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과 소셜의 만남, 완벽한 가상 세계를 꿈꾸다
지난 2014년, 페이스북은 제품도 내놓지 않은 VR 제조사 오큘러스를 약 20조 원이나 들여가며 인수했다. 오큘러스는 그 후 몇 년 동안 꾸준히 제품을 선보여 왔지만 VR이 대중화됐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그러나 인수 6년 후인 2020년, 드디어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활용한 가상세계를 선보였다. 단지 생생한 게임이 아닌, 가상세계에서 소통하고 일하고 생활하는 SF영화 속 완전한 가상 세계를 그려가고 있다.
메타버스의 시작, 로블록스
메타버스 초기 형태를 보여주는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출처 로블록스)
디지털 속 가상세계의 기원은 로블록스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조금은 낯선 로블록스는 사실 월 이용자가 1억명을 넘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이다. 유저는 3D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공간에서 타인과 대화하며 주어진 게임을 하거나, 다른 가상 세계를 방문하고, 심지어 직접 프로그래밍을 통해 게임 속 게임을 만들 수 있다. 게임 속 화폐와 경제 시스템까지 있는 등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진짜 가상 세계를 꿈꿨다. VR 기기를 지원하지 않아 입력기기로 작동하고 모니터로 봐야 하는 등 부족함은 있었다. 다만 로블록스가 보여준 완전한 가상 세계란 개념을 이해한 채 페이스북의 전략을 바라보자.
VR이 소셜과 만나면 페이스북 ‘호라이즌’
페이스북은 2020년, “드디어 VR이 대중화된다”는 평가를 받은 ‘오큘러스 퀘스트2’ 제품을 공개하며 새로운 소셜 미디어인 호라이즌(Horizon)을 공개했다. 호라이즌의 모습은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의 ‘태어나기 전 세상(the great before)’과 비슷하다.
페이스북 차세대 소셜 미디어 호라이즌 (출처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가상의 세계에서 내 몸을 움직이며 원하는 사람과 대화하고, 함께 운동하고 그림을 그리는 등의 여러 활동을 함께 한다. 이 각각의 요소들은 오큘러스 앱스토어 내부에서 별개의 서비스로 체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파퓰레이션 원(Papulation One) 등의 게임은 현재도 멀티플레이를 지원하고 있으며, 일레븐 테이블 테니스(Eleven Table Tennis)로 함께 탁구를 칠 수 있고, 퀼(Quill) 등의 앱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가상의 세계(호라이즌)에서 함께 하게 된다면, 오프라인의 요소(만남)를 온라인에 이식할 수 있게 된다.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오프라인에서 누릴 수 있는 장점들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 차세대 소셜 미디어 호라이즌 (출처 페이스북)
페이스북의 호라이즌 역시 ‘인터넷의 페이스북’처럼 사람을 연결하고 소통하지만, 단순 네트워크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실생활의 인간관계, 개인 데이터를 통한 취향까지 VR 세상에 더해지면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 내 취향에 맞는 제품을 가상으로 사용해보는 광고 상품까지 등장할 수도 있는 일. 여러 가능성 중 페이스북이 이미 베타 기능을 내어놓은 가상 오피스 기능을 통해 메타버스의 미래를 짐작해보자.
가상 오피스에서 함께 일하는 팀원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외에도 온라인에서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데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우선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VR 기기 내의 플랫폼으로 ‘인피니트 오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코로나19, 글로벌 인력 채용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원격 근무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가상의 업무 환경을 VR 기기로 옮겨와 원하는 환경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가상 사무실, 인피니트 오피스 (출처 페이스북)
업무환경이 가상현실이 된다면 업무 분위기를 원하는 대로 조성하는 동시에 동료와 편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도 있게 된다. 현재 꾸준히 발전 중인 실시간 통역이 결합된다면 언어적 장벽 또한 뛰어넘을 수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일부 팀은 VR 업무를 도입하기도 했다. 또한, 일반적인 모니터와 다르게 3D 환경으로 구성돼 있음으로 3D 소프트웨어를 쉽게 다룰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페이스북은 이를 위해 주변 기기 전문업체 로지텍과 함께 가상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키보드와 컨트롤러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협업 서비스 메시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연례행사 ‘이그나이트 2021’에서 VR 기기 ‘홀로렌즈 ‘를 통해 원격으로 근무하는 마이크로소프트 메시(Mesh)를 공개했다. 가상의 공간에서 서로의 (아바타)얼굴을 보며 협업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있는데, 최근엔 홀로렌즈를 이용해 프랑스, 미국 두 의료진이 함께 수술하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우리나라 직장인들도 많이 쓰는 협업 툴 ‘팀즈’, 고객관계관리 솔루션 ‘다이나믹스365’ 등을 메시에 연결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VR 메타버스 대중화의 시작, 스마트폰 AR
VR을 통한 메타버스, 그 시작은 VR기기의 대중화일 것이다. 오큘러스 2가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지만 VR 기기는 여전히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이 기기가 비싸게 느껴지기 때문인데, 따라서 대안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AR 등이 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용 VR을 꾸준히 출시해 왔다. 과거 ‘오디세이 플러스’ VR 기기를 내놓기도 했고, 스마트폰을 끼워 사용하는 기어 VR도 여러 번 출시한 바 있다. 2021년 2월에는 IT 전문 팁스터(유출 전문가) 트위터 워킹캣(@_h0x0d_) 계정이 삼성의 AR 글래스로 추정되는 제품을 자신의 트위터에 업로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덱스 디스플레이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 기기에 대한 계획을 아직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현재 스마트폰을 모니터와 연결하면 PC처럼 사용할 수 있는 삼성 덱스, 스마트TV OS를 넣은 스마트 모니터, 자체 OTT인 삼성tv플러스, 스마트 TV나 모니터에서 원격으로 데스크톱을 불러와 사용할 수 있는 리모트 액세스, 갤럭시 노트의 AR 그림 기능인 AR 두들 등의 기능을 갖고 있어 위 영상을 기술적으로 실현하기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메타버스 시대는 올 것인가
오큘러스 퀘스트2, 홀로렌즈2 등의 기기, 로블록스나 제페토 등의 생태계, 콘텐츠가 동시에 발전하고 있음으로 메타버스는 ‘NEXT 인터넷’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시간 문제일 뿐 언젠가는 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란 것. VR이 만든 메타버스 안에서 우리는 오프라인 한계를 뛰어넘어 엔터테인먼트, 업무, 소셜 네트워킹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 나갈 것이다.
이종철
바이라인네트워크 기자. 전 월간 웹 편집장. 하드웨어, 플랫폼, 마케팅, UI · UX 관련 콘텐츠를 주로 작성하고 있으며, 앱 트렌드에 관심이 높다.