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람 써드에이지(주) 대표

인구 통계에 따르면, 2050년까지 21억명이 60세 이상일 정도로 전 세계가 오래 사는 세상이 됐다. ‘장수경제(Longevity Economy)’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만이 아니다. 의학과 교육의 발달로 지금의 시니어 세대는 더 길게 일하고, 라이프 스타일 영역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소비활동을 펼친다.

더 건강하고 쾌적하게 길어진 세상을 통해 5060 시니어들은 더 이상 단순한 돌봄의 대상이 아니다. 이전 시니어 세대보다 젊고, 경제력이 있으며, IT 기기에도 친숙하다. 새롭게 떠오르는 거대한 경제 주체로서 소비 주도권 역시 쥐고 있다. 이런 시니어 집단을 대상으로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찾고 있다. 이번 칼럼에선 시니어 비즈니스의 변화상을 소개한다.

그동안 한국 현대사회는 ‘개인’보다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대중문화와 대량생산을 통한 효율성을 추구해 왔다. ‘조직’을 통해 물질적 풍요를 얻고, 보편적인 혹은 ‘평균’이 주는 안정감은 중요한 삶의 기준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의 5060 시니어는 ‘나’를 궁금해하기 시작했으며, 원하는 것이 그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따라서 시니어 비즈니스 관련 분야는 수명 연장을 위한 건강 관리나 의료 서비스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을 찾는 중이다.

하지만, 일찍부터 상업적인 관점에서 시니어를 분석하고 접근한 미국조차도 ‘55세 이상 인구 중 82%가 넘게 리테일 시장에서 더 이상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한 설문이 있을 정도다. 아직 발전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상태이다.

각종 일간지부터 방송사 등 미디어는 어디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왜 연일 시니어에 대한 소재를 다루는 걸까? 2023년 1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연령은 50대 862만명이다. 다음으로는 40대가 790만명, 60대가 760만명으로 그 뒤를 잇는다. 시니어가 마법의 단어처럼 쓰이는 것이 아니라, 일단 수적으로 중장년 세대는 대한민국의 대세다.

또 액티브시니어의 특징은 기존 세대와 달리 ‘나’를 위한 시간과 돈 투자를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변화 중이다. 50플러스나 전성기 재단과 같은 시니어 관련 기관에서 설문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시니어 세대가 관심 있는 것은 건강(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신체 관리)이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지만 다방면에서 능동적인 편이다. 시니어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최근 동향으로는 파크골프 강사·창업이나 트로트 가수 팬클럽·콘서트, 국내외 한달살기나 여행이 두드러진다. 

먼저, 장수경제와 관련해서 중요한 핵심 요소로는 기술이 있다. 여러 가지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고 있다. 먼저, ‘에이지테크(Age-Tech)’가 있다. 고령화 시대, 시니어의 요구사항에 맞춘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영역이다. 노화 및 장애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신체 보조 기술부터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서비스 기술이 있다. 예를 들어, 근육 슈트(Muscle Suits)가 있다. 노화로 외골격계가 퇴화하면서 허리를 굽히거나 무거운 것을 들기 어려워지는데 입기만 해도 쉽고 편리하게 일할 수 있다.

이번 달 도쿄에서 열린 ‘국제복지기기’ 박람회에는 도요타, 닛산 등 모두 앞다투어 대형전시 부스를 차리고 고령친화(Age-Friendly) 자동차와 전동기를 선보였다. 휠체어를 탔더라도 손으로만 운전이 가능한 자율주행 기술 등이 눈에 띄었다. 이 외에도 치매를 앓는 시니어를 위한 전자 장치, 외로움을 덜어주는 케어 로봇, 수면을 돕는 특수 잠옷에 이르기까지 시니어의 특성을 세분화해서 그에 맞는 기술을 제품화하고 있다.

진시황의 불로초로 상징되는 항노화(회춘: 回春) 비즈니스도 있다. 노화를 최대한 막고, 때론 되돌려 보려는 비즈니스에 사업에 막대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 빌 게이츠 등 주요 억만장자들이 단순 노화 방지 연구뿐만 아니라 장기와 세포의 생체 시계를 되돌리는 바이오 사이언스라는 거대한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으며 참여 중이다. 유전자 편집이나 줄기세포 기술, 새로운 장기 이식, 나이 든 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생명공학 기술까지 등장했다.

올해 초, 화제가 됐던 미국 40대 중반의 억만장자는 매년 200만달러를 들여 18세 상태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하며 30명의 의료진, 수십 가지 영양제, 운동을 병행하면서 아들의 혈액을 추출해 수혈하려고도 한다. 약물이나 음식으로 젊어지려는 ‘세놀리틱스(Senolytics)’ 같은 노화 지연 연구도 있다. 전 세계 장수촌 5곳을 방문해 주민들이 긴 수명을 누리는 비결을 탐구한 ‘블루존의 비밀’이란 시리즈도 있는데, 건강 식단과 생활 습관 연구가 나온다. 이처럼 나이보다 젊게 살기 위한 노력과 기술의 발전은 더 치열해질 것 같다.

앞서 소개한 시니어 비즈니스가 기술 바탕으로 접근이 어려웠다면, 기업 담당자들이 좀 더 관심 있어 할 만한 트렌드도 있다.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연령대를 초월한 ‘에이지리스(Ageless)’ 소비 트렌드 이야기다. 요즘 시니어 중 상당수는 MZ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취향 부자들이다. 스스로를 위한 적극적인 소비생활과 여가를 즐긴다. 아이돌 팬들처럼 ‘덕질’도 하고 ‘미스터트로트’ 스트리밍이나 굿즈를 맞추고 봉사 조공까지 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수요를 반영해서 비슷한 연령대의 시니어 모델을 기용하고, 상품 구성부터 광고 전략까지 맞춰보려 애쓰고 있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2000년대 전후 유명했던 연예인들이 최근 활발한 활동 중이다. 먹거리에 있어서도 아이들만 먹는 것으로 생각했던 분유(파우더)가 칼슘 영양제나 성인 영양식으로 히트상품이 됐다. 성인용으로 개발됐던 단백질 음료도 전 세대를 아우르며 건강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어르신들의 간식이던 약과나 쑥 제품은 MZ세대도 즐긴다. 점점 세대를 불문하고 즐기는 영역이 늘어가고 있다. 특히 ‘의(衣: 패션)’ 분야에서 나이 무관 컨셉트는 전 세계적으로 점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개량한복이 ‘힙’하게 세대를 아우르고, 그래니룩(Granny Look)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다며 뜨고 있다. 물론, 시니어 세대만을 위한 소재가 특화되었거나 길 잃음 방지용(치매, 미아), 발열 등 기능성 의류도 있다.

그동안 시니어 비즈니스는 복지 영역에 해당하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들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치매·만성 질환을 위한 관리,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IT 기기, 돌봄 로봇, 비대면 안심·건강관리 서비스, 고령자 자립생활 제품 등 말이다. 전기/후기 고령 세대를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와 ICT 융합케어 서비스 개발 등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와 다르게 길어진 우리 수명은 시니어 세대를 하나의 계층으로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나이로 정확히 구분되지 않는 액티브 시니어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젊다. 케어의 대상이 아니라 웰에이징을 추구하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할 때, 다음 단계의 시니어 비즈니스가 열릴 것이라 믿는다.


이보람 써드에이지(주) 대표, Life Challenger

아시아경제 ‘시니어트렌드’ 칼럼니스트, 원주투데이 시평가. 글로벌 금융서비스 분야의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운명처럼 건강하고 활력있게 나이듦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개척자를 선택했다. 장수시대, 새로운 시니어와 길찾기를 고민하며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평생 현역’을 목표로 하고 있다. ‘Forever Young Project’를 내걸고, 시니어-청년 연계 세대공감 멘토링, 시니어 비즈니스 인사이트 탐방단, 딴중일기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각종 포럼과 세미나, 특강을 진행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