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_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 & 정신과 전문의
2021년 상반기 경영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MZ 세대와 성과급 논란이다. 올해 초 한 대기업 직원의 이메일에서 촉발된 성과급 이슈는 이내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됐다. 성과급 이슈의 선두에는 MZ 세대가 있다. 이들이 조직의 과반수를 넘어가면서 그동안 관행처럼 참아왔던 성과급 이슈에 대해 반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많은 보상이 아닌 더 투명한 기준을 원해
MZ 세대가 요구하고 있는 변화는 단순히 성과급 금액의 인상이 아닌, 산정기준의 투명한 공개다. 과거에는 성과급이 ‘회사에서 주는 선물, 덤으로 주는 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구성원들도 다른 기업과의 크게 비교하지 않았다. 그러나 MZ 세대는 성과급을 1:1 거래에 의한 보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초과이윤이 났다면 당연히 받아야 하는 노동의 대가로 여기기에, 성과급을 정한 기준이 어떠한지, 나의 예상과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지 투명하게 알고 싶어 한다.
평가와 보상체계 전반에 대한 MZ 세대의 변화 요구에 대해 기업이 단시간에 답을 하기는 쉽지 않다. 내부적으로 변화 방향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기업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기준을 수립하여야 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동안 답하기 어렵지만, 결국 기업마다 어떤 방식으로든 현재의 MZ 세대의 요구를 수용하고 기존의 방식과 조화시키며 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런 장기적인 노력과 더불어 기업들이 MZ 세대를 동기부여하기 위해 시급하게 고려해야 하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그것은 성과급, 인사고과와 같은 외적 보상이 아닌 성취감, 자율성 같은 내적 보상의 증대이다.
불만을 넘어 열정까지 끌어내려면
기업들은 단지 구성원들이 불만 없는 상태만을 바라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내고, 집중해 높은 성과를 내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적 보상이 필요하다. 심리학 이론에 의하면 동기부여는 크게 외적 동기부여(Extrinsic Motivation)와 내적 동기부여(Intrinsic Motivation)로 구분된다. 연봉, 인센티브, 승진 등의 외적 동기부여는 어느 정도 충족이 되지 않을 때 불만족을 야기하지만, 무한정 제공한다고 하여 동기부여가 계속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비하여 일로 인한 만족감, 자율성, 전문성의 성장, 주변의 인정 같은 내적 동기부여는 동기부여 요인이 많을수록 계속해서 동기가 상승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우리 뇌는 자신의 일에서 가치(내적 보상)를 느끼지 못하면, 돈 같은 외적 보상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기업일수록, 외적 동기부여인 연봉, 승진 같은 이슈에 불만이 더욱 쉽게 쌓인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외적 보상의 개선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내적 보상이 충분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조직문화의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직의 노력이 요구된다.
1)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첫째, 구성원을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 생각을 기준으로 상대를 평가한다. 이를 정신분석적 용어로 자아 중심성(Ego-centricity)라고 한다. 살면서 자아중심성은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제(mechanism)이지만, 조직적으로 나와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배제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MZ 세대가 보이는 업무방식, 추구하는 삶의 태도, 가치관이 나의 사고나 경험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왜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비판단적 태도(non-judgemental attitude)를 통해 MZ 세대와 더 깊이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2) 자율성을 줘 업무 효능감을 높이기
둘째, 신뢰와 존중 속에 일을 위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사 면접에서는 그동안 어떤 경험과 역량을 갖추었는지 정밀히 체크하지만 입사 후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대하면서 단순한 일만 맡긴다면 성인으로서 동등하게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조직에서 자신의 역량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느끼는 MZ 세대는 조직에 대한 충성도와 몰입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또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자율성의 부족이다. 내가 맡은 일을 내가 계획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는 자율감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일의 효능감을 높이는데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기존 세대가 보기에 MZ 세대의 경험이 비록 부족할 수 있지만, 잠재된 역량을 믿어주고 적절한 책임감 속에 일을 위임한다면 기대 이상의 열정으로 일에 몰입할 것이다.
3) 언어로 표현되는 진심
셋째, 뛰어난 능력을 가진 많은 리더들이 후배들에 대한 피드백을 아낀다. 함부로 칭찬하면 좋은 고과를 기대할까 봐 말을 아끼고, 자기 기준에서 볼 때 아직 부족해 칭찬하지 않기도 한다. 혼내지 않으면 칭찬으로 알면 되니 굳이 낯간지러운 말도 하지 않는다. 마음은 이해 가지만, 이런 행동은 MZ 세대 구성원에겐 잘못된 시그널을 주기 쉽다. MZ 세대는 언어로 표현된 진심을 원하는 세대이다. 자기 일에 대한 소통을 원하고, 성장을 위한 피드백을 원한다. 그것이 없을 경우 조직이 자신에 대해 관심 없다고 여기기 쉽다. 리더로서 조직 전체의 보상체계를 단독으로 변경할 수는 없지만, 내가 맡은 조직에서 칭찬과 피드백의 문화를 시작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스타일이 아닌, 분명하고 빠른 피드백,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 대한 인정을 리더가 표현할 때 일 년에 한두 번 받는 성과급이나 고과 이상으로 MZ 세대가 동기부여될 것이다.
*MZ 세대: 198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출생한 Z 세대를 아우른다, MZ 세대는 국내 인구의 34%(약 1,700만 명), 주요 기업 구성원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이자 정신과 전문의 출신의 조직 및 리더십 개발 컨설턴트이다.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용인병원 진료과장과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메디컬 디렉터를 역임한 후 기업조직 건강 진단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 임원 코칭과 조직문화 진단, 조직 내 갈등 관리 및 소통 등 조직 내 상존하는 다양한 문제를 정신의학적 분석을 통해 해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