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현_스타트업 웰로, CSO (최고 지속가능성 책임자)

ESG를 이야기할 때마다 겪는 ESG에 대한 오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 하는 것 아닌가요?

둘째, ESG는 담당 부서만 관련이 있지, 저희 부서도 할 게 있나요?

셋째, ESG는 착한 기업만 하는 거 아닌가요? 

그나마 2년 전부터 미디어에서 ESG에 대해 자주 다루고, 대기업에서도 앞다투어 ESG 경영을 선언하다 보니 ESG에 대한 관심이 올라간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ESG에 대한 오해는 존재한다. MSCI 최하 등급을 받고 나서야 투자사의 압박 때문에 급히 ESG라는 용어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연구하거나, MSCI 등급과 ESG지수를 단기간에 올리기 위한 지름길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ESG와 마케팅’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그린워싱(Greenwashing)’* 사례가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하고, 환경(E) 관련 활동으로 거리가 먼 임직원 중고품 기부가 언급되는 경우도 있다. ESG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은 ESG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아니 그전에 ‘ESG를 제대로 하는 것’은 대체 어떤 의미인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린워싱: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

죽은 행성에선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다

“죽은 행성에선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다.”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브로워’의 이 메시지는 어떤 면에서 ESG의 등장 배경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기후 위기나 사회 문제로 시장(Market)이 무너지면 기업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터를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ESG A+ 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을 했다고 해서 지금의 전 지구적 경고를 해결할 수 있을까? Back to the Basic.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서 ‘기업이란 무엇인가?’ ‘기업의 목적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기업은 제품·서비스라는 가치(Value)를 창출해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가치 창출 과정에 관여하는 일련의 과정을 세분화해 사슬(Chain)처럼 엮어서 표현한 것을 ‘밸류체인(Value Chain)’이라고 한다. ESG 경영은 이 밸류체인 전반에 관여한다. 제품 원료를 어떻게 구하고, 어떤 비즈니스 파트너와 어떤 과정을 통해 생산되는지 모두 ESG 경영의 대상이다. 예컨대 환경을 덜 파괴하는 방식으로 원료를 구하거나,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해 인력을 뽑는 파트너와 협업하는 식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품이 어떤 메시지로 홍보되는지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와 제품을 다 쓴 뒤 폐기할 때까지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개선하는 일까지 포함되는 것이다. 따라서 친환경 소재로 제품 패키지를 만드는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부서마다 업무에 ESG 경영을 적용 및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밸류체인은 건드리지 않는 보여주기 ESG

기업이 ESG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좋지만, 근본적인 비즈니스 밸류체인은 건드리지 않고, 보여주기식 행사 위주로 ESG를 주장한다면 일부 소비자의 눈에서 볼 땐 자칫 그 노력이 부족해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소비자, 특히 MZ 세대의 ESG 감수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ESG에 대한 얕은 접근은 MZ 세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거나 오히려 ESG 워싱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다운증후군협회인 ‘CoorDown’과 뮤지션 스팅이 함께 만든 ‘The Hiring Chain (출처: CoorDown 유튜브)

마케팅 부서에서는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나 4C(Customer Value, Cost of Customer, Convenience, Communication)와 같은 마케팅 믹스 전반을 살펴보며, ESG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마케팅’만의 전문 역량을 발휘하여 ESG 경영을 촉진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한 사례로 세계적인 뮤지션 스팅이 이탈리아 다운증후군협회인 ‘CoorDown’과 함께 ‘The Hiring Chain(고용 사슬)’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만들었는데, 이러한 광고 캠페인은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취업 기회를 갖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ESG 경영

처음에 언급했던 세 가지 오해로 돌아가 보면, ESG란 대기업이나 상장기업 이외에도 중소기업, 스타트업 모두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특정 부서에 국한된 것이 아닌 회사 전체가 ESG 경영을 도입하고 내재화해야 한다. 또한 착한 기업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R&D 참여, 글로벌 기업과의 거래 등 다양한 상황을 마주한 조직이라면 반드시 도입해야 할 경영 혁신 가이드에 가깝다. 오히려 ESG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다른 기업과의 차별점으로 가져가려는 기업들도 눈에 띈다. 환경과 사회문제에 민감한 MZ세대 인재 유치, ESG 우수 등급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정부 R&D 사업에서 가산점 확보와 같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SG는 기업 이미지 홍보를 위한 부차적인 활동이 아니다. ESG의 각 요소별로 내재화하지 않으면 투자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철저히 경제적, 자본주의적 관점이자 모든 기업이 필수적으로 챙겨야 할 가이드다. 지금부터라도 ESG를 내재화하기 위해서 각 부서별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ESG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할지 꼼꼼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신지현

글로벌 ESG · CSR 전문가. 현재 ‘맞춤형 정책 추천-신청 서비스 스타트업 웰로’의 CSO를 역임 중이다. 20년간 글로벌 IT기업 등에서 마케팅과 지속가능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에서 일하며 전문성을 쌓았다. 기업의 ESG · CSR, 임팩트 투자, 소셜 벤처 등 이른바 ‘소셜 섹터’에서 활동하며 축적한 경험을 나누고자 페이스북 커뮤니티 ‘착한 기업의 시대가 온다’를 운영 중이다.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fol:in)에서 스토리북 ‘마케팅팀도 인사팀도 알아야 하는 ESG’, ‘착한 기업의 시대가 온다’를 연재했다. 저서로는 ‘한 권으로 끝내는 ESG 수업’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