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진 교수_고려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대학 교수, 소비행동학자
리바이벌 마케팅은 매혹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이다. 마법같이 그때 그 순간, 소비자가 느꼈던 온갖 낭만적이고 좋았던 정서를 되살린다. 이 성공적인 전략은 우연일까, 사람의 마음을 연구한 소비자 심리학에서도 입증된 결과일까? 단순히 생각하면 과거보다는 현재가,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편안하고 좋다. 기술과 제도가, 문명이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위기의 순간에 과거를 찾는다. 고립되고 외로운 시절에는 과거를 그리워한다. 왜 그럴까.
국내에서 리바이벌, 복고, 레트로, 뉴트로, 힙트로 등 여러 용어가 혼재되어 쓰이는 마케팅 전략은 노스텔지어라는 말로 개념화되어 있다. 노스탤지어는 번역하자면 향수. 과거를 그리워하며, 자신이 어릴 때 경험한 것이 더 좋다고 판단하고 느끼는 감정이다. 향수를 자극하면, 소비자들은 편안함과 행복했던 추억으로의 소환 같은 즉각적 보상을 갖는다. 즉각적 보상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장면에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때가 많다. 소비행동학자들은 사회적 고립감이 높을 때 사람들은 향수에 젖고, 사회적 연결을 생각하면 돈에 대한 집착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브랜드 헤리티지를 강화하자.
버거킹 로고 전과 후
기업의 입장에서는 위험 감소와 브랜드 자산 강화 효과가 있다. 2021년, 버거킹은 브랜드 로고를 변경했다. 1994년도부터 2000년도까지 사용하던 와퍼 모양이 고스란히 보이는 로고를 다시 가져왔다. 2000년에 변경되어 작년까지 사용되던 로고는 버거킹이라는 이름을 강조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버거킹이 제공하는 모든 것들, 버거킹의 로고나 매장, 유니폼, 패키지 디자인 등 버거킹을 상징하는 모든 요소가 “먹음직스럽게 보이길” 원했다. 최근까지 반응은 좋다. 실제로 버거킹 버거가 더 맛있을 것 같고 매장을 더 방문하고 싶다는 평들이다.
기존의 캐릭터나 IP, BI, 브랜드 요소를 사용하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안전하고 검증된 전략이다. 오래되고 성공적인 브랜드를 가진 기업은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많다. 동시에 변형을 가하기 어려울 만큼 강력하고 사랑받는 브랜드 자산을 가진 기업은 그만큼 새로운 시도를 꾀하기에 제약도 크다.
(출처: 오레오 공식 인스타그램)
올해 초 오레오는 2007년에 출시되었다가 2012년에 단종한 케익스터스를 재출시했다. 오레오는 케익스터스가 사랑받던 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2007년 활발히 운영되던 비디오 대여점을 케익스터스 재출시를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삼았다. 세계적인 비디오 대여점 체인 블록버스터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오레오 케익스터스를 비디오테이프 케이스에 넣어 마치 비디오테이프인 듯이 만들어 판매했다.
이런 방식은 오래된 브랜드에 안전한 방식으로 활기를 불러일으켜,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받는다. “우리 브랜드는 누구인가” 재확인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 내가 참 좋아하던 브랜드가 이거였지” 하며 소비자들이 품고 있던 인지도와 신뢰를 일깨운다. 이 때문에 향수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실행한 기업들에 진로, 코카콜라, 버거킹, 오레오 같은 브랜드 자산이 높은 장수 기업들이 많다.
유형에 따른 전략이 필요하다.
(좌) 레트로한 디자인으로 사랑받는 커피한약방 (출처: 커피한약방 공식 인스타그램)
(우) 염색 공장이던 공간을 개조한 카페 할아버지공장 (출처: 할아버지공장 공식 인스타그램)
그렇다면 신규 브랜드는 향수 마케팅을 쓸 수 없을까. 물론 새로 출시되는 제품과 브랜드, 중소 규모의 작은 기업들도 성공적인 향수/노스텔지어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 간단히 살펴, 을지로, 익선동, 성수동 주변 커피한약방, 혜민당, 어메이징 브루어리, 할아버지공장 등 과거의 공간을 그대로 활용하거나 살짝 변용해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 곳도 많다. 이 향수/노스텔지어 마케팅은 세 종류로 구분 지을 수 있다. 과거를 그대로 재현해 내는 재현형, 과거의 일부를 가지고 와 현재를 더 풍성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접목형, 현재의 삶에 신선함을 더하기 위해 흥미와 자극의 요소로 과거를 활용하는 유희형 향수 마케팅이다.
상업 공간에서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전략은 유희형이다. 특별히 과거를 그리워한다기 보다 일상적인 현재를 특별하게 만드는 아이템으로 쓰는 것이다. 과거의 스타일과 패션, 취향으로 현재를 더 즐겁고 힙하게 만드는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한 것이 아니기에 굳이 그때의 기억을 공유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동참할 수 있다. 특이한 스타일, 독특한 외양, 신기한 취향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재미와 특별함을 전해주는 것이다. 이런 유희형 향수 마케팅은 비교적 신규 브랜드, 소규모의 브랜드에서도 괜찮은 실행 전략만 있으면 시도해 볼 수 있다.
브랜드는 소비자와 더 깊고 감정적인 수준에서 연결되고 싶어 한다. 소비자들의 감정을 건드리고 행복했던 기억을 상기시키면, 소비자 내면 깊은 곳의 정서적 저장고와 접촉된다. 과거 그 시기 혹은 그 제품과 맺었던 관계와 감정이 현재에 재현되는 효과도 얻는다.
- 내가 매니지하는 브랜드, 나의 기업이 시도하려는 향수 마케팅은 어떤 유형일까.
- 누구를 타겟으로 하는 것일까.
-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끼치고 싶은 것인가.
-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싶은 것인가 고민해 보자.
위의 질문들을 통한 두 가지 찾기가 필요하다. 내 브랜드가 가진 것이 무엇인가와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찾는 것 말이다.
송수진
고려대 글로벌비즈니스대학 교수, 소비행동학자다. 주 연구 분야는 브랜드와 소비문화이론으로 Psychology & Marketing, Journal of Advertising,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등 국내외 유수 학술지에 게재하였다. 경영학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며, 학계의 지식이 필드에 전달되고 필드의 질문을 학계에서 다루는 협업에 관심이 많다. 이런 연유로 동아비즈니스리뷰DBR등 경영전문지 기고, LG인화원 자문교수, LG화학, NH뱅크, 삼성디스플레이연구소 등에서 특강을 진행하는 등 필드와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