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정재윤 프로 (이슬기 CD팀)

붕수대통 붕어싸만코 캠페인은 2022년 12월 말에 온에어되었다. 겨울의 중심에서 아이스크림을 외친 셈인데, 타이밍 중요하다는 광고에서 왜 하필 아이스크림을 겨울에 광고했을까? 여기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겨울 제철 간식인 붕어빵을 여름에도 맛있게 즐기게 하고 싶다는 물음에서 개발된 아이스크림이 바로 붕어싸만코다. 과자나 빵 사이에 아이스크림이 샌드된 아이스크림은 스틱이나 튜브 형태처럼 차가운 식감으로 즐기는 제품이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겨울철 매출도 좋다고 한다. 심지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작년 기준 붕어싸만코는 아이스크림 전체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91년생, 익숙하면서도 낯선 친구 붕어싸만코

제품에 대해 공부하며 알게 된 또 다른 사실은 붕어싸만코와 나는 91년생 동갑이라는 것. 어린 시절 문방구 옆 슈퍼와 고등학교 매점을 지나, 어른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집 앞 편의점과 동네 아이스크림 전문점까지 붕어싸만코는 굳게 자리를 지켜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이스크림 소매점의 형태도 지난 시간 동안 이렇게 바뀌었는데, 30여 년째 한결같은 모양과 맛을 지켜온 클래식한 제품이라는 건 다르게 말하자면 사람들에게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익숙해져서 그렇지만, 붕어싸만코는 조금 이상한 아이스크림이다. 겨울 간식을 모티브로 나온 아이스크림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어떤 감정인지 가늠이 가지 않는 붕어 과자의 기묘한 눈빛과 표정도 그렇다. 심지어 싸만코라는 이름은 ‘싸고 많고’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90년대에 집행된 옛날 광고는 “붕어는 안 들었어용~” 라고 장난스럽게 말한다. 붕어싸만코 봉지를 뜯으며 붕어의 표정을 살펴보고, 팥과 아이스크림을 우물거리다가 ‘맞아… 붕어는 안 들었지…’ 생각하다가, 싸고 만코… 라고 읊조려보면 이 독특한 유머 코드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붕어싸만코를 겨울에 즐길 만한 새로운 가치를 주고 싶었다. 다만 ‘추운 계절’이라는 특성보다는 11월부터 2월이라는 시기에 집중해보았다. 이 시기는 흔히 말하는 연말연시.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새해엔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바라는 인사를 주고받는 시기다.

연초에 누군가가 사주를 보고 왔다는 얘기를 시작하면 괜히 나도 한번 가보고 싶고, 심심풀이 삼아 앱으로 신년 운세를 보기도 한다. 우리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매년 어김없이 돌아오는 이 시기의 특성을 살려 붕어싸만코가 행운의 상징으로써 복을 가져와 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단, 시대를 초월해서 어딘가 이상하고, 엉뚱하게 고유한 붕어싸만코의 방식으로.

붕어싸만코가 행운의 상징이라고? 들을수록 그럴 듯

붕수대통 론칭편 – 붕어싸만코는 왜 가장 큰 행운의 상징인가

붕어싸만코가 행운의 상징이라는 것을 설득하려면 이유가 필요하다. 론칭편에서는 붕어싸만코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하나씩 짚으며 시작한다. 예로부터 상서로운 일의 징조였다는 붕어. 구전 설화나 민화 등에서도 듣고 본 이야기 같다. 다음으로는 팥, 팥이 나쁜 기운을 쫓아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동지 팥죽도 그런 개념이고, 팥을 던져 점괘를 보는 장면 등이 떠오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는 합격을 기원하는 대표적인 음식 떡이다. 찰싹 달라붙으라는 의미로 떡을 주고받았던 경험을 생각하며 끄덕거리게 된다. 세 가지 이야기 모두 특별히 부정할 것 없이 납득하다 보면 마침내 붕어싸만코가 등장한다. 붕어 팥 떡이 모두 합쳐졌기 때문에 가장 큰 행운의 상징이라고 말하는데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붕수대통 로고

이 이상하지만 그럴 법한 메시지를 마무리하는 ‘붕수대통’ 슬로건은 호쾌하게 쓴 레터링 로고로 제작했다. 붕어와 팥, 떡이 등장할 때는 전통적 동양풍 장식으로 각각의 만다라 그래픽이 펼쳐진다. 붕어는 물결과 물보라의 형태로, 팥은 팥알과 점괘를 보는 손동작으로, 떡은 쫄깃한 느낌과 함께 뿜어 나오는 수증기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붕어, 팥, 떡으로 구상한 만다라

런칭된 만다라

최종 결과물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합쳐진 궁극의 붕어싸만코는 앞선 세 가지의 만다라를 겹쳐 화려하게 장식했다. 붕수대통 로고 역시 조그만 붕어와 팥, 떡, 물결 일러스트를 함께 품고 있다. 작은 디테일까지 살려 우리가 하려는 엉뚱한 설득에 진정성을 담고자 했다.

붕어싸만코와 함께 찾아온 소소한 행운

붕수대통 본편 – 대단히 사소한 행운

론칭편의 구조를 우선 만들고 나니 본편이 필요해졌다. 우리는 가장 행운의 상징인 붕어싸만코를 먹은 사람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를 놓고 오래 고민했다. 로또에 당첨된다거나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다거나 하는 식의 거창한 행운을 약속할 순 없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상의 다행스러운 경험을 대단하게 표현해 거창한 행운처럼 보이게 만들기로 했다.

다양한 세대가 즐기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점에서 직장인과 학생이 주인공인 두 가지의 에피소드를 개발했다. 지각하기 직전, 마음이 급한 직장인은 택시를 잡기 위해 아침 거리를 헤맨다. 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붕어싸만코를 먹다 예기치 못하게 스마트폰을 놓치고 그것을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마침내 ‘빈차’ 조명이 켜진 택시를 잡고, 무사히 살아남은 스마트폰을 구출하는 짧은 과정은 드라마틱한 음악과 고속 촬영 기법, 극적인 표정 연기 그리고 이 모든 걸 지켜보는 행인들로 과장되게 연출했다. 반면, 이 행운은 아마도 별생각없이 먹었던 붕어싸만코 덕분일지도 몰라, 생각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씬에서는 평범한 일상의 소리와 속도로 대비를 주려 했다. 양쪽 에피소드에 공동으로 출연한 외국인 조연 캐릭터는 감독님께서 낸 아이디어였는데, 붕어싸만코와 함께 두 세계를 이어주는 역할로 또 다른 재미를 담당했다.

캠페인이 온에어되고, 새해가 되었다. 제작팀 아트디렉터인 나는 겨울 시즌 매출 증대 효과가 일어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광고 덕분에 잘 팔렸기를 바랄 뿐이다), 유튜브 댓글 가운데 실없이 웃었다든지 왜인지 모르겠지만 믿게 된다는 식의 반응을 볼 때면 의도한 바가 잘 전해졌구나 싶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번 프로젝트 이전에 붕어싸만코를 즐겨 먹던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엔 평생 먹은 붕어싸만코를 훨씬 웃돌 만큼 많이도 먹었다. 팀 회의를 하며 함께 먹고, 아이디어 내다가 먹고, 아이디어 막히면 또 먹고, 촬영하다가도 먹고, 후반 작업하면서도 먹었다. 만일 2023년의 내게 좋은 일이 일어난다면, 아마도 그것은 수없이 먹은 붕어 팥 떡이 합쳐진 가장 큰 행운의 상징 붕수대통 붕어싸만코 덕분일지도 모른다.

제일기획 정재윤 프로 (이슬기 CD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