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 대학내일20대연구소 매니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이제 한 달 반 정도 앞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올해 수능 응시생은 55.4만 명으로, 그중 고3 재학생이 37.2만 명에 달한다. 작년보다 9.1% 증가한 인원이다. 현재 고3은 이른바 ‘황금돼지띠’로 불리며 출생률이 일시적으로 높아졌던 2007년에 태어났다.
이들은 세대 구분 기준에 따라 Z세대에 속하지만, 다음 세대인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자)와 함께 청소년으로 묶이기도 한다. ‘디지털 퍼스트’, ‘AI 네이티브’라고 불리며 달라진 교육 환경 속에서 성장했지만, 청소년들이 달라진 건 단순히 디지털 문화에 대한 익숙함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바쁜 대입 준비 중에도 다양한 공부에 관심을 보인다. 10대들의 진로, 학습, 자기개발에 대한 태도를 데이터로 살펴보자.

중·고등학생 10명 중 6명 “내 진로는 내가 선택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전국 14~18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래·진로·직업을 선택하는 주체로 ‘부모님’과 ‘자신’ 중 부모님을 고른 청소년은 9.8%에 불과했다. 반면 자기 스스로 진로를 결정한다는 응답은 63.8%로, 이들이 매우 주체적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본인의 학업 성적 수준이 높다고 응답한 청소년일수록 진로 선택의 주체성이 더 높았다. (상위권 69.9%, 중위권 63.9%, 하위권 57.1%)

미래, 진로, 직업에 대해 스스로 선택한다는 답변이 높았다
이들이 미래에 갖고 싶은 직업을 주관식으로 알아본 결과, 교사(11.3%), 직장인(8.3%), 의사(7.5%), 운동선수(5.1%), 경찰(5.0%) 순으로 나타났다. 안정성과 소득을 따지는 기성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편 응답자의 42.3%는 향후 창업·사업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며, 본인의 가정 경제 수준이 상위라고 응답한 청소년은 가정 경제 수준이 중위 또는 하위라고 응답한 청소년보다 창업 의향이 더 컸다. (상위 51.0%, 중위 38.3%, 하위 38.5%)
배우고 싶은 분야는 성별에 따른 관심도 차이 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의 74.0%는 대학 진학 의향이 있었으며, 이들이 원하는 대학 전공(주관식)은 컴퓨터공학과(8.7%), 경영학과(8.4%), 경제학과(5.3%), 의예과(4.6%), 간호학과(4.3%) 순이었다. 기존에도 선호하는 학과로 꼽혔던 IT·상경·의학 계열의 인기가 여전히 높았다.

10대 청소년이 학업 이외에 배우고 싶은 것 (출처: 대학내일20대연구소)
학업 이외에 배우고 싶은 분야를 물어본 결과는 흥미로웠다. 특히 성별에 따른 관심도 차이가 뚜렷했다. 남학생은 운동·스포츠(40.0%)가 1위였으며, 이어 게임(28.6%), 경제·재테크(26.4%), 음악·악기(24.9%), 코딩·프로그래밍(24.7%) 순이었다. 반면 여학생은 요리·베이킹(40.8%)과 음악·악기(40.3%)를 배우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어 메이크업·스타일링(28.2%), 운동·스포츠(22.0%), 댄스(18.3%) 순으로 나타났다. 일상에서 적용 가능한 실용적 스킬을 배우거나, 취미 활동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넓히려는 경향을 보여줬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위해 자기개발 하는 10대
청소년들의 자기개발 행태는 어떨까?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전국 17개 시도 15~55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년 여가 정기조사 결과, 15~18세 응답자 10명 중 9명(91.1%)이 최근 1년 내 자기개발 활동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1년 내 경험해본 자기개발(복수 응답) 활동으로는 운동·스포츠(50.0%)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며, 악기·노래 등 음악(36.1%), 사진·영상 제작(16.7%), 디자인(12.5%), 가죽·라탄·뜨개질 같은 생활공예(11.1%) 등 창작 활동 경험 비율도 전체 평균보다 높아 눈길을 끌었다.

학업만으로도 바쁜 한국 청소년들이 이렇게 다양한 자기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사 결과, 15~18세의 가장 큰 이유는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43.1%)’였으며, 이는 전체 평균(27.8%)보다 15.3%p나 높았다. 이어 스트레스 해소(40.3%), 즐거운 일 찾기(38.9%)도 주요 이유로 꼽혔다. 이외에도 ‘갓생’에 대한 욕구가 두드러졌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싶어서(29.2%), 뒤처진다는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23.6%),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19.4%) 자기개발을 한다는 응답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특히 높게 나타났다.
배움의 가치와 즐거움을 좇는 요즘 청소년들
해당 조사에서 15~18세 청소년의 73.4%는 자기개발이 삶에서 중요한 우선순위라고 답했다. 전체 평균(56.0%)보다 무려 17.4%p 높은 수치다. 밀레니얼이나 기성세대가 사회가 요구한 커리큘럼을 따라갔다면, 지금의 10대들은 학업 외 영역에서도 스스로 배움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들에게 여가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실용적인 기술을 익히고, 자기 정체성을 넓히는 성장의 기회다. 취업 경쟁을 넘어 배움 자체의 가치와 즐거움을 좇는 이 세대의 모습은, 앞으로 ‘공부’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질지 보여주는 신호탄일지 모른다.
김성욱 대학내일20대연구소 매니저
국내 최초, 유일의 20대 전문 연구기관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Z세대의 특성을 담은 콘텐츠를 기획·발행하고 있다. 세대별 데이터와 트렌드 사례를 중심으로 아티클을 작성하며 캐릿, 대홍기획 매거진, 퍼블리 등에 연재했다. 가치관·소비·라이프스타일 전반의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다. 트렌드 도서 《Z세대 트렌드 2025》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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