마 전 방영됐던 한 드라마 속 장면입니다. 남들에겐 불필요하거나 사소해 보일지라도 누군가에겐 몹시 중요한 무엇…. 어쩌면 그 ‘무엇’에 대해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일 매거진 5월호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가 어떤 변화 속에 놓여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도전과 실험이 계속되겠지요. 그 ‘무엇’을 함께 모색해 가는 여정에 발을 디딘 모두를 제일매거진이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