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_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더피커 대표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이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친환경 가치를 드러내는 제로웨이스트 샵들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포장은 최소화하고, 오래 쓸 수 있으며, 동시에 폐기될 때도 자연에 가능한 충격을 주지 않는 제품을 다루는 제로웨이스트 샵. 하지만 제로웨이스트 샵은 단순히 포장 적게 하는 가게가 아니다. 이들이 고민하는 가치를 통해 건강한 소비에 대해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는 어떻게 출발했나?

영국 제로웨이스트 식품점 Unpackaged (사진 출처: Unpackaged 페이스북)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는 1990년도 후반, 쓰레기를 소각하지 않고 최대한 재활용하자는 의견을 담아 등장한 개념이었다. 당시에도 제법 관심을 모았고,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정책적으로 해당 개념을 채택하며 친환경 도시로의 전환을 이끌어냈다. 그래서인지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비 존슨 가족은 2008년부터 순환을 넘어 아예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소비 라이프스타일를 제안했고 이 개념을 전세계에 소개하며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확산에 불을 붙였다.

폐기물에 대한 경각심을 가진 것은 전 세계가 마찬가지. 2007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방식의 매장, ‘UNPACKGED’가 영업을 시작했고, 2014년 독일의 ‘Original Unverpackt’의 사례는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소위 제로웨이스트 샵의 확산을 주도했다.

순환의 가치를 담은 전문 매장, 제로웨이스트 샵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을 지키기 위해선, 말 그대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생산과 판매를 전제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시장의 공급 시스템은 친환경 소비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친환경 포장을 찾기도 함들며, 일일이 재활용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문 매장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식재료와 일상제품이 별도의 포장 없이 벌크로 진열되기 시작했고,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고객들은 장바구니와 천주머니, 유리용기 등을 챙겨와 말그대로 내용물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유럽과 미주권 위주로 확산되던 제로웨이스트 샵은 2016년 더 피커(the picker)를 통해 국내 첫 사례를 선보였고, 바뀐 사회 분위기와 함께 2021년 현재 약 120여개의 제로웨이스트 샵이 운영되고 있다. 상시 운영하는 정규 매장 외에도 팝업 매장, 정기 시장 등 비정규 형태의 움직임들이 힘을 보태며 그 확산 속도가 제법 매섭다.

친환경 소비를 꿈꾸던 소비자들은 크게 환호했다. 주 소비자들은 소위 MZ세대로 불리는 소비층이다. 환경 문제는 세대와 성별을 아우르는 문제이기 때문에 제로웨이스트 샵에 관심을 가지고 소비를 집중하는 소비자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은 편이지만 소비를 통하여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방식에 익숙한 MZ세대는 더욱 뜨겁게 호응했다. 소비력이 있는 30대들은 일상 생활용품에 대한 소비를 적극적으로 전환하며 제로웨이스트 샵을 방문하고, 10-20대들은 제로웨이스트 샵이라는 공간을 체험하고 문화를 확산시키며 적극적으로 컨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샵, 포장만 없다고 끝이 아니다

단순히 포장 없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제로웨이스 샵은 사실 그 가치를 이루기 위해 먼저 갖출 기본이 있다. 제로웨이스트 샵은 흔히 ‘요람에서 요람까지’로 표현된다. 제품의 생산과 폐기뿐 아니라, 폐기 이후의 순환, 즉 소모된 재료가 생산단계에 다시 투입되거나, 혹은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지까지 함께 고민한다.

잘 분해되는 소재는 물론, 내구성, 회수 가능성, 그리고 생산 과정에서 환경을 얼마나 덜 해치는 지까지 함께 고려해 제품을 선정한다. 결국, 제로웨이스트 샵은 단순히 친환경적인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제품의 삶을 조명하고 그 생애를 소비자들에게 온전히 공개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와 소통하고 함께 방법들을 만들어 나가는 소통 수단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제로웨이스트 샵, 그리고 미래

건강한 세상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받아들이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의 기준을 완전히 다시 새우는 제로웨스트 샵. 제로웨이스트 샵들의 방향은 갖지만 방법과 결과물은 다양하다. 소비 문화의 회복을 위해 생산자와의 소통에 집중하는 주체가 있는가 하면, 소비자들에게 사회적 행동을 이끌어내는데 중점을 두는 곳도 있다. 또는 매장이 위치한 지역의 환경을 살리는데 노력하는 제로웨이스트 샵도 있는 등 각 매장이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더 나아가서 우리가 아는 ‘포장 없는 매장’의 모습을 더욱 세분화하여 ‘제로웨이스트-카페’, ‘제로웨이스트-채소가게’ 등 새로운 변화도 포착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는 순환사회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망을 발견할 수 있다. 단순히 소재가 친환경적으로 전환되었거나, 단순히 포장이 없는 제품을 취급하는 초기형태의 제로웨이스트 샵은 그 기준을 남기며 일반 시장 인프라에 희석되어갈 때 의미가 생길 것이다. 우리가 고민해 나가야 하는 제로웨이스트는 결국, 매장의 형태가 아니라 건강한 전환이 이루어지는 시장의 모습일 때, 수많은 영감과 드넓은 활동 영역을 확보해낼 수 있지 않을까?


송경호

2016년 1월 국내 최초 제로웨이스트 샵 ‘the picker’를 런칭 하였다.
현재 제로웨이스트, 소비, 순환을 키워드로 지속적인 플랫폼 확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관련 교육과 컨설팅 자문 등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